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분석] 대파란! 현대모비스, SK 아킬레스건 어떻게 공략했나. SK 코어 3명 가세하면 약점 해소될까
[군산=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울산 현대모비스가 이변을 일으켰다. 올 시즌 최강으로 평가받는 서울 SK를 잡아냈다.
현대모비스는 14일 군산 월명체육관에서 열린 '2023 MG새마을금고 KBL 컵대회' 4강전에서 SK를 89대88로 눌렀다.
경기종료 5.8초를 남기고 현대모비스는 87-88로 1점 차 뒤지며 패색이 짙었지만, 자밀 워니의 자유투 실패. 이우석이 전광석화같은 속공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현대모비스는 게이지 프림이 26득점, 서명진과 알루마가 10득점, 이우석과 김국찬이 9득점을 올렸다. SK는 워니가 25득점, 오재현이 19득점, 허일영이 15득점을 올렸다.
이날 경기의 핵심은 2가지였다. 현대 모비스가 SK를 어떻게 잡아냈을까. 이 과정에서 드러난 SK의 아킬레스건은 과연 핵심 선수들이 돌아오면 해결될 수 있을까.
▶양팀 특수한 매치업
SK는 올 사즌 KCC와 함께 최강으로 꼽힌다. 오세근을 데려왔다. 기존 자밀 워니와 김선형이 있다. 안영준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다.
최근 2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약점을 찾기 힘든 팀 시스템이다. 게다가 전희철 감독은 오랜 코치 경험으로 탄탄하게 벤치를 이끈다.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라 해도 무방하다.
컵대회에서도 강력하다. 김선형 안영준이 출전하지 않았다. 오세근은 아직까지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최부경도 없다. 하지만, 승승장구했다.
단, 현대모비스와의 경기에서는 고전했다.
현대모비스는 SK에 비해 코어진은 부족하다. 이우석 서명진 김준일이 있고, 외국인 선수 게이지 프림과 케베 알루마가 있다. 프림은 다혈질이지만, 지난 시즌 최상급 빅맨으로 활약했고, 알루마는 현대모비스의 약점인 경기 흐름을 읽고 팀 중심으로 잡아줄 수 있는 다재다능한 포워드 자원이다.
즉, 코어는 부족하지만, 로테이션 멤버는 SK에 뒤지지 않는다. 김국찬 장재석 함지훈 신민석 김지완 박무빈 등이 있다. 하지만, 코어와 힘, 조직력에서 현대 모비스는 SK에 비하면 2%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경기는 박빙으로 흘렀다. 두 팀은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했다.
1쿼터 SK가 22-18로 앞서 나갔다. SK는 이번 대회에서 김형빈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잠재력이 높은 신예 포워드 자원으로 SK가 집중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는 선수다. 전희철 감독은 "김형빈이 이제 우리 팀에 녹아들면서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했다.
1쿼터 막판 3점포를 비롯, 7득점을 집중했다. 이번 대회 SK는 핵심 3명(김선형 안영준 최부경)이 빠진 상황이지만, 김형빈과 오재현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어들의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다.
2쿼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현대 모비스가 몰아부쳤다. 김지완의 잇단 속공, 김국찬의 득점이 터졌다. 2쿼터 5분을 지난 시즘에서 32-25, 7점 차 현대 모비스의 리드.
SK는 워니가 들어왔다. 바스켓 카운트를 얻으면서 흐름을 반전. 이후 허일영이 3점포 등을 집중시키면서 37-32로 역전. 결국 42-41, 현대 모비스 1점 차로 전반은 종료됐다.
3쿼터 오히려 주도권은 현대모비스가 잡아냈다. 프림을 중심으로 골밑을 집중 공략했다. 3쿼터 막판 63-57까지 앞서 갔다. 결국 3점 차 현대모비스의 리드.
하지만, 4쿼터 SK는 워니와 오세근을 투입하며 접전을 만들었다. 특히, 경기 막판 워니는 잇단 속공과 플로터로 경기를 지배했다. 결국 역전에 성공했지만, 마지막 결정적 자유투를 놓쳤고,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함지훈이 이우석에게 절묘한 롱 패스, 이후 자유투 2개를 성공시키면서 경기를 끝냈다.
두 팀이 만나면 항상 접전이다. 매치업 상성에서 현대모비스가 뒤지지 않는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고, 올 시즌도 비슷한 양상이다. 현대모비스는 빅맨과 윙맨 등 프런트 코트가 강한 팀이다. 워니가 프림을 만나면 수비에서 고전하는 모습이 있다.
