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 입고 국회 앞 가득 메운 교사들…"아동복지법 개정하라"
학폭업무 수사기관 이전…'악성민원'에 학폭 담당 교사 고충
'교육부도 공범' 교육부에 대한 국회의 강도 높은 '국정감사' 촉구
공교육 정상화와 교권 회복을 호소하는 전국 교사들이 한 달여 만에 다시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었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을 계기로 지난 7월 22일, 더운 여름 시작했던 집회는 이날로 10번째를 맞았다.
14일 전국교사일동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교육정상화 입법 촉구' 집회를 열고 아동복지법 개정과 교육부 국정감사 등을 요구했다. 추석과 한글날 연휴 등으로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토요 집회를 재개해 주최 측 추산 3만 명이 모였다.
검은 옷을 입고 국회 앞 도로를 가득 메운 교사들은 '교육부도 공범'이란 피켓을 들고 "고소남발 아동복지법 전면개정 촉구한다", "인격살인 악성민원 강력하게 처벌하라", "자살 아닌 타살이다. 교사 순직 인정하라"란 구호를 외쳤다.
집회 사회자는 "여태까지 대책들은 배가 아파 당장 수술이 필요한 사람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원하는 것은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교권 보호 4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교사들은 무분별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아동복지법 17조 개정 등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교사들은 "교권 4법이 공포됐지만 법령과 학칙에 따르지 않는 교육행위라고 해서 모두 아동학대라고 보기 어렵다"며 "가정과 가정 외 환경에서 벌어지는 학대 유형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학생과 안마를 주고받은 일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뒤 전북인권센터와 교육청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는 전북의 한 초등 교사의 이야기도 공유됐다.
해당 교사는 "상대가 '정당한 교육 활동이 아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면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교권보호 4법으로는 아동학대 신고 자체를 막을 수 없고 무고성 고소·고발에 대해 강한 처벌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 118명에 대한 의견 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학폭 업무 담당자를 힘들게 만드는 요인'에 대해 교사 51.7%가 '악성 민원'이라고 답했다. 뒤를 행정절차 복잡성(25.1%)과 지나치게 넓은 학폭 범위(23.2%)가 이었다.
또 전체 응답자의 65.4%는 학폭업무를 수사기관에 이전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학폭 업무가 시작되는 순간 고소·협박과 책임 전가, 아동학대 신고 협박을 비롯한 악성 민원에 시달린다"며 "이는 수사 권한이 없는 학교에 수사 책임만 지우기 때문"이라며 학폭 업무의 수사기관 이관을 요구했다.
22년 차 초등교사는 이날 "수많은 악성 민원으로 악용되는 아동학대관련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며 "교사의 교육권, 학생의 학습권이 악성 민원과 고소로 침해당하지 않도록 아동학대관련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의정부 호원초 고(故) 김은지·이영승 교사 유족 대리인을 맡고 있는 이정민 변호사도 자유발언에 나서 "일에 치여 고통스러워하는 선생님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그 원인이 업무와 사회에 있었다는 점에서 도망가지 않아야 한다"며 "극단적 선택이란 행동에 집중해 사회에 면죄부를 주는 행동은 더 이상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두 선생님의 안타까운 선택은 업무상 재해이자 업무로 인한 사망, 순직이라는 점을 더 이상 부정해선 안된다"고 했다.
교사들은 교육부에 대한 국회의 강도 높은 국정감사를 촉구했다. 앞서 진행된 교육부 간담회에서 교육부가 아동복지법 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서이초 사건 등 진상 규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지난 10일 경찰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인이 사망한 경위와 그 과정에서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인의 사망 동기를 명확히 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심리부검을 의뢰하면서 사실상 수사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국교사일동은 오는 28일 '아동복지법 17조 개정안 발의'를 요구하는 '제11차 전국교사집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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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민정 기자 fores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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