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암투병 끝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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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색조 추상화 거장 박서보(본명 박재홍) 화백이 14일 별세했다.
193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박 화백은 무수히 많은선을 긋는 '묘법'(escrite) 연작 등을 선보이며 소위 '단색화' 거장으로 불렸다.
그는 "(서구 미술 조류에 맞서) 한국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투쟁해서 일궈낸 게 단색화"라며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가 주목하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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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색조 추상화 거장 박서보(본명 박재홍) 화백이 14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1967년 시작한 묘법 작업은 연필로 끊임없이 선을 긋는 전기 묘법(1967∼1989), 한지를 풀어 물감에 갠 것을 화폭에 올린 뒤 도구를 이용해 긋거나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한 후기 묘법, 2000년대 들어 자연의 색을 더한 색채 묘법 작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생전 묘법의 아이디어를 아이들이 글씨를 쓰다 망쳐 연필을 마구 휘저어 빗금을 치는 모습에서 얻었다고 말했다. 그림은 방법론이자 수행이며, 미술가의 발산의 장이 아니라 비워내는 장이자, 현대인의 고통을 빨아들이는 흡인지가 돼야 한다고 믿은 그에게 영감을 준, 포기와 체념의 장면이었다.
2021년 개인전을 열며 그는 “젊었을 때는 부족함이 너무 많았어요. 반대로 남보다 뛰어남도 너무나 많았어요. 그 둘이 내 안에서 충돌해요. 그 충돌이 밖으로 뛰쳐나가 저항운동을 하더라고요. 이래선 안 되겠구나 해서 수신(修身)해야겠다 생각했고 그때부터 불교의 교리나 도가의 세계에 접근하기 위해 책도 엄청 읽고, 그러다 결국 비워내야겠다, 나를 비워야겠다는 생각에 이릅니다”라고 말했다.
국민훈장 석류장(1984년)과 옥관문화훈장(1994), 은관문화훈장(2011), 금관문화훈장(2021) 등을 받았고 제64회 대한민국 예술원상을 받았다.
국내외에서 숱한 전시를 했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일본 도쿄도 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이 고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는 “(서구 미술 조류에 맞서) 한국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투쟁해서 일궈낸 게 단색화”라며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가 주목하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흔을 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하면서도 중절모와 포켓치프로 격식을 차렸고, 전시장에서 만나는 젊은 새내기 미술애호가들과 인증샷을 찍고 소통했다. 올해 2월 페이스북을 통해 폐암 3기 진단 사실을 스스로 밝히며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고 했다. 고령에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무덤에서 부끄럽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다”고 말해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윤명숙씨를 비롯해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조문은 이날 오후부터 받는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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