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에 희생당한 새만금…가짜뉴스 진원지는 국민의힘

2023. 10. 1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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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잼버리 리포트30] 가짜뉴스 소재 만들어 생산해내는 진원지도 함께 처벌해야 국민적 공감 얻을 수 있어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정부가 ‘가짜뉴스’를 막겠다며 범부처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허위정보를 유포한 매체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가짜뉴스에 대해 엄벌하겠다면 가짜뉴스의 희생양이 된 새만금사업과 관련한 가짜뉴스는 어땠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전북도가 ‘대국민 사기극’ 주범인가?

새만금잼버리대회가 파행으로 끝난 직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정경희 의원이 제일 먼저 포문을 열고 나섰다.

정경희 의원은 지난 8월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라북도는 잼버리를 핑계로 지역 SOC 사업 예산을 더 빨리, 더 많이 끌어가는 데만 힘을 쏟았다"며 "그러니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전라북도가 잼버리를 핑계로 SOC 사업으로 끌어간 예산이 무려 11조 원에 육박한다"며 "총사업비 8천억 원의 새만금 국제공항은 아직 착공도 못 했고 새만금 신항만 3조 2천억 원,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1조 9천억 원, 새만금 지역 간 연결도로 1조 1천억 원 등에 '잼버리 딱지'를 붙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만금 잼버리는 부지선정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며 "전라북도는 매립한지 10년이 넘어 나무가 자랄 정도로 안정화된 멀쩡한 기존 새만금 부지를 여럿 두고도 난데없이 아직 메우지도 않은 '생 갯벌'을 잼버리 개최지로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생갯벌’에 ‘꿍꿍이’ 주장까지

그는 "누가 봐도 이상한 일엔 항상 꿍꿍이가 있는 법"이라며 "실제로 2017년 11월 전북 도의회에서 도의원들은 'SOC를 빨리 하기 위해서 우리가 잼버리를 유치했다', '잼버리를 하려고 하는 목적은 공항 같은 SOC 사업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발언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인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은 다음 날인 8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새만금 잼버리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 받은 새만금 국제공항(8077억원)을 비롯해 아직 건설 중인 새만금-전주 고속도로(1조9200억원), 잼버리 참가자의 편의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건설된 내부동서도로·내부남북도로(7886억원), 새만금 신항만(3조2000억원) 등 11조원에 육박하는 SOC 예산이 투입됐다”며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쳤다.

송 의원은 심지어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잼버리를 SOC 예산 확보를 위한 도구로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권 카르텔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국회 결산심사에서 철저히 심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민의힘 강사빈 부대변인도 이 대열에 바통을 이어받아 뛰어들었다.

그는 8월 19일 논평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전라북도가 대가를 치르고 반성하는 것이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비판했다.

"잼버리 파행 대가 치르는 게 국가에 대한 도리" 기정사실화

강 부대변인은 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 강탈에 혈안이 돼 1171억 원에 달하는 혈세가 투입된 행사가 파행됐다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며 따져 물으면서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한 중앙정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정치공세로 일관하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구나 “잼버리 대회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중앙정부의 피나는 노력이 무색하게도 전북도는 자신들의 이익에 눈이 멀어 대회 파행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실괸계를 전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전북도를 이익에 눈멀어 예산만 챙기고도 잼버리대회를 파행시킨 ‘파렴치한’으로 몰아세웠다.

이들 세 명의 국민의힘 의원과 부대변인이 말한 얘기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가짜뉴스’로 확대 재생산돼서 일파만파가 됐다.

우연인지 아니면 우연을 가장(?)한 사전 치밀한 계획였는지 지금은 확인할 수 없는 일이지만 거짓말처럼 2024년 새만금관련 SOC예산이 말 그대로 싹둑 잘려 나가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새만금이 전북 서해안이 아닌 다른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면?

새만금이 “전북 서해안이 아닌 다른 지역에 위치해 있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져볼 수 밖에 없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지난 8월 29일 기재부가 발표한 2024년도 새만금 SOC 사업 예산은 부처반영액보다 78%가 대폭 삭감된 1479억 원으로 나타났다. 삭감액은 무려 5147억 원에 이른다.

