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She’s Back

손동환 2023. 10. 14.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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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9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8월 10일 저녁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대한민국 여자농구 최고의 스타는 한때 농구를 포기할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재기를 위한 몸짓과 농구를 향한 열정이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했다. 아픔을 씻어낸 WKBL의 여제는 ‘화려한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V2
청주 KB스타즈의 박지수는 2018~2019시즌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경험했다. 그래서 2018~2019시즌은 박지수에게 최고의 시기였다. 하지만 2019~2020시즌은 그렇지 않았다. 20승 8패로 우리은행(21승 6패)에 정규리그 1위를 내줬다. 게다가 ‘코로나 19’가 터졌다. 2019~2020시즌이 조기 종료됐고, KB스타즈는 설욕전조차 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2020~2021시즌이 됐다. WKBL은 2020~2021시즌부터 외국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기로 했다. 박지수와 맞설 이가 더욱 없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2020~2021시즌은 KB스타즈와 박지수에게 최고의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KB스타즈와 박지수는 그때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정규리그 2위’와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이라는 잔인할 결과가 나왔다.
잔인한 성적표를 받은 KB스타즈는 2021~2022시즌 거침없이 달렸다. 25승 5패로 정규리그 1위. 플레이오프에서는 4위를 차지한 부산 BNK 썸을 2전 전승으로 제압했고,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라이벌인 아산 우리은행을 3전 전승으로 완파했다. KB스타즈의 V2이자 박지수의 V2가 이뤄졌다.

KB스타즈가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이전과는 어떤 게 달랐나요?
득점을 해줘야 하는 선수와 궂은일을 많이 하는 선수, 수비하는 선수 등 모든 사람들의 역할이 잘 나눠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강)이슬 언니 합류 후 첫 시즌을 치렀는데, 생각보다 잘 맞았어요. 대표팀에서 맞춰본 경험과 서로 간의 소통이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라이벌이었던 아산 우리은행을 3전 전승으로 제압했는데요.
챔피언 결정전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이겼어요. 저희가 훨씬 유리했죠. 하지만 팀원들 모두 1차전처럼 3차전을 임했어요. 승부가 확실하게 결정될 때까지, 다들 집중했던 것 같아요. 우리은행이 큰 경기를 많이 경험한 뒷심 있는 팀이고, 저희가 2020~2021 챔피언 결정전에서 삼성생명한테 졌거든요.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보다, 긴장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두 번째 우승이었습니다. 첫 번째 우승과는 어떤 게 달랐나요?
처음 우승할 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어요.(웃음) 또, 그때만 해도, 외국 선수가 있었고요. 하지만 두 번째 우승은 국내 선수들로만 이뤄낸 성과였습니다. 팀원 간의 소통도 많았어요. 그리고 그때의 저는 팀의 중참에 속했어요. 그래서 의미가 더 컸던 것 같아요.

