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산 원유 수입시 무관세 된다…첫 아랍권국가와 FTA 타결
UAE 최초 온라인게임 서비스 시장 개방… K-컨텐츠 확산 기대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앞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수입하는 원유(原油)에 대한 관세가 없어진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산업의 원가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UAE가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영화·음악 등 서비스 시장을 개방해 K-콘텐츠가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순방의 결과로 조성된 ‘신 중동붐’을 확산할 경제통상안보협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UAE 통상장관회담’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양국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지난 2021년 10월 양국 통상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CEPA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후 2년만이다. 협상 타결 기준으로 한-UAE CEP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24번째 자유무역협정(FTA)이며 아랍권 국가와의 첫 번째 자유무역협정 체결이다. CEPA는 FTA과 유사하며, 양국 간 상품, 인력 이동뿐만 아니라 포괄적 교류·협력까지 포함한다.
중동 지역 핵심 우방국인 UAE와 우리나라의 교역규모는 지난해 195억 달러(한화 24조4200억원 가량)를 기록했으며 우리나라와 교역 규모 순위로 16번째다. 양국간 상호 직접투자 규모는 2022년 누계 기준 71억달러(9조6200억원 가량)다. 또 UAE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178여개에 이른다.
양국은 CEPA를 통해 양국은 높은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하게 된다. 상품 시장의 경우, 전체 품목 중 우리나라는 92.8%, UAE는 91.2%에 적용되는 관세를 협정 발효 후 최장 10년 이내에 철폐키로 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UAE에 수출하는 주력품목인 자동차·자동차부품, 전기전자 제품(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원동기 및 밸브, 합성수지 등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다. 특히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개방됨으로써 UAE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경쟁국에 비해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의료기기·화장품 등 수출유망품목과 쇠고기·닭고기·신선과일·라면·인삼 등 농축산식품 및 조미김·멸치·전복·고등어 등 수산식품에 대해서도 UAE측 관세가 철폐된다. 이에 따라 중동 지역으로의 농수산물 시장 개척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UAE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 가장 비중이 큰 원유은 기존 3%에 달하던 우리측 수입 관세가 10년에 걸쳐 철폐된다. 이로써 우리 정유산업의 원가경쟁력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원유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게된다.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에 대한 관세를 상호 5년간 50% 감축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우리 석유화학업계 전반의 가격 경쟁력 제고를 높힐 것으로 기대된다. 또 국내 생산 나프타의 대(對)UAE 수출길도 모색할 수 있게 된다.
서비스 시장은 온라인 게임, 의료서비스, 시청각, 건설 분야 등 우리 최우선 관심 분야를 UAE가 그간 체결하여 온 CEPA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개방한다. UAE는 CEPA 최초로 온라인 게임 서비스 시장을 개방해 UAE에서의 우리 게임의 진출 확대가 기대된다. 또 영화‧음악 등 시청각 서비스 분야를 개방하여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K-콘텐츠의 소비 확산을 도모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의료 서비스 개방으로 의원급·병원급 의료기관들의 현지 개원 및 원격 진료가 가능해지고, 산후조리·물리치료 서비스 개방으로 한국 의료시스템 수출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UAE가 체결한 CEPA 최초로 데이터의 국경간 이전이 허용, UAE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현지에서 수집한 중요 정보를 국내로 이전할 수 있게 된다. 또 서버 등 컴퓨팅 설비 현지화 요구 금지 의무 포함으로 기업이 현지에서 새로운 서버를 설치하지 않고도 기존 서버를 활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현지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했다.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 하에서의 저작권 보호, 영화나 음악 등 한류 콘텐츠 보호를 위한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을 강화하는 등 지식재산권 전반에 대한 보호 수단을 확보했다.
UAE가 지금까지 체결한 CEPA로서는 최초로 에너지·자원 협력 부속서를 채택해 에너지 부문 상·중·하류, 재생에너지, 수소, 탄소 포집 및 저장(CCUS) 등 협력을 규정했다. 또 바이오 의약품, 바이오 화학, 바이오 에너지, 바이오 자원 등 바이오 경제 협력에 관한 별도 부속서도 자유무역협정 최초로 채택했다. 이로써 평상시 양국 기업간 협력 주선은 물론 공급망 교란시 정부간 긴급 협력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이번 협상 타결 선언 이후 법률 검토 및 협정문 국문 번역 등 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정식 서명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경제적 영향평가와 국회 비준 동의 등 각국의 국내 절차를 거쳐 가급적 이른 시기에 협정이 발효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한-UAE CEPA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경제통상 분야에서의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로 활용돼야한다”고 말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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