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반석 위에 올린 거장…박서보 화백 별세
[앵커]
세계가 인정한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이 오늘(14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 '묘법'이라는 기법으로 한국 현대미술에 빛나는 발자취를 남겼는데요.
암 투병에도 붓을 놓지 않았던 고인의 삶과 예술을 김석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절제된 화면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 내린 선.
한 가지 색으로 바탕을 채운 뒤 한지의 결을 따라 입체감을 살리거나, 연필로 수없이 많은 선을 반복해서 긋기도 합니다.
박서보 예술의 '꽃'으로 불리는 '묘법' 작품입니다.
193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6·25전쟁을 겪으며 홍익대에서 그림을 공부했고, 정부 주도의 대한민국미술전람회 '국전'에 반기를 들고 격정적 표현을 앞세운 '앵포르멜' 회화 운동을 주도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아들의 연필 낙서에서 뜻밖의 깨달음을 얻어 수행하듯 반복해서 선을 긋는 '묘법'을 창안했고, 이후 평생에 걸쳐 독보적인 추상미술로 승화시킵니다.
[박서보/화가/2002년 인터뷰 : "수없이 행위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나를 비워내고 나를 맑게 걸러내는 거죠."]
2014년 세계 미술계를 휩쓴 단색화 열풍의 주역으로 한국 미술의 위상을 반석에 올려놓았고, 한국 미술계의 큰 어른으로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박서보/화가/2022년 인터뷰 : "전 세계에서 말이 돌아버린 거죠. '베니스 가서 베니스 비엔날레는 안 봐도 좋으니 한국의 단색화는 반드시 봐라.'"]
올해 초 SNS를 통해 폐암 3기 판정을 받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던 박서보 화백.
향년 92세를 일기로 끝내 세상에 작별을 고했습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발인은 17일 오전입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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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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