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아픔은 잊어라… 보여줄게, 달라진 V [S스토리]

남정훈 2023. 10. 1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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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14일 개막… 6개월 대장정 돌입
국제대회 참패… 흥행 악재 우려
여자 도쿄올림픽 ‘4강 감동’ 인기 견인
지난 시즌 56만 관중·중계시청률 최고
김연경 등 빠진 후 세계대회 잇단 졸전
항저우 AG 남녀 동반 노메달에 실망감
女 춘추전국 될까 男 독주 깨지나
흥국생명 김연경 잔류… 김수지 합류
꼴찌팀 페퍼, 박정아 영입 ‘다크호스’
남자부는 대한항공 ‘통합 4연패’ 도전
현대캐피탈·한전 “어림 없다” 저지 총력
프로농구와 더불어 겨울스포츠의 ‘양강’을 이루는 프로배구는 2022~2023시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를 극복하고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56만1445명이 경기장을 찾아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8~2019시즌(57만5746명) 이후 다시 관중 50만명을 넘어섰다. 배구를 넘어 전 스포츠를 통틀어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구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을 위시로 한 여자배구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시즌 여자부 관중은 34만7267명으로, 2018~2019시즌(25만1064명)과 비교해 약 38.3%가 증가했다. 반면 남자부는 2018~2019시즌(32만4682명) 대비 34%가 감소한 21만4178명의 관중이 현장에서 지켜봤다.
중계방송 평균 시청률도 여자부가 1.23%로, 남자부(0.62%)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한국도로공사의 사상 초유 ‘리버스 스윕’으로 막을 내린 여자부 챔프전 5차전은 역대 V리그 최고 시청률인 3.40%를 기록했다. 남자부는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챔프전 1차전에서 나온 1.79%가 최고 시청률이었다. 지난 시즌의 역대 최고의 흥행을 뒤로하고 2023~2024 V리그가 14일 남자부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맞대결로 개막을 알리며 6개월여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장밋빛 청사진만 가득할 것 같지만, 현재 V리그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비시즌 간 치러진 국제대회에서 남녀 국가대표팀이 너나 할 것 없이 연이은 참패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기 때문이다.

◆떨어진 국제경쟁력, 악재 되나

2005년 출범 이후 오랜 기간 남자 프로배구의 인기에 가렸던 여자 프로배구가 겨울스포츠의 왕좌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김연경이라는 슈퍼스타의 존재감도 있지만, 2012 런던올림픽 4강 신화로 예열한 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다시 한 번 4강에 오르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기 때문이다. 두 올림픽 모두 4위에 머물러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세계 강호들을 극적으로 이겨내는 모습에 김연경뿐만 아니라 김희진(32·IBK기업은행), 이소영(29·정관장), 박정아(30·페퍼저축은행) 등이 아이돌 부럽지 않은 인기를 구가했다. 대표팀에서의 성과를 고스란히 V리그가 인기라는 열매로 흡수한 것이다.
그러나 김연경과 김수지(36·흥국생명), 양효진(34·현대건설)이 은퇴한 여자 대표팀의 경쟁력은 세계무대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변방으로 밀려났다. 2022, 202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각각 12전 12패로 2년간 1승도 챙기지 못했고, 2023 아시아선수권에선 6위에 그쳤다. 파리올림픽 세계예선전도 7전 전패를 당하며 올림픽행 티켓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남자 대표팀 역시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 3위에 그쳐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2024 VNL 참가 자격을 얻지 못했고, 아시아선수권에선 5위에 머물렀다.

2023~2024 V리그 개막 직전에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그간의 참패를 만회할 마지막 기회였지만, 남녀 대표팀 모두 ‘항저우 참사’라 불러도 될 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남자 대표팀은 조별예선에서 인도에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더니 파키스탄과의 12강 토너먼트에선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조기 탈락했다. 여자 대표팀 역시 베트남과 중국에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하며 ‘동반 노메달’이 확정됐다. V리그의 거듭된 성장으로 선수들의 연봉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인데, 실력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일부 팬들은 “왜 우리가 V리그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할 정도다.

