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이라도 더"...'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별세
[앵커]
한국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이 어제(14일) 오전 92살의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암 투병 중에도 고인은 마지막까지 붓을 놓지 않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그가 걸어온 길을 김태원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노화가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 폐암 3기 진단을 받고도 붓을 놓지 않았습니다.
새로 시작한 작업을 위해 항암 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며 덤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박서보 / 화가 (지난 3월) : 체념하는 건 뛰어난 재주가 있어요. 그래서 암을 친구로 모시자. 함께 살자. 방사선 치료를 하게 되면 내가 일을 못 해요.]
지난 2월 SNS를 통해 암 투병 사실을 처음 고백할 때 역시 후회도 원망도 없었습니다.
오로지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는 바람뿐이었습니다.
이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예술적 집념을 불태운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이 향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그림을 몸과 마음을 닦는 도구로 정의했던 박 화백에게, 마치 수행하듯 반복해 선을 긋는 '묘법'은 작품 세계이자 정신이었습니다.
[박서보 / 화가 (지난 2021년 3월) : 자연으로 되돌리자는 거에요. 그러니깐 나를 전부 비워내자는 거고. 그래야 깨끗한 자아와의 만남이 가능하다는 거에요.]
박 화백은 '단색화'라는 단어를 해외 예술 사전에 올린 한국 현대미술의 상징적 인물이기도 합니다.
해외 유수의 아트페어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과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등 세계 유명 미술관에 작품이 걸리는 등 한국 미술의 국제화를 이끌었습니다.
[이유진 / 기지재단 이사 : 한국 미술계가 전세계적으로도 여러 가지 관심을 받고 있고 다양해질 수 있는 토양을 만드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하면서도 중절모와 스카프로 격식을 차렸고, SNS로 소통을 멈추지 않았던 아흔둘의 거장은 마지막까지 큰 울림을 주고 떠났습니다.
YTN 김태원입니다.
촬영기자;심원보
영상편집;전주영 김광현
YTN 김태원 (ysh0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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