“농구를 포기하려고 했어요”
KB스타즈와 박지수의 미래 모두 밝았다. 아니, KB스타즈와 박지수의 시대가 열렸다. 그 정도로, KB스타즈와 박지수가 보여준 포스는 강렬했다.
그러나 박지수는 지난 2022년 8월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외상이 아닌, 신경계 손상이 원인인 병. 그렇기 때문에, 박지수는 복귀 시점을 장담할 수 없었다. 박지수 스스로도 “포기하려고 했다”며 그때를 돌아봤다.
에이스를 잃은 KB스타즈는 혼란에 빠졌다. 대안을 나름 준비했지만, 에이스의 공백은 어쩔 수 없었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은 사라졌다. 박지수는 코트 밖에서 그런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태백 전지훈련 중이었어요. 컨디션이 아침부터 좋지 않은 날이었고, 서킷 트레이닝 이후 볼 운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숨이 안 쉬어졌어요. 숨이 차지 않는 운동인데도, 그런 증상이 생겼죠. 그래서 스마트 워치를 봤더니, 심박수가 계속 올라가더라고요. 끝없이 올라가는 심박수를 보며, 패닉 증상이 왔어요. 불안한 마음도 더 커졌고요.
훈련 중에 겪은 돌발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숨쉬기 힘들어서,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에게 이야기를 했어요. 이야기를 한 후 사이드 라인 밖으로 나왔어요.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걸어보자”고 하셨지만, 숨은 여전히 쉴 수 없었어요. 코트 끝에 혼자 앉았는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죠.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다른 대안을 제시하셨습니다. “트인 곳에서 걸어보자”고 하셨어요. 밖에 나오니, 조금은 진정됐습니다. 체육관으로 다시 들어갔는데, 증상이 더 심해졌어요. 손을 펼 수 없었고, 온몸에 전기가 흘렀죠.
그 후에는 어떻게 하셨나요?
운동이 끝났는데도, 저는 아무 것도 못했어요. 감독님께서 손을 주물러주셨는데도, 손이 안 펴지더라고요. ‘어떻게 하지? 이러다 죽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신도 점점 혼미해졌어요. 결국 응급실로 갔고, 응급실 선생님께서 “정밀 진단을 받으면 좋겠다”고 권유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았습니다. ‘공황장애’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가 대표팀 소집 2주 전이었어요.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대회를 어렵게 가게 됐는데... 너무 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의사 선생님한테 “약을 먹으면서 버틸 수 없느냐?”고 여쭤봤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신경계의 고장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컨트롤하기 어려울 거다. 운동은 안 하는 게 좋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후 며칠을 보냈고, 저 역시 하루 이틀 쉰다고 낫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단순히 ‘부상 때문에 월드컵을 나설 수 없다’고 하면, 오해를 받을 것 같았어요. 물론, ‘공황장애로 월드컵에 나서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또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문제였어요. ‘운동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냥 멘탈 문제가 아니냐?’고 보는 분들이 많을 거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어떻게 할 수 없는 병이었기에, 복귀를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두려움이 더 컸을 것 같아요.
두려움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생활 자체가 안 됐거든요. 증세도 점점 커졌어요. 처음에는 넓은 곳과 사람 많은 곳을 못 간 정도였다면, 나중에는 버스도 못 타겠더라고요. 그 다음에는 산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팠고요. 집조차도 나갈 수 없었어요.
그 순간, 농구가 너무 싫어졌어요. ‘내가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있어야, 농구가 있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는 농구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지금은 농구공을 다시 잡고 있습니다. 그건, 농구를 다시 생각하게 된 포인트가 있다는 뜻인데요.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어요.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좋아졌죠. 농구가 아닌 다른 스포츠를 관람하러 갔어요. 농구를 보러 가기에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거든요. (어떤 종목을 보러 가신 건가요?) 배구를 보러 갔는데, 선수들의 세레머니에서 좋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저도 팬들 앞에 빨리 서고 싶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농구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조금씩 든 것 같아요.
농구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지만, KB스타즈의 성적은 저조했습니다. 부담감을 느꼈을 것 같아요.
다들 그 점을 걱정해주셨어요. 그렇지만 저는 아니었어요. 프로 입단 후 가장 편하게 농구했어요. 발병 초기만 해도 농구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코트에 다시 섰거든요. 그것만 해도, 너무 좋았어요. 물론, 손가락 부상 전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욕심을 냈지만, 정말 편하게 했던 것 같아요.

돌아온 그 곳,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듯, 박지수는 복귀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박지수는 마음의 병을 이겨냈다. 팀 훈련에 참가했고, 선수단과 경기에 동행했다.
그리고 2022년 12월 17일. 박지수는 부천 하나원큐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출전 시간은 7분 58초에 불과했지만, 서있는 것만으로 위압감을 줬다.
복귀전을 치른 박지수는 몸을 점점 끌어올렸다. KB스타즈도 상승세를 탔다. 그렇지만 박지수는 2023년 2월 1일 왼쪽 중지 탈골상을 입었다. 시즌 아웃. 박지수는 팀의 플레이오프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어렵게 코트로 돌아왔지만, 허무하게 코트를 떠나야 했다.

