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괜찮은데 주가 오를지가 미지수…서울보증보험 청약 고민되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kdk@mk.co.kr) 2023. 10. 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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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서울보증보험]
예상 시가총액 규모로는 올해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최대어인 서울보증보험의 공모 청약이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대어 불패’에 대한 믿음이 굳건한 IPO 시장이지만 서울보증보험의 청약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배당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밸류에이션이 지극히 보수적인 금융업의 특성상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따따블’(상장 당일 공모가 4배 상승)과 같은 주가 급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 투자매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서울보증보험은 이날부터 오는 19일까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서울보증보험의 공모가 희망범위는 3만9500원에서 5만1800원이다.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한 뒤 오는 25일과 26일 이틀간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등 두곳의 증권사에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모가 상단 기준 서울보증보험의 예상 시가총액은 3조6168억원이다. 올해 IPO 시장에서 가장 흥행한 종목인 두산로보틱스(1조7000억원)이나 내달 초 청약을 진행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3조5400억원)보다 큰 규모의 회사다.

시장 분위기는 미적지근하다. 최근 IPO 시장에서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청약증거금 1위 두산로보틱스에 이어 2, 3위를 기록한 필에너지와 신성에스티 모두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일수록 IPO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셈이다.

서울보증보험의 기업 규모나 업계 내 위상에 비해 일반인들의 인지도도 낮은 편이다. 종합보증보험으로는 사실상 독점 형태로, 알짜 회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서울보증보험은 채무자의 채무불이행에 대비해 채권자가 가입하는 보험이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되돌려받기 위해 가입하는 전세보증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보증보험은 배당 매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2021년과 2022년 배당성향이 각각 50.2%, 49.7%를 기록했다. 벌어들인 순이익의 절반 정도를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셈이다. 국내 상장사의 평균이 35%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다.

서울보증보험은 올 상반기까지 189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해 연간으로 4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이 나고 이중 절반인 2000억원을 배당한다고 하면 주당 배당금은 2864원이다. 공모가 상단인 5만1800원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은 5.52%, 하단은 7.25%다. 일반적인 상장사보다는 높지만 KB금융(6.1%), 신한지주(6.0%), 하나금융지주(8.7%), NH투자증권(7.0%), 삼성증권(7.2%) 등 금융주들의 배당수익률과 큰 차이가 나는 숫자는 아니다.

이는 서울보증보험의 실적이 올해 들어 확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증보험은 암보험 등을 파는 일반적인 손해보험사와 달리 경기의 흐름을 많이 타는 것이 특징이다. 금리부담이 높아지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서울보증보험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2.2%나 줄었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의 순이익이 27.2%나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배당 재원자체가 줄어드니 배당수익률도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공모주 투자자들의 청약 참여를 주저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가 상승 여력이다. 금융회사는 일반적으로 주가순자산가치(PBR)를 통해 적정한 기업가치를 산출한다. 즉 자기자본 규모가 클수록 시가총액도 큰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보증보험의 PBR은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0.57배, 하단 기준으로 0.75배다. 국내 손해보험사 중 삼성화재의 PBR은 0.67배, DB손해보험은 0.48배다. 서울보증보험의 공모가 범위가 현재 국내 최상위권 손해보험사의 밸류에이션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서울보증보험의 공모가가 희망범위 최상단인 5만1800원으로 결정되고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의 4배인 20만7000원까지 오르면 서울보증보험의 PBR은 2배가 넘어간다. 카카오뱅크 수준의 밸류에이션이 되는 것이다. 이런 주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

오버행 이슈도 주의할만한 대목이다. 서울보증보험은 예금보험공사가 93%의 지분을 보유한, 공기업 같은 민간기업이다. 이번 IPO도 예보 보유 지분 중 일부를 전량 구주매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적자금을 IPO를 통해 회수하는 방식이다. 예보는 상장 이후에도 서울보증보험 지분을 블록딜과 같은 방식으로 매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장 이후 민영화 추진과정에서 독점 해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중기적 시계에서 큰 리스크요인은 아닌 것 같다”라면서도 “향후 물량 출회 전망은 다소 부담스럽다. 2~3년간 최대 33.85%의 추가매각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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