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미술 선구자 이건용, 뉴욕 구겐하임에서 ‘달팽이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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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걸음'이 44년만에 현대미술 심장부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재연됐다.
이건용(81) 작가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설적 퍼포먼스 '달팽이 걸음'을 선보였다.
이 작가의 이날 퍼포먼스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지난달부터 시작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에 맞춰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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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걸음’이 44년만에 현대미술 심장부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재연됐다.
이건용(81) 작가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설적 퍼포먼스 ‘달팽이 걸음’을 선보였다.
미술관에는 이날 100여명의 관객들이 5층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이 작가의 퍼포먼스를 지켜봤다. 이 작가가 맨발로 쪼그려 앉은 뒤 바닥에 좌우로 선을 반복해 그으면서 전진하는 행위 예술이다. 작가는 선을 쌓으며 전진하나 발로 선이 지워진다. 결과적으로 남는 이미지는 좌우 방향으로 반복된 선과 이를 관통하는 두줄의 선이다. 특정한 신체적 조건 하에서 ‘그린다’는 행위와 ‘지운다’라는 행위가 동시에 일어나는 역설적 상황을 보여준다.
이 작가는 그림을 그리기 전 관객들에게 ‘생명의 속도’에 주목해달라고 발언했다. 그는 “현대 사회는 모든 면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생명의 속도는 느리다”라며 “나는 오늘 생명의 속도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구겐하임 미술관 바닥에 설치된 붉은색 목판의 길이는 10m에 달했다. 80대 노작가가 쭈그려 앉은 자세로 쉬지 않고 전진하기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이 작가는 중간 중간 붓질을 멈추고 관객들과 대화를 하며 숨을 돌리기도 했다. 마지막 붓질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자 관객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이 작가는 퍼포먼스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1979년 처음 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는 선을 그리고 지운다는 회화의 본질에 대한 탐구의 의미가 있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해석의 여지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달팽이 걸음’에 대해 “1979년 발바닥을 이용해 조금씩 움직이면서 바닥에 선을 좌우로 끊임없이 그었습니다. 손으로 선을 긋는 것과 발바닥으로 선을 지우는 행위가 동시에 일어나면서 하나의 느린 속도 안에서 생명의 선이 탄생됩니다. 그것은 내가 생명의 선을 일부러 그려낸 것이 아니라 필연적인 행위를 통해서 나타난 것입니다. 사실 이것도 현신이죠. 바닥(평면)에 몸이 부딪히면서 발바닥이 지우고 나간 생태적 흔적의 선이 손으로 그은 선의 띠와 함께 드러나게 되는데 그 안에는 어떤 ‘필연의 로직(logic)’이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 작가의 이날 퍼포먼스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지난달부터 시작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에 맞춰 기획됐다. ‘달팽이 걸음’을 필두로 19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또다른 대가인 성능경, 김구림의 퍼포먼스도 이어질 예정이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강수정 학예연구관과 구겐하임미술관의 안휘경 아시아미술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했다. 내년 1월까지 진행한 뒤, 2월부터 5월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Hammer Museum)으로 옮겨 펼쳐진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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