지난달 8일 전북지역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대정부질문에 나선 안호영 의원은 전북의 중요 현안인 "새만금 SOC 예산삭감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의 파행 책임을 전북도에 전가하기 위한 보복성 위법 삭감이자 예산독재다"고 강력 반발했다.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은 8월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새만금 잼버리 파행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고사하고 사실관계를 따지고 냉정한 평가를 하자는 국회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더니 “오히려 전 정부탓, 전북 탓, 새만금 탓 만하며 책임회피에 전전긍긍하더니 결국 아무런 잘못도 없는 새만금에 그 책임을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그 단적인 예로 지난 3월 6일, 한덕수 총리는 제29차 새만금위원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제시했다.

한 총리는 당시 “정부는 새만금의 비전인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의 실현을 위해 새만금 개발을 가속화하고, 도약의 모멘텀을 만드는데 범정부적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으며 “공항·철도·항만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정부 방침에 따라 지난 5월 말 국토교통부 등 정부 각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예산요구서에는 새만금 관련 24개 사업 예산 총 7389억 원이 담겼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8월 29일 발표한 정부 예산안에는 이중 1861억 원인 25% 수준만 반영됐으며 무려 75%에 이르는 5528억원이 기재부 심의과정에서 삭감된 것이다.

특히 이미 새만금 기본계획(MP)에 반영돼 추진 중인 10개의 새만금 SOC 사업 예산은 정부 각 부처에서 6626억원을 반영해 기재부에 제출했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최종 반영된 예산은 고작 1479억원(22.3%)에 불과해 무려 77.7%가 날라간 것이다.

전북 국회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과 새만금 국제공항에 대한 정부 예산안을 살펴봐도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가덕도신공항 1647억->5363억, 새만금공항 790억->66억 원

가덕도 신공항은 22년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중기재정계획상 24년도에 1647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실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세배가 넘는 5363억 원이 반영됐다.

반면, 새만금 국제공항은 중기재정계획상 24년 79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고작 66억원만 반영된 것이다.

전북 국회의원들은 이렇게 묻고 있다.

“2023년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의 기재부 심의기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새만금잼버리대회 파행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감사원 감사가 착수되기도 전에 국민의힘은 파행의 책임을 전북도에 돌렸으며 그 결과 내년 새만금SOC예산의 78%가 삭감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사실에 대해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잼버리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면 새만금 SOC예산은 살아 있을까?”

그러나 이같은 질문은 성립되지 않는다. 왜냐면 새만금잼버리대회는 처음부터 파행의 결과를 예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잼버리 1년 전 소름 돋는 예견…당당했던 김현숙 여가부장관’

새만금잼버리대회를 1년 여 앞뒀던 지난해 8월 18일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보인 김현숙 전 여성가족부장관의 발언을 보면 새만금잼버리대회의 결말을 예상할 수 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장관은 당시 “배수 시설이나, 화장실, 급수대 등 시설들이 늦어지고 있다. 잘못하면 준비 상태가 상당히 문제 될 수 있다”는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준비가) 늦어진 건 농식품부나 해수부, 새만금청과의 사용 허가 변경 절차인데 거의 완료됐다”고 대답했다.

새만금잼버리대회의 준비 과정에 대한 질타는 지난해 10월 2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진다.

새만금이 위치한 전북 부안,김제가 지역구인 이원택 의원은 다시 잼버리대회와 관련한 질문을 이어 간다.

이 의원이 “세계 잼버리 개막이 열 달 남았는데 잘 진행될 것 같냐”고 묻자, 김현숙 전 장관은 “물론이다. 저는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실제 지난 8월초에 열렸던 잼버리대회에서 그대로 재연된 파행의 실상을 담은 질문을 한다.

경고가 현실이 된 새만금잼버리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코로나19 감염 대책, 관광객 편의시설 대책, 영내외 프로그램을 다 점검해야 한다”며 “전 세계에서 바라보는 이 대회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의원은 “두고 봐라. 나중에 역사가 장관님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발언까지 했다.

그런데도 주무부처 장관인 김 장관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았다”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고 언론은 당시 김 전장관의 모습을 전한다.

처음부터 새만금잼버리대회는 파행의 결말을 예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여당은 새만금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끝날 줄을 미리 예견하고 그 책임을 전북도에 물어 새만금SOC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한다는 계획을 사전에 치밀하게 세우고 밀어붙였을까?

