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클' 초보 이승엽, 9위 두산 1년 만에 가을야구 이끌다…LG 꺾고 공동 4위로[잠실 게임노트]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가 2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확정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부임 첫해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두산은 1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시즌 15차전에서 3-2로 이겼다. 5위 두산은 시즌 성적 74승65패2무를 기록하면서 NC 다이노스(74승65패2무)와 공동 4위에 올랐다. 두산은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최소 5위를 확보했고, 남은 3경기에서는 더 높은 순위로 포스트시즌을 맞이하기 위한 싸움을 이어 간다.
두산은 지난해 창단 역대 최저 순위인 9위(60승82패2무)로 시즌을 마무리하면서 2014년 이후 7년 만에 가을야구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KBO 구단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명문 구단의 추락이었기에 자존심이 상하는 결과이기도 했다.
두산은 결국 분위기 쇄신을 위해 두산의 황금기를 이끈 김태형 전 감독과 결별을 선언하고, 이승엽 감독과 손을 잡으면서 팀에 새로운 바람이 불길 기대했다. 이 감독은 지도자 경험 없이 지휘봉을 잡은 터라 '초보'라는 꼬리표를 시즌 내내 달고 있어야 했지만, 부임 첫해 팀을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끌면서 지도자로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됐다.
# 선발 라인업
두산: 정수빈(중견수)-조수행(우익수)-호세 로하스(지명타자)-양의지(포수)-양석환(1루수)-김재환(좌익수)-강승호(2루수)-김재호(유격수)-박준영(3루수). 선발투수 브랜든 와델.
두산 주장이자 3루수인 허경민이 오른쪽 허벅지가 타이트한 증상이 있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선발 출전은 어렵다. 경기 후반에 무리하면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웬만하면 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LG: 박해민(중견수)-홍창기(우익수)-김현수(좌익수)-오스틴 딘(1루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김민성(2루수)-이재원(지명타자)-허도환(포수). 선발투수 김윤식.
# '1승이면 5강 확정' 두산 필승 다짐…LG는 한국시리즈 대비
5위 두산은 1승만 더 확보하면 6위 KIA 타이거즈의 추격을 따돌리고 가을야구를 확정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두산은 어떻게든 더 높은 순위에서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산술적으로 두산은 여전히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승엽 감독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14일) 경기부터 어떻게든 (더 이겨야 한다), 우리가 LG나 SSG에 잘 못 싸워서 열세지만, 그건 시즌 초중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지쳤지만, 상대도 지쳤다고 볼 수 있고 이제는 승리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우리가 오늘 이기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 짓지만, 승패에 따라서 상대도 정해지고 하니까 순위도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여기서 5위로 마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일단 매 경기 그냥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오늘 끝나면 내일도 또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남은 4경기에서 우리는 순위가 확정되지 않는다면 전력을 다해서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LG는 한국시리즈를 대비해 테이블세터에 변화를 줬다. 1번 박해민-2번 홍창기로 변화를 주면서 다득점에 특화된 라인업을 가동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공격적으로 가고 싶을 때 빅이닝을 만들 수 있는 훨씬 좋은 타순이다. 오늘(14일)과 내일 똑같이 테이블세터를 이렇게 기용할까 한다. 원래 1번타자는 홍창기다. 그래도 해보고 싶었다. 해보지 않으면 머리에 남을 것 같았다. 한국시리즈 중간에 쓸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으니 시험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면 한국시리즈 때도 이 테이블세터 조합을 활용할 생각이다. 염 감독은 "타순의 공격력을 고려하면 홍창기-김현수-오스틴 순서로 가면 훨씬 강해진다. 선취점이 중요하면 1회에 (홍)창기가 나가서 (박)해민이가 번트를 댄다. 이길 확률이 높은 야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욕이 앞섰나…본헤드플레이·도루자 속출, 1-1 팽팽한 접전
두산과 LG 모두 의욕이 앞선 탓일까. 두 팀 모두 본헤드플레이와 도루자가 속출하면서 대량 득점 없이 팽팽한 접전이 펼쳐졌다.