▶SK의 아킬레스건, 코어가 들어오면 극복이 될까.
이날 현대모비스는 잘 싸웠다. 예선 안양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임팩트는 크지 않았다. 활동력은 상당히 좋았지만, 2대2, 3대3 등 부분적 공수 전술에서 정돈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로테이션 폭을 넓게 가져가면서, SK에 활동력과 트랜지션 싸움에서 승리를 거뒀다. 게다가 SK 워니, 허일영, 오재현에게 많은 공격을 허용했지만, 현대모비스는 프림을 중심으로 김국찬, 알루마, 서명진, 이우석 등이 고른 활약을 보였다. 즉, 로테이션과 체력에 따른 활동력 싸움에서 SK를 능가했다.
현대모비스는 올 시즌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힌다. 여전히 부족한 코어가 있지만, 12명의 선수 대부분이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강력한 로테이션 폭을 자랑한다.
이날 주목해야 할 부분은 SK다. SK는 일본 치바 전지훈련, 미국 전지훈련, 그리고 KBL 컵대회 예선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워니를 중심으로 한 조직력은 거의 완벽한 수준이었다.
워니가 많은 득점을 하지만, 의존도가 높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워니의 최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거기에 따른 나머지 선수의 활용이 상당히 심플하면서도 위력적이다.
이날도 그랬다. 워니를 활용한 2대2, 워니의 스크린을 이용한 간결한 핸드 오프 플레이로 현대모비스의 수비를 흔들었다. 얼리 오펜스에서도 가장 확률높은 세컨 브레이크나 허일영의 외곽 3점포로 현대모비스의 수비를 흔들었다.
단, 구조적 문제점 하나가 발견된다. SK의 프런트코트는 워니, 오세근, 최부경, 김형빈이 로테이션을 돈다. 결국 승부처에서는 워니와 오세근이 중심을 잡는다. 더블 포스트 형태다.
이 경우, 트랜지션에 문제가 생긴다. 워니가 빠른 선수는 아니다. 오세근도 마찬가지다. 농구 센스는 '만렙'이지만, 현대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력에서는 약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두 선수가 워낙 맥을 잘 잡는 선수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SK의 백코트진의 활동력이 상당히 강력하기 때문에 약점을 최소화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매치업이 비슷한 강팀을 만날 경우, 드러날 수밖에 없는 약점이다.
특히, SK가 중요한 길목에서 만날 것으로 보이는 KCC, KT, 현대모비스, LG 등은 상당히 강력한 기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날 SK의 속공 및 얼리 오펜스는 조직적이었지만, 전체적 속도전에서는 현대 모비스에 밀렸다. 그럴 수밖에 없다. 트랜지션과 활동력은 여전히 SK에게 중요하다. 워니는 리그 최상급이지만 '전지전능'하지 않다. SK 전희철 감독은 "사실 워니도 약점이 많은 선수다. 우리 시스템과 잘 맞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했다. 워니는 활동력이 약하다. 세로 수비가 부족하다. 상대팀 정상급 빅맨이 나오면 많은 실점을 허용한다. 단, SK의 효율적 시스템으로 '점수 쟁탈전'을 하면 좀 더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워니는 그만큼 경기를 읽는 능력, 좋은 슈팅 셀렉션, 그리고 결정력을 가지고 있다. 단, 트랜지션에서 밀리면, 워니의 이런 강점도 소용이 없다.
물론, 코어 3명의 부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선형은 리그에서 가장 빠른 선수 중 한 명이고, 안영준도 있다. 단, 김선형을 대체한 오재현의 경우, 활동력은 리그 최상급이다. 김선형이 들어올 경우 속공에서는 강점을 보일 수 있지만, 전체적 공수 트랜지션에서 지금과 비슷한 수준이 될 확률이 높다. 김선형의 나이에 따른 활동력의 감소분도 고려해야 한다. 최부경의 경우 오세근의 백업으로 SK 조직력에서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트랜지션에서는 큰 힘이 되지 못한다. 결국 안영준이 매우 중요해진다. 컵대회에서 뛰는 허일영의 자리에 안영준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군 제대를 앞둔 안영준의 몸상태는 최상급이다. 전희철 감독을 비롯한 SK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SK의 컵대회 4강전 패배는 그럴 수 있다. 팀 전력의 20~30% 정도가 빠진 상황에서 경기를 치렀다. 단, 근본적 약점에 대해서는 숙제가 남았다. 안영준이 키 플레이어다. 군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군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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