설마하니 국책사업과 국토균형개발사업을 두고 그런 계획이 있었으리라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결과는 그렇게 나타났다.

그래서 보복성 예산삭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차라리 그 책임을 물어 보복성으로 해당 지역 국가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면 어느 정도 수긍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책임소재 여부가 분명하게 가려지기도 전에 이제 막 탄력이 붙기 시작한 새만금국책사업의 예산을 뭉텅 잘라냈고 다른 곳의 국책사업은 눈덩이처럼 늘어난 것은 설명도 안되고 납득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새만금잼버리대회를 빌미로 전북발전을 꾀하려 했다면서 전북도와 전북도민을 비하하고 마치 파렴치범으로 몰아세우고 나서는 그만큼의 예산을 아직 유치결정도 안된 부산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붙였다면 그 설명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게 새만금잼버리대회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정부여당의 태도라고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새만금의 빅피쳐를 다시 그리겠다는 한덕수 총리의 발언도 궁색한 변명에 불과할 뿐이다.
“새만금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범정부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한 한 총리의 말도 불과 6개월 만에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새만금 속도감있게 쭉쭉~임기 내 완료 약속”은 어디로?

이제 와서 윤석열 대통령의 새만금 관련 발언을 살펴 보면 더 기가 막히게 된다.

지난 2021년 12월 22일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새만금을 찾아 “전북의 미래 뿐 아니라 서해안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가 새만금에 있네”라고 말했다. 이 당시 윤 대통령은 “새만금이 그동안 너무 지체돼 온 것 같다”면서 “속도감있게 쭉쭉 밀고 나갈 수 있게 해야 겠다”고 말했다.

22년 2월 12일 열정열차로 전주를 찾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새만금에) 그래도 꾸준히 많은 기반이 돼 있고, 재정으로 투자도 돼 있다. 이 정도 가지고는 안되고 이제 완결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후 다음 해인 22년 2월 당선인 신분으로 전북을 찾아서는 또 이렇게 강조했다.

"30년 간 찔끔찔끔 개발해온 것을 제가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하면 임기 내에 새만금 개발이 완료될 수 있도록….“
윤 당선인은 당시 ‘전북 군산과 김제, 부안을 하나로 묶는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과 대통령 직속 새만금 특별위원회 설치, 새만금신공항 조기 착공’등 새만금 관련 8가지 공약을 했다.
▲전북 국회의원들이 지난 8월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프레시안
전북은 이렇게 묻고 있다.

”새만금 사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자세가 이렇게 180도 돌변한 이유가 무엇인가?“

전북 국회의원들은 ”기획재정부가 특정 지역이나 사업에 대한 예산안 편성을 감정적이고 자의적으로 했다면 이건 재량권의 일탈을 넘어 직권 남용“이라고 규정했다.

또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전북탓으로 돌리며, 새만금 사업을 잼버리와 무리하게 엮으며 정치적으로 악용했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보복성 예산 편성이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잼버리 부지와 관련한 허위사실에 적극적인 반박에 나서고 있는 민주당 이원택 의원(김제부안)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에서 새만금 잼버리 부지는 뻘밭이 아닌 물 빠짐이 아주 좋은 실트질의 모래였다는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잼버리 부지 매립사업을 추진하기 전인 2018년 3월에 매립토의 토질 특성과 투수계수 분석에 나선 자료에서 재차 확인된 것이다.

당시 지층 상태는 생갯벌이 아니라 물 빠짐이 좋은 실트질모래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트질모래는 모래가 50% 이상인 흙으로 점토보다 배수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망할 수밖에 없는 ‘생(生)갯벌’을 부지로 선정해 잼버리 대회의 파행을 불렀다는 정경희의원의 이른바 ‘생갯벌 부지론’이 허구임을 확인해주는 자료이다.

아니면 말고? 사과는 없다.

가짜뉴스의 진원지가 됐던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한 사과는 들리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가짜뉴스’를 막겠다며 범부처 TF를 구성하고 허위정보를 유포한 매체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객관적 기준이 없이 정권의 입맛대로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가짜뉴스도 문제지만 가짜뉴스의 소재를 만들어 생산해내는 진원지도 함께 처벌받아야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최인 기자(=전주)(chin5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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