두산은 1회초 LG 선발투수 김윤식이 흔들릴 때 대량 득점할 기회를 놓쳤다. 1회초 1사 1루 로하스 타석 때 조수행이 2루를 훔치면서 득점권으로 움직인 상황. 로하스가 우전 안타를 날렸는데, 조수행의 발이 빠른 걸 고려해도 타구가 그리 깊지 않았다. 홈까지는 무리였고, 다음 타자가 양의지인 것을 고려하면 1사 1, 3루까지만 만들어도 득점을 기대할 만했다.
그런데 정수성 작전코치의 팔이 돌아갔다. 조수행은 홈까지 내달렸다. 제대로 뛰었다 해도 접전이었겠지만, 잔디에 미끄러지는 불운까지 겹쳤다. 홈과 3루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려 태그아웃됐다. 그러면 조수행은 가능한 홈 가까이에서 태그아웃되면서 타자주자 로하스가 더 진루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했다. 조수행은 3루에서 살아보려다 태그아웃됐고, 2루에서 3루 진루를 시도하던 로하스마저 태그아웃되면서 그대로 이닝이 종료됐다.
두산은 2회초 가라앉은 분위기를 되살리는 선취점을 뽑았다. 양의지와 양석환의 연속 안타에 힘입어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김재환이 2루수 병살타를 치면서 찬물을 끼얹긴 했지만, 2사 3루에서 강승호가 유격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할 때 3루주자 양의지가 득점해 1-0이 됐다. 두산은 다음 김재호 타석 때 추가 득점을 위해 강승호에게 2루 도루를 지시했는데, 강승호가 도루에 실패하면서 흐름이 끊어졌다.
LG는 2회말 선두타자 오스틴의 홈런에 힘입어 1-1 균형을 맞췄다. 오스틴은 볼카운트 2-2에서 브랜든의 커브를 걷어올려 왼쪽 담장을 넘겼다. 오스틴의 시즌 23호 홈런이었다.
LG는 내친김에 경기를 뒤집으려 했다. 1사 후 문보경이 볼넷을 골라 걸어 나가고, 김민성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2사 1루가 됐다. 이재원 타석 때 문보경이 2루 도루를 시도했는데, 역시나 실패하면서 추가 득점 기회가 무산됐다.
# 스퀴즈번트로 앞서 나간 두산…정철원의 뼈아픈 동점포, 강승호·김강률이 만회했다
두산은 7회초 LG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선두타자 김재환이 1루수 오스틴의 땅볼 포구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2루를 밟았다. 이 감독은 김재환을 대주자 김태근으로 교체하면서 1점을 쥐어짜기 위한 의지를 보였다.
2차례 번트 작전에 성공했다. 무사 2루에서 강승호의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었고, 베테랑 김재호에게 스퀴즈 번트를 지시하면서 2-1로 앞서 나갔다.
선발투수 브랜든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7이닝 94구 4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1점차 접전에 힘을 실어줬다. 여기까지 두산의 시나리오는 완벽해 보였다.
그러데 8회말 등판한 정철원이 동점포를 허용했다. 1사 후 이재원에게 슬라이더 실투를 던졌는데 타구가 왼쪽 담장 너머로 뻗어갔다. 비거리 125m에 이르는 대형 홈런이었다. 2-2 동점이 되면서 올 시즌 내내 두산을 괴롭힌 LG 공포증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강승호가 중요한 순간 결승타를 날렸다. 9회초 1사 후 양석환이 볼넷을 얻어 출루한 뒤 대주자 이유찬과 교체됐다. 이유찬은 다음 김태근 타석 때 2루를 훔쳤고, 김태근이 3루수 땅볼로 물러날 때 3루를 밟았다. 이어 강승호가 우전 적시타를 날려 3-2 리드를 안겼다.
두산은 9회말 김강률을 올려 경기를 끝내고자 했다. 그런데 김강률이 홍창기에게 안타, 문성주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계산이 꼬였다. 무사 1, 2루 위기에 김명신을 낼 수밖에 없었다. 김명신은 오스틴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한 고비를 넘겼다. 이어 오지환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문보경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경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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