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끌리네’·‘다 때가 있다’·‘죽이잘맞아’, ‘바라던바다’… 우리말 맛 살린 간판들 눈에 띄네 [우리말 화수분]
생활 주변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업종의 가게 간판에 갈수록 외국어로 된 간판이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어쩌다가 우리말의 매력을 한껏 살리거나 참신한 한글 간판을 보면 반가운 마음에 그 간판을 단 가게를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14일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일 한글날 577돌을 맞아 공모한 ‘재미있는 우리말 가게 이름 찾기’ 행사에서 ‘막끌리네’, ‘다 때가 있다’, ‘죽이잘맞아’, ‘바라던바다’, ‘손으로 그리는 세상’ 등 모두 80개가 선정됐다.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말·글의 매력을 일깨우고자 마련된 이번 조사는 앞서 지난 8월 31일∼9월 13일 접수된 4500여 가게 이름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와 전문가 심사를 거쳐 80개를 선정했다. 이어 지역·성·연령을 대표하는 응답자 1000명에게 선호도를 물어 순위를 매겼다. 전문가 심사위원회는 간판이 우리말 기준에 부합하는지, 재미와 독창성이 있는지 등을, 응답자들은 간판 사진과 업종을 함께 보며 가게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를 각각 평가했다.
업종별로 좋은 평가를 받은 가게 이름 중에는 우리 말을 재치있게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 음식점업에선 곱창을 주로 파는 식당 ‘곱씹어봤소’, 한식당 ‘알아차림’, 마카롱을 파는 ‘가나다라마카롱’, 피자 가게 ‘어깨 쭉 피자’ 등이었다.
생활서비스업 중에는 의류 수선 가게인 ‘꼬메꼬메’, 반려동물을 목욕시키는 ‘씻고가개’, 세탁소인 ‘개울가의 빨래터’와 ‘얼룩빼기 전문점’, 네일샵 ‘손톱 위에 꽃’ 등이 선정됐다.
소매업에선 ‘또렷’(안경), ‘아차차’(아이스크림), ‘꽃꽃약속해’(꽃집) 등이, 의료·교육업에선 ‘마디마디 신경외과’와 ‘속속드리 내과’, ‘헌이줄께 새이다오 치과’, ‘옳치 치과’(이상 병원), ‘차근차근차곡차곡 학원’(학원) 등이 눈길을 끌었다. 여가·생활숙박업의 경우 ‘이루어짐’(헬스장), ‘꽃이필라’(필라테스) 등도 눈에 띄었다.
심사에 참여한 정인환 국어문화원연합회 부장은 “‘알아차림’, ‘면 사무소’, ‘어깨 쭉 피자’와 같은 간판 이름은 두 가지 이상으로 풀이할 수 있는 말맛을 잘 활용했다. ‘손톱 위에 꽃’, ‘꽃이필라’는 네일아트와 필라테스 같은 외국어를 멋지게 우리말로 표현한 점이 돋보였다”며 “‘요꽃봐라’, ‘옳치 치과’는 번뜩이는 재치가 빛났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심사위원인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책임연구원, 방송인)는 “보는 순간 빙그레 미소를 짓게 하는 이름도, 뜻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하는 이름도, 우리말이 아니면 지을 수 없을 것 같은 이름도 많았다”며 “정체불명의 외국어 이름보다 친근하고 재미있고 우리 가게다운 우리말 이름을 더 많이 쓰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도 “이번 공모에 접수되고 선정된 간판 이름에서 보듯 얼마든지 우리말을 재미있게 활용해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고, 가게 이름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하는 표현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경 원장은 “이번에 선정된 이름들은 우리말의 효용과 다양성을 대표하는 예시로, 고객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고 생활 속에서 우리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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