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푸라기]우리집 멍냥이 펫보험 왜 비싼가 했더니
동물판 실손보험 펫보험 가입률 1%에 그쳐
진료항목·수가 표준화 안 돼 높은 보험료 책정
요새 보험업계에서 펫보험(반려동물보험)이 '핫' 하다고 합니다. 저출산 및 고령화가 가속화 하면서 펫코노미(Pet+Economy)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흐름을 간파한 보험사들은 반려동물 시장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 각종 펫보험 상품 출시에도 속도를 내고 있죠. 펫보험은 반려동물이 실제로 사용한 병원비에서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보상해주는 상품을 말하는데요. 반려동물판 실손의료보험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펫보험 가입 건수는 7만1896건이었는데요. 본격적으로 펫보험이 팔리기 시작한 2018년 7005건과 비교하면 약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증가세는 가파르지만 가입률은 미미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반려동물 개체 수는 799만 마리로 추정되죠. 전체 추정 개체수 대비 보험 가입률로 따지면 약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앞서 정부는 반려동물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며 펫보험 활성화를 정책 추진 과제에 포함시켰죠. 특히 금융당국은 이달중 펫보험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한 마리당 월평균 양육비가 15만원으로 조사됐고요. 이중 무려 40%에 해당하는 6만원이 병원비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동물은 사람이랑 달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니까요.
월 6만원을 기준으로 1년에 72만원, 10년에 720만원, 20년에 1440만원이 반려동물 병원비로 드는 셈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펫보험 가입을 고민하는 반려인들이 많습니다.
펫보험 가입 비중 '1%' 왜?
가입을 망설이는 이유도 있습니다.거의 대부분의 펫보험 상품이 비싸고, 본인부담금이 있고, 갱신형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펫보험 연평균 보험료가 55만2000원이라고 밝혔죠. 개인용 자동차보험료(70만원)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2~3년 뒤 보험료가 변동되는(사실상 오르는) 형태가 기본이라 가입기간 동안 부담할 보험료가 어느 정도로 뛸지 알기 어렵습니다.
입·통원 치료비는 실제 비용의 50~70%를 보장하는데 연간 500만원 수준으로 제한이 걸려있고요. 어떤 손보사는 하루 탈 수 있는 보험금을 최대 15만원으로 책정해 놨습니다.
이에 더해 만 10살 안팎의 비교적 어린 나이의 반려동물만 펫보험 가입이 가능하더군요. 보험보장 기간에서 16~20살 정도의 고연령은 아예 제외된다고 합니다.
아픈 곳이 많아 보험금이 많이 나갈 것 같은 고연령 반려동물은 가입도 보장도 불가능하게 해놨죠. 사실 그때가 보험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데 말입니다.
병력 유무 등에 대해 보험가입 '전' 미리 알려주는 고지의무도 사람이 드는 보험처럼 빡빡합니다.▷관련기사 : [보푸라기]보험가입 전 세 가지 의무 꼭 지키자!(2021년 7월24일) 그러면서도 흔한 질병은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소형견에게 흔히 발병하는 무릎뼈(슬개골) 탈구는 진료비 지출이 잦은 질병인데요. 보험사들은 면책 기간(가입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간)을 길게 설정하거나 아예 추가 가입비용이 필요한 특약 상품으로 빼놓는 꼼수를 쓰기도 합니다.
보험사 관계자들은 "제도적 기반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 펫보험의 보험요율이나 리스크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고 항변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동물병원마다 진료항목·수가가 표준화돼 있지 않다보니 보험사들도 펫보험을 어설프게 설계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하지만 시장성이 충분해 펫보험을 팔고는 싶고, 손해는 적게 봐야 하니까 보험소비자에 리스크를 넘기는 구조로 '판'을 짜 놓은 겁니다.
펫보험, 들까? 말까?
그래서 일부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펫보험 가입에 회의적입니다. "손보사 다이렉트 사이트에서 반려동물의 펫보험 보험료를 계산해 보고, 가입조건이나 면책사항 등을 잘 읽은 뒤 병원비(보험금)를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직관적으로 따져보면 된다"고 전합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증가에도 펫보험 가입률이 1%대에 그친다는 건 그만큼 펫보험이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라는 방증이라는 거죠.
반면 일부에선 여전히 펫보험 가입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손보사가 팔고 있는 여러 가지 상품중 합리적인 가격대가 있다면 가입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보험을 가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돈을 적립해 놓는 것이니까요.
보험사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은 말을 할 수 없어 질병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 등에서 사람보다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며 "규제의 변경과 구체적인 요율적용 등을 통해 보험료가 더 합리적으로 책정되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쪽에선 반려동물이 건강하다면 무조건 펫보험을 선택하기보다 은행에서 펫적금을 드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원금보장이 되고 목돈도 마련하기 좋다는 거예요. 최근엔 펫적금에 반려동물 의료비 지출시 특별 중도해지 기능도 생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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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kh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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