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설, 비난에도 끝까지 포기 안 한 오승환…마침내 400세이브
마지막 홈 경기, 만원 관중 앞서 동료들과 대기록 자축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야구는 한때 '1982년생들의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추신수(SSG 랜더스),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이상 은퇴) 등 한국 야구에 '한 획'을 그은 동갑내기 선수들은 국내외를 아우르며 한국 야구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세월은 비켜가지 않았다.
김태균과 정근우는 2020시즌, 이대호는 2022시즌을 마지막으로 야구와 작별했다.
1982년생 투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역시 올 시즌 부침이 있었다.
KBO리그 최고령 투수인 오승환은 올 시즌 초반 극심한 난조로 블론 세이브를 연이어 기록하며 마무리 보직을 반납한 데 이어 1군에서 짐을 쌌다.
주변에선 '오승환도 늙었다'라고 표현했다.
오승환이 은퇴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오승환이 세월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그대로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지난 5월, 데뷔 19년 만에 선발 투수로 등판하는 등 재기를 위해 갖가지 실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불혹의 나이에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맨바닥부터 시작한 오승환은 다시 마무리 자리로 돌아왔고, 지난 6월 역대 최초 한미일 500세이브를 달성하며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2023시즌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오승환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고, 갖은 애를 다 쓰고도 예전의 구위가 나오지 않자 오승환의 속은 타들어 갔다.
그는 6월 16일 kt wiz전에서 벤치의 강판 지시에 신경질적으로 공을 집어 던지고 글러브를 패대기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오승환이었기에 팬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오승환은 2군으로 내려갔고, 다시 '은퇴'라는 단어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오승환은 말 그대로 사투를 벌였다. 다시, 또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이를 악물었다.
그를 2군으로 보냈던 박진만 삼성 감독은 "오승환이 2군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고 들었다"라며 힘을 실어줬다.
오승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세월을 거스를 순 없지만, 선수 생활을 그대로 마무리 짓고 싶진 않았다.
오승환은 주어진 여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했다.
오승환은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41세의 나이가 무색하게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8월부터 오승환의 구위는 점점 좋아졌다.
몸은 예전만 못했지만, 집중력과 강심장은 그대로였다.
그는 8월 한 달간 13경기에 구원 등판해 10세이브를 쓸어 담으며 예전의 모습을 보였다.
상승세는 계속됐다. 9월엔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4의 특급 성적을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다.
멀어 보였던 KBO리그 통산 400세이브 고지는 점점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일 롯데 자이언츠와 더블헤더에선 두 경기 모두 마무리로 등판해 세이브 2개를 수확하는 등 전성기 모습을 보였다.
어느덧 오승환의 KBO리그 통산 세이브는 '399'를 가리켰다.
아홉수라고 했던가. 400세이브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지난 5일 kt wiz전에선 5-2로 앞서다가 9회초 한 점을 추가해 4점 차로 벌어지면서 세이브 조건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후 삼성은 3연패에 빠졌고, 올 시즌 남은 경기도 단 두 경기로 줄어들었다.
오승환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다. 내년에도 마무리 투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삼성은 14일 2만4천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찬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SSG와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치렀다.
경기는 쉽지 않았다. 삼성은 6회까지 1-3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삼성 팀 후배들은 오승환을 위해 똘똘 뭉쳤다.
6회말 극적으로 3득점 해 4-3으로 역전했고, 세이브 기회는 오승환에게 돌아갔다.
오승환은 평소보다 일찍 마운드에 올라섰다. 8회초 2사 2루 동점 위기에서였다.
상대는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 오승환은 풀카운트 승부에서 '직구'를 던졌다.
추신수는 반응했고, 공은 1루 강습타구로 날아갔다. 삼성 1루수 이성규는 몸을 던져 막아냈다.
무표정하던 오승환은 환하게 웃으며 이성규의 손을 잡았다.
오승환은 5-3으로 앞선 9회초에도 등판했다.
2사 1, 2루 위기에 투구 수는 30구를 넘어섰다. 그러나 누구도 오승환을 말릴 순 없었다.
그는 마지막 타자 박성한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고, 그를 좌익수 직선타로 막은 뒤 포수 강민호와 껴안으며 활짝 웃었다.
삼성 모든 선수는 마운드로 올라가 오승환을 축하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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