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세 될 줄 알았는데 벌써 끝물?”…부활하며 웃고있는 이 차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10. 14. 14: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재 위험성·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에
‘친환경’ 앞세웠던 전기차 수요 급감
찬밥 신세였던 ‘하이브리드’ 금의환향
향후 5년간 ‘판매량 71% 증가’ 밝은 전망
車기업들, 생산 체제 급전환에 다시 분주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한 전기자동차 충전소에서 테슬라 차량이 충전을 하고 있다. [AP = 연합뉴스]
자동차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연비와 효율을 따지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자동차 연료로 사용되는 휘발유와 경유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논쟁까지 더해졌습니다. 그렇게 전기자동차가 등장했습니다. 차량 이동에 필요한 동력을 100% 전기로 대체하면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한층 더 뛰어난 가성비로 무장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차량’이라는 긍정 마케팅은 전기차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전기차를 찾는 소비자가 점차 늘면서 2015년 33만 대에 그쳤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730만 대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마냥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전기차의 앞길에 위기가 닥쳤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발견되면서 소비자들이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문제는 ‘안전성’입니다. 전기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에서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화재가 발생해 운전자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소비자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아직 현저하게 부족한 충전 인프라도 문제입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달리 수백㎞를 이동할 때 반드시 한 두번 충전소에 들러 전기를 충전해야 하지만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해 운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내연기관 차량 대비 비싼 가격은 전기차의 또 다른 단점으로 부각됐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 자동차시장 판도가 뒤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최대 수혜자는 바로 하이브리드 차량입니다. 당초 친환경 전기차를 밀기 위해 각국 정부가 관대한 전기차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전기차 개발·생산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하이브리드 차량은 한때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다시 시장의 중심이 될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실제로 ‘전기차 리스크’가 확산하면서 하이브리드 차량 재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지난 2020년 이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글로벌데이터의 제프 슈스터 부사장은 “자동차시장이 기존 전기차에서 다시 하이브리드 차량 경쟁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화려한 귀환’을 예고하면서 자동차 기업들도 분주해졌습니다. 전기차에 주력하면서 규모를 축소하거나 방치하다시피 했던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설비를 다시 손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기업은 미국 포드자동차입니다. 앞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하이브리드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드는 약 3년 전 출시한 ‘F-150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량을 두 배 늘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동시에 가격은 1900달러(약 256만 원) 내렸습니다. 이는 기존의 가솔린 모델 가격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지난해 출시된 순수 전기 모델보다는 약 10% 더 저렴한 가격입니다. 이를 통해 포드는 당초 야심차게 추진했던 전기차 모델 생산 규모를 당분간 줄이고 앞으로 5년간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과 관련 신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입니다.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하이브리드 차량 ‘2023년형 프리우스’. [로이터 = 연합뉴스]
하이브리드 차량의 2차 전성기 조짐에 일본 토요타자동차 역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토요타는 약 20년 전에 친환경을 앞세운 하이브리드 모델 ‘프리우스’를 시장에 선보인 선두주자입니다. 글로벌데이터는 프리우스를 통해 이미 하이브리드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은 토요타가 올해 60만 대 이상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하며 전년 대비 판매량 7.5% 이상 증가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미국시장에서 판매되는 토요타 차량의 약 3분의 1은 하이브리드 모델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토요타 미니밴 ‘시에나 하이브리드’는 최소 8개월 이상 기다려야 차량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최근 미국시장에서 꾸준히 전기차 판매량을 앞서고 있습니다. 올해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약 140만 대로 전기차 판매량(약 120만 대)을 넘어섰습니다. 현재 하이브리드 모델과 전기차가 각각 미국시장의 9%, 8%를 점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블룸버그는 오는 2026년까지 미국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2배 이상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미국시장은 유럽이나 중국 등 다른 시장보다 전기차 생태계로의 전환이 더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하이브리드 모델의 우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브리드 모델 재인기는 비단 미국시장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닙니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도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올해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향후 5년간 승승장구하며 판매량이 71% 이상 증가할 거란 예측도 나옵니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을 견인하는 주요시장 역할은 북미와 아시아가 하게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둘이 합쳐 미국 하이브리드시장의 약 32%를 차지하게 될 거란 기대를 받는 한국 현대자동차와 일본 혼다의 성장세가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아직 규제에 막혀 있는 유럽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11% 증가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