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케이스에 '리우 영광' 새긴 조기성 "이번에도 자신있어요"
"장미란 차관 한마디에 발상의 전환…상대 의식하기보다 내 기록 집중할 것"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가장 멋있었던 제 모습을 이렇게 휴대전화 케이스로 만들었어요. 이번에도 자신 있어요."
장애인 수영 간판 조기성(장애등급 S4·부산장애인체육회)은 지난 13일 경기 이천선수촌에서 취재진과 만나 다가올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의 선전을 꿈꾸며 이같이 말했다.
조기성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수영 200m에서 1등으로 터치 패드를 찍은 순간의 가장 화려했던 모습을 일러스트로 변환해 휴대전화 뒷면을 감싸는 케이스로 직접 주문 제작해 늘 손에 쥐고 다닌다.
조기성은 이달 22∼28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수영 종목의 자유형 50m, 100m와 배영 50m에 출전한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금 3개를 수확한 뒤 2018년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은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2021년 도쿄 패럴림픽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제대로 훈련하지 못해 슬럼프에 빠졌던 조기성은 이번 대회를 절치부심했다.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고 메달을 추가하고 싶은 조기성이지만 이번 대회 역시 만만치 않다.
최근 조기성이 주 종목으로 바꿨던 평영 종목이 이번 대회에서는 참가 선수 부족을 이유로 제외됐다.
지난 8월 맨체스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평영 5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조기성은 "이번 대회에 평영이 있었으면 무조건 1등을 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평영을 안 뛰기 때문에 오히려 내년 파리 패럴림픽에서는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내 기록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경기 운영이나 전략 측면에서는 오히려 좋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조기성은 선천성 뇌병변장애로 하체를 쓰지 못한다. 이 탓에 관절과 근육 등이 계속 굳어가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배형근 수영 대표팀 감독은 "조기성의 장애는 계속 진행 중이다. 어깨와 각 관절이 많이 굽으면서 자유형 기록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조기성은 "다리가 떨리고 근육이 빨리 굳는다. 스트레칭을 계속하지 않으면 다리가 계속 말리고, 결국 영법 자체에도 변화가 생기게 된다"며 "다리 강직이 심하면 힘이 들어가서 몸이 가라앉게 되는 등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기성은 '내게 라이벌은 없다'고 선언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예전에는 특정 선수를 의식하고 순위에 집착했다면 이제는 상대를 꺾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기록을 단축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조기성이 발상의 전환을 이룬 건 tvN 토크쇼 '유퀴즈'에서 나온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한마디였다.
조기성은 "장미란 차관님이 '중국 선수가 못하기만을 바랐던 적이 있는데, 굉장히 부끄러웠다'고 하시더라"며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왜 저 선수가 못하기만을 바랄까'라는 생각이 들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이어 "예전에는 스즈키 다카유키(일본) 같은 선수가 등장해 내가 밀리면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상대 선수를 그냥 축하해주면 되는 것이고, 승패를 떠나 내 기록이 잘 나왔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실력 있는 선수라는 자신감을 얻으면 되는 것"이라며 스포츠를 즐기겠다고 했다.
조기성은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를 내년 파리 패럴림픽의 전초전으로 삼아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조기성은 "심리 선생님과 상담하고 감독님의 코칭도 더 잘 이해하게 돼 기록이 많이 줄었다"며 "영법에 대한 확신이 생긴 만큼 이번 대회에서도 잘할 자신이 있다"며 금빛 물살을 기대케 했다.
2014 인천 대회부터 3회 연속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나서는 조기성은 "부식이나 좀 더 두꺼운 외투를 챙겨가는 것, 식당 동선 체크와 경기장에서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 등 후배들에게 내 경험을 많이 풀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기성은 "후배 염준두(장애등급 S9·경기도장애인수영연맹)가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는데, 그런 열정은 도리어 배우기도 하는 것 같다"며 "아무리 경험이 있다고 해도 처음 대회에 나가는 동생들의 열정은 못 당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에서 다관왕에 오른 김민우(강원도청)와 황선우(강원도청) 등의 활약도 자극이 됐다.
조기성은 "우리도 같은 경기장을 쓰는 만큼 수영을 집중적으로 봤다"며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기분이 좋기도 하고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나도 저렇게 잘하고 싶다'는 의욕이 솟았다"고 말했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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