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했는데 죽어요"…고국 생각에 가슴 찢어지는 이·팔 사람들
국내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인이 전하는 참상
"무고한 죽음에 전쟁 멈춰야" 한목소리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다른 할 말이 없어요. 심장이 진짜 아파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격화하면서 국내 체류 중인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은 고국 걱정에 가슴이 찢어진다.
이스라엘인 리모르 슈크른(30)은 고국에 있는 가족을 떠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였다.
슈크른은 지난 8월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 한국학을 전공하는 등 평소 관심이 많아 선택한 한국행이었다. 하지만 입국 한 달 만에 전쟁이 발발했다.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고 문화공연을 관람해도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가족과 친지 생각에 가슴만 졸일 뿐이다.
슈크른의 가족은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 북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네타냐에 살고 있다. 네타냐는 전쟁이 시작된 지난 7일 하마스의 공습 피해를 입은 장소다. 슈크른은 현재 가족들이 크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다행히 남동생은 이스라엘을 떠나 미국에 있다. 건강 문제로 군 면제된 남동생은 지난 7일 외삼촌이 있는 미국으로 향했다. 슈크른은 미국에 도착해 전쟁 소식을 들은 남동생 역시 부모를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슈크른의 고향인 이스라엘 최남단 항구도시 에일랏에서는 친구 2명이 숨졌다. 당시 납치된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슈크른 친구의 남편도 전쟁 중 숨졌다.
슈크른은 "하마스는 유대인이라면 다 죽이는 것 같다. 하마스는 유대인이라면 다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무고한 사람들까지 죽이고 있다"라며 "이스라엘을 위로하고 지원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슈크른은 오는 30일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출국한다. 가족들의 의견에 따라 전쟁이 길어지면 프랑스 파리에 있는 고모할머니 집에 머물 것이라고 전했다.
"안 죽었으면 좋겠어요. 근데 앞으로 더 많이 죽을 것 같아요."
잠 못 이루는 건 슈크른뿐만 아니다. 팔레스타인인 모하메드 하메드 아메르(43)도 역시 가족과 지인들 생각에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2001년 처음 한국에 발을 디딘 후 20년 넘게 한국 자동차를 아랍 국가에 판매하는 일을 하는 아메르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시민단체 주최로 열리는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라도 참석하고 있다.
다행히 부모를 비롯한 일가친척은 요르단으로 이동해 안전하지만, 친구들이 아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있다. 아메르는 친구들과 연락이 쉽게 닿지 않아 걱정이 크다. 최근에는 이스라엘이 전기 등을 끊으면서 더욱 연락이 힘든 상황이다. 간헐적으로 연락이 닿을 때면 어려운 상황이 전해져 가슴이 찢어진다.
아메르는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고 하는데 연락이 잘 안돼 답답하고 걱정된다. 물도, 가스도 없고 인터넷과 전화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라며 "어제 어렵게 연락이 되기는 했는데 많이 힘들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아메르는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아이들이 무고하게 죽고 있다며 흥분했다. 물과 식량, 의료품 등이 끊기면서 사망자가 더 나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요르단에 있는 가족들이 하루빨리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전쟁이 길어질 것 같아 못 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메르는 "할아버지, 할머니 할 것 없이 다 죽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죽는. 아이들이 집 안에만 있는데 폭격해 죽었다고 한다. 물과 식량을 안 주고 있어서 아마 죽는 사람은 더 많을 것 같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 전쟁의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의견은 두 사람이 달랐다. 하지만 "전쟁은 멈춰야 한다. 죽음은 더 이상 안 된다"며 한목소리로 전쟁의 중단을 호소했다. 전쟁으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메르는 인터뷰 내내 '스톱 파이팅(Stop Fighting)'을 되뇌었다. 그는 "사람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슈크른도 "전화를 수시로 하며 상황을 듣고 있다. 어머니는 괜찮다고 하지만 저는 기분이 좋지 않아 계속 운다"라며 "다른 말이 없다. 진짜 전쟁 때문에 심장이 아프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오후 11시 기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총 2800여명에 달한다. 이스라엘 측은 1300명이 숨지고 339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당국은 1537명이 숨졌으며, 661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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