중국 반도체의 희망 담긴 이 도시…"삼성·하이닉스도 긴장해야"

오진영 기자 2023. 10.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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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텐센트의 고향 중국 션젼이 요동친다.

지방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반도체 기업들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겠다며 대형 클러스터 조성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나 타이지디엔(TSMC) 등 세계 반도체를 쥐락펴락하는 공룡 기업들이 빠졌지만, 션젼 반도체는 자신감이 넘친다.

션젼을 거점으로 한 수백여개의 반도체 기업이 참석했으며, 마오준파 중국과학원 원사·판디안위안 중국공정원 원사 등 학계 주요 인사들도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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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조수아 디자인기자


화웨이·텐센트의 고향 중국 션젼이 요동친다. 지방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반도체 기업들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겠다며 대형 클러스터 조성에 뛰어들었다. 최근 업계 거물들을 한 곳에 모아 대규모 서밋(회담)도 개최했다. 삼성전자나 타이지디엔(TSMC) 등 세계 반도체를 쥐락펴락하는 공룡 기업들이 빠졌지만, 션젼 반도체는 자신감이 넘친다. 자력으로 세계 반도체 거점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다.

12일 현지 업계 등에 따르면 션젼 지방정부와 중국반도체산업협회는 최근 션젼 바오안 구에서 '2023 션젼 집적회로 정상회담'(ICS 2023)을 개최했다. 션젼을 거점으로 한 수백여개의 반도체 기업이 참석했으며, 마오준파 중국과학원 원사·판디안위안 중국공정원 원사 등 학계 주요 인사들도 자리했다. 올해 회담은 션젼 시가 공들이는 '20+8 계획'(20개 산업·8개 핵심산업 발전 프로젝트)의 메인 프로젝트다.

웨이샤오쥔 중국반도체산업협회 칩 디자인분과 회장은 이 자리에서 "중국은 반도체 산업 체인 협력을 통해 경제 세계화를 수호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올해 회담에 중국 반도체업계가 거는 기대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주요 인사들은 한국이나 대만, 일본 등 국가에 비해 취약한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 현황과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반도체기업의 유치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중국 업계가 션젼을 차세대 반도체 거점으로 낙점한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중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본거지라는 점이다. 화웨이나 텐센트 외에도 티엔마, 비야디(BYD) 등 대형 기업의 반도체 계열사가 자리했다. 션젼시 과학기술위원회에 따르면 시 내의 반도체기업은 모두 587곳이다. 반도체 관련 매출은 약 1609억위안(한화 약 29조 7000억원)으로, 전체 GDP의 5% 수준이다.

우수 인력이 많아 외국은 물론 다른 도시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션젼 내의 반도체 산업 종사자는 약 15만여명으로, 중국 전체(50만~60만여명)의 20~30%에 달한다. 난산이나 푸텐, 바오안, 룽화 등 구 내에는 션젼대학, 홍콩중문대학 등 주요 대학교가 위치해 있다. 파운드리(위탁 생산) 강국 대만과도 2시간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 TSMC, UMC 등 주요 기업과도 협력이 용이하다.

마지막으로는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디자인하우스와 패키징(후공정) 역량이 갖춰져 있다는 점이 꼽힌다. 션젼 지방정부는 2025년까지 패키징과 설계 등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션젼 행동계획'을 시행 중이다. 디자인하우스와 패키징 등 분야를 아우르는 분야에서 연 매출 100억 위안(약 1조 8000억원) 기업을 3개 이상 새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지 업계는 올해 회담이 중국 반도체업계의 목표인 한국과 대만 추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삼성이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신궈지(SMIC)와 티엔커, 리딩 등 업체는 상반기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량을 2배로 늘리고, 첨단 공정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션젼은 세계 반도체 산업의 새 거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의 첨단 공정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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