선수들도 비시즌 간 겪은 국제경쟁력 하락에 반성하며 선전을 다짐하는 모습이다. 현역 최고의 세터로 꼽히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남자 대표팀의 소방수로 출전했던 한선수(38·대한항공)는 “V리그에서 선수들이 발전된 기량으로 최선을 다해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고, 한국전력의 서재덕(34)도 “국제대회에서의 저조한 성적은 대표팀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배구인 전체의 문제다. 반성하고 시스템이나 기량을 모두 향상시켜야 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자부 흥국생명 강세… 춘추전국시대 예고

여자부는 김연경이 자유계약선수(FA) 잔류를 선택한 흥국생명이 그의 절친인 미들 블로커 김수지까지 영입해 가장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아 팀을 파악하기 다소 어려웠던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도 새 시즌 준비를 철저히 하며 지난 시즌 챔프전의 ‘리버스 스윕’ 패배의 상처를 씻어내겠다는 의지다.

지난 12일 열린 여자부 미디어데이에서도 ‘자기 팀을 제외하고 챔프전에서 만날 것 같은 2개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흥국생명을 제외한 6개 구단의 사령탑 중 5명이나 흥국생명이 챔프전에 진출할 것으로 평가했다.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도 “짜임새 있는 팀에 김수지까지 가서 완벽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디펜딩 챔피언’ 도로공사는 주포 박정아가 FA로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고, 미들 블로커 정대영도 GS칼텍스로 떠나 전력이 다소 약화됐다는 평가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저희는 전력이 많이 약해졌다. 특별히 누구를 경계하기보다 모든 팀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은 김세빈의 성장세에 따라 챔프전 2연패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폰푼의 영입으로 공격력을 업그레이드시키고, 황민경을 FA로 데려와 수비력도 보강한 IBK기업은행도 지난 몇년간 하위권을 전전했던 암흑기를 뒤로하고 봄배구에 진출할 수 있는 유력후보로 꼽힌다.

다크호스로는 창단 후 지난 두 시즌간 절대 약체로 최하위를 면치 못했던 페퍼저축은행이 꼽힌다. ‘클러치박’이란 별명답게 뛰는 팀마다 챔프전 우승을 안긴 ‘우승 청부사’ 박정아를 연봉 상한액을 모두 써가며 영입했고, 지난 시즌 현대건설의 개막 15연승을 이끌었던 야스민 베다르트도 외국인 선수로 데려와 공격력을 대폭 강화했다. 미국 대학배구 지도자로 성과를 냈던 신임 사령탑 조 트린지 감독이 지도력을 발휘해 페퍼저축은행이 ‘승점 자판기’ 신세에서 벗어나 선전한다면 여자부는 7개팀이 물고 물리는 순위싸움을 시즌 내내 치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사상 초유의 통합 4연패 이뤄낼까

남자부는 2020~2021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정규리그 1위와 챔프전 우승을 모조리 석권한 대한항공의 통합 4연패 달성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대한항공은 현역 최고 세터 듀오인 한선수, 유광우에 정지석, 곽승석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진, 김규민과 김민재가 버티는 미들 블로커 라인, 타팀에선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정한용, 이준, 임동혁 등을 백업 선수로 보유해 선수층도 두껍다. 다소 약점으로 꼽히는 리베로만 빼면 모든 포지션이 타 구단들을 압도하는 수준이라 대한항공의 독주를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한항공을 진두지휘하는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지난 11일 미디어데이에서 “사상 최초로 4연속 통합우승이라는 역사를 쓰겠다.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한항공의 대항마로는 지난 시즌 챔프전 준우승을 차지한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에서 현대캐피탈과 역사에 남은 물고 물리는 치열한 명승부를 선보였던 한국전력이 꼽힌다. 일본 국가대표 출신의 오기노 마사지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힌 OK금융그룹도 다크호스로 꼽힌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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