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음에게 악역의 포스가 없다고 어찌 그를 탓할 수 있으랴('7인의 탈출')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3. 10. 1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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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은 <펜트하우스> 연작으로 시청자와의 기싸움에서 승리한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드라마다.

<7인의 탈출>은 첫 회부터 여고생의 출산과 학폭, 엔터 기획사의 야비함, 여기에 주홍글씨라는 인터넷방송 BJ까지 등장시키는 등 온갖 자극적인 설정들을 때려 붓는다.

하지만 <7인의 탈출>은 <펜트하우스> 가 초반에 보여준 그 흥미로움을 이어가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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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탈출’, 탈출은 지능순인가?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은 <펜트하우스> 연작으로 시청자와의 기싸움에서 승리한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가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드라마다. <7인의 탈출>은 첫 회부터 여고생의 출산과 학폭, 엔터 기획사의 야비함, 여기에 주홍글씨라는 인터넷방송 BJ까지 등장시키는 등 온갖 자극적인 설정들을 때려 붓는다. 자, 이번에도 욕하면서 따라오라는 강렬한 손짓이다.

하지만 <7인의 탈출>은 <펜트하우스>가 초반에 보여준 그 흥미로움을 이어가지는 못한다. 물론 여기에서는 천서진(김소연)과 주단태(엄기준)으로 대표되는 악역 포스가 실종된 탓도 있다. 안타깝게도 오랜만에 복귀한 배우 황정음은 금라희라는 양면적인 얼굴의 악역을 살리는 데 실패했다. 황정음은 코믹과 로맨스는 물론 멜로까지 연기할 수 있는 감성적인 배우다. 하지만 금라희는 배우가 비집고 들어갈 감성적인 부분이 없다. 그렇다고 황정음이 캐릭터에 없는 감성까지 끌어내서 악역의 포스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이 있는 배우는 아니다.

사실 황정음만이 아니라 <7인의 탈출>의 다른 캐릭터들도 연기하기 쉽지는 않아 보인다. 캐릭터들이 악! 강강강강! 악! 이라 악만 있어서 자칫하면 오히려 지루하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악역 연기를 쫄깃하게 살려내는 건 배우들의 개인기 몫으로 돌아간다. 배우 신은경이 어떻게든 개인의 역량으로 악역을 살려낸 경우다. 산부인과 원장이자 방칠성(이덕화) 회장의 애인 차주란은 굉장히 단순하고 이기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특유의 매력이 덧입혀진 건 신은경의 탁월한 악역 연기 덕이다.

반면 야비한 교사 고명지를 연기한 조윤희는 연기 폭이 좁은 배우의 단점이 더 도드라진다. <펜트하우스>의 하윤철로 사랑받은 배우 윤종훈의 악역 양진모 연기도 좀 아쉽다. 전작의 하윤철은 나쁜 놈이지만 모성애를 자극하는 매력이 있었다. 반면 양진모는 좀더 속물스럽고 징그러운데, 이 부분을 잘 못 살리는 느낌이 있다.

한모네 역의 이유비만 유일하게 <7인의 탈출>의 수혜자다. 이유비의 캐릭터 소화력도 나쁘지 않지만 한모네가 <7인의 탈출>의 모든 사건을 만들어가는 역할이기 때문에 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7인의 탈출>의 겉도는 배우들을 악역 연기의 미숙함만으로 몰아가는 건 좀 야비한 평가 같긴 하다. 드라마 자체가 악과 깡만 남은 느낌인데, 그렇다고 딱히 공감이 가거나 정이 가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이 부분의 문제는 크다. <황후의 품격>이나 <펜트하우스>는 막장이어도 악역부터 조연까지 시청자들이 캐릭터들을 '덕질'할 만한 요소들이 많았다.

여기에 드라마의 전개 역시 자극적이지만 친절하지도 않고 드라마틱한 갈등 역시 느껴지지도 않는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나 예능 <300> 같은 배틀물의 성격을 드라마에 집어넣은 듯한데, 이게 김순옥 작가와는 그다지 어울리는 방식은 아닌 듯하다. 게다가 김순옥, 주동민 콤비의 매운맛을 전작에서 끝까지 보여준 탓에 이번 드라마는 여간해서는 매워도 맵지가 않다.

아마 제작진도 이 사실을 알고는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보려고 낯선 섬으로 인물들을 유인해 마약과 환각으로 어드벤처물의 흉내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CG로 유니콘과 멧돼지 괴물, 독을 쏘는 꽃 같은 걸 만들어낸들 전개가 빤한데 그게 무슨 소용?

이렇다보니 초반 회차가 진행될수록 궁금했던 <펜트하우스>와 달리 <7인의 탈출>은 회가 거듭될수록 볼까, 말까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데 보다 보면 자극적이지만 지루한 전개에 흥미를 잃고, 차라리 스마트폰으로 <나는 솔로 16기> 영상을 찾아보게 되는 일이 잦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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