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POINT] 마냥 웃을 수만 없는 첫 4-0 대승...특정 선수 의존도 '극심'

김대식 기자 2023. 10. 1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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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튀니지전 대승을 팀으로서 얻어냈다고 볼 수 있을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FIFA 랭킹 26위)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0월 A매치에서 튀니지(FIFA 랭킹 29위)를 4-0으로 격파했다.

기분 좋은 대승이지만 전반전 45분은 클린스만 감독이 홈에서 왜 야유를 받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튀니지가 전원 수비 태세로 경기에 나서면서 수비 조직을 뚫기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의 공격은 매우 단조로웠다.

이는 중앙에서 볼 순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용우-홍현석-이강인 조합 자체가 처음으로 구성된 조직이라는 점도 있었겠지만 한국이 어떤 축구를 통해 튀니지를 공략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뒤로 계속해서 지적받는 '축구 색깔'에 대한 문제가 계속되는 것처럼 보였다. 

경기의 분위기를 조금씩 바꾼 건 코칭스태프의 탁월한 전술 이해도가 아니었다. 중앙에서 답답함을 느낀 이강인이 클린스만 감독에게 직접 요청해 이재성과 자신의 포지션을 바꾸면서 한국이 주도권다운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전반전 나왔던 몇 번의 기회조차 빌드업 실력이 나폴리 시절부터 일취월장한 김민재와 프리미어리그(PL)에서 인생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황희찬이 서로 합을 맞춰서 만든 장면뿐이었다. 지닌 7개월 동안 TEAM 클린스만의 답답했던 공격패턴을 고려하면 두 선수의 호흡이 과연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주문에서 나온 것인지는 잘 확신이 서지 않는다.

답답했던 흐름을 끊어냈던 결국 개인 능력이었다. 이강인이 직접 돌파해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본인이 멋지게 마무리한 득점이었다. 온전히 개인 능력에서 나온 선제골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전술적으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골은 두 번째 득점 장면 정도였다. 후반 들어서 한국은 전반에 비해 확실히 다이렉트한 공격을 많이 시도했다. 조규성의 높이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강인의 두 번째 득점이 이러한 패턴에서 나왔다.

이강인의 멀티골 이후 튀니지는 집중력을 많이 잃어버렸다. 세 번째 득점 장면도 이강인과 김민재가 좋은 합을 맞췄다고도 볼 수 있지만 명백한 상대의 실수였다. 튀니지의 수비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상황이었다.

황의조의 4번째 득점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에서 수비가 좋다고 평가받는 튀니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심각했다. 모든 선수들이 공에 대한 집중력을 잃으면서 황의조를 놓쳤고, 너무나 쉽게 골이 들어갔다.

수비도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조직으로서 뛰어났다기보다는 김민재 혼자서 상대를 파괴시켰다는 느낌이 강하다. 바이에른 뮌헨에서와 다르게 김민재가 더 적극적으로 전진 수비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줬다는 점은 코칭스태프의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튀니지가 하프라인을 넘어서 공격을 펼칠 때마다 위험한 슈팅을 종종 내줬다. 튀니지가 걸출한 공격수를 한 명 데리고 있었다면 한국도 경기를 쉽게 운영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튀니지전 4-0 승리가 클린스만 감독 부임 이후 최고의 결과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선수들을 박수를 받을 만큼 잘해줬다. 하지만 평가전 승리에 취해서는 안된다. 목표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다. 잘했던 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을 더 빨리 보완하는 게 현재로선 더 중요하다.

분명히 한국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라는 탈아시아급 재능을 3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아시아 국가다. 하지만 축구는 팀 스포츠다. S급 선수 3명이 있다고 해도, 상대가 더 좋은 팀이라면 이길 수 없다.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선 팀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이 역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냈던 2002, 2010, 2022년을 보면 선수풀도 좋았지만 팀으로서 잘 하나가 됐을 때였다. 60년 이상 만져보지 못했던 아시안컵 트로피를 가져오기 위해선 팀으로서 더 발전해야 할 필요가 있는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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