2022년 12월 17일. 복귀전을 치른 날입니다.
코트를 밟은 건 너무 행복한 일이었어요. 감사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득점을 못하겠더라고요. 한 골 넣기 이렇게 힘들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웃음) 농구를 갓 시작한 초등학생이 된 것 같았죠. 그리고 엄마가 제 복귀를 기뻐하셨어요. 코트에 선 저를 보고 우시더라고요.
복귀하기는 했지만, 여정이 험난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발병 초기에는 아무 것도 못했어요. 그래서 근육이 많이 빠졌어요. 맨몸 운동으로 차근차근 몸을 만들었죠.
하지만 맨몸 운동만 해도, 온몸이 떨렸어요.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더라고요. 그리고 공황장애 증상이 다시 나타난 사례가 많아서, 운동을 쉬는 날도 많았습니다. 운동과 휴식을 반복했죠. 그렇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몸이 어느 정도 올라왔어요. 농구공도 조금씩 만질 수 있었죠.
하지만 2023년 2월 1일 시즌 아웃됐습니다.
(다친 손가락이) 상대 선수 유니폼에 걸렸어요. 걸리자마자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죠. 조금 있다 보니까, 손가락 보호대 모양이 위아래로 달라졌어요. 그때서야 손가락 탈구를 알았습니다.
그리고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들었습니다. 팀원들과 끝까지 할 수 없다는 속상한 마음이 컸습니다. 저희가 플레이오프를 노려볼 수도 있었기에, 더더욱 아쉬웠어요.

She’s Back!
위에서 이야기했듯, KB스타즈의 2022~2023시즌은 실패였다. 가장 중요한 건 자존심 회복. 그래서 지난 4월 9일부터 비시즌 훈련에 돌입했다. WKBL의 2023~2024 개막 예정일은 11월 5일. KB스타즈는 무려 7개월 가까이 비시즌 훈련을 한다.
박지수도 실패의 경험을 잊으려고 한다. 대표팀 차출로 인해 팀원들과 운동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또 한 번 정상을 원한다. 그리고 지난 6월에 열렸던 아시아컵에서 대표팀 1옵션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박지수가 이전의 경기력을 회복한다면, KB스타즈와 박지수 모두 2021~2022시즌의 포스를 보여줄 수 있다. 왕조의 기반을 다시 한 번 세울 수 있다. 그래서 ‘박지수가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KB스타즈와 박지수 모두에게 중요하다.

근황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전보다 운동을 빨리 시작했어요. 저한테는 더 좋았어요. 몸을 만들 시간이 더 필요했거든요. 비시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표팀에도 다녀왔고요. 그렇지만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부족한 게 많았고, 헤매는 일도 많았거든요.
7월에는 일본 전지훈련을 다녀왔어요. 일본 팀이 워낙 빨라서, 저희가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저 역시 일본에 다녀온 후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경기 감각도 찾은 것 같고요.
물론, 갈 길은 아직도 멉니다. 예전 같은 몸 상태가 되려면,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렇지만 아픈 데는 없어요. 잘 지내고 있고요.(웃음)
KB스타즈가 4월 9일부터 비시즌 훈련에 돌입했습니다. 비시즌이 지겨울 법도 한데요.
사실 그게 조금 걸리기는 했어요.(웃음) ‘이렇게 긴 비시즌을 어떻게 보낼까?’라는 걱정을 했죠. 하지만 대표팀 일정과 일본 전지훈련을 소화하니, 어느새 8월이 됐어요. 그렇게 지낸 게 저한테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긴 비시즌을 견디고 있는 이유. 2021~2022시즌의 감격을 누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렇죠. 저 역시 다시 치고 올라가고 싶고, 팬 분들 역시 2021~2022시즌의 KB스타즈를 원하실 거예요. 그래서 저의 최종 목표는 우승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저희가 시즌 동안 단단해져야 해요.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어요.
여담이지만, 우리은행이 2022~2023시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김단비 선수가 가세한 우리은행은 더 강해졌지만, ‘박지수 선수가 있었다면?’이라는 가정도 붙습니다.
(김)단비 언니는 신한은행에서도 2~3인분을 소화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은행에서는 공격-수비-패스 다 잘하더라고요. 게다가 우리은행 선수들의 기량도 출중하고요. 특히, 우리은행의 빠른 슈팅 타이밍과 긴 슈팅 거리가 단비 언니와 시너지 효과를 내더라고요. 제가 정상적인 컨디션이었어도, (우리은행은) 어려웠을 거예요. 그렇지만 재미는 있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다들 실망을 많이 하셨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 분들의 응원은 뜨거워요. 대표팀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공항까지 마중을 나오실 정도로요. 저희에게 보내주시는 관심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저 역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요. 저희 팀이 정상적인 전력을 갖췄으니, 팬들에게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팬들과 합이 맞는 시즌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팬들과 웃으면서 세레머니도 하고요. 팬 분들께서도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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