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 별세

2023. 10. 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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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거장' 박서보(본명 박재홍) 화백이 별세했다.

아흔을 넘어서도 강건한 모습을 보이던 박 화백은 올해 2월 페이스북을 통해 폐암 3기 진단 소식을 알리며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며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엔 제주 서귀포시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박서보 미술관' 기공식에 참석해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2021년에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박 화백의 작품을 이용한 핸드백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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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화백 [헤럴드 DB]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단색화 거장’ 박서보(본명 박재홍) 화백이 별세했다. 향년 92세.

14일 미술계에 따르면 폐암 3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던 박서보 화백이 이날 오전 9시 30분경 세상을 떠났다.

아흔을 넘어서도 강건한 모습을 보이던 박 화백은 올해 2월 페이스북을 통해 폐암 3기 진단 소식을 알리며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며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엔 제주 서귀포시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박서보 미술관’ 기공식에 참석해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박 화백은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제주의 자연과 함께 예술과 호흡하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으로 보내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고인은 193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화면 가득 무수히 많은 선을 긋는 ‘묘법’(escrite) 연작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단색화 화가’로 우리 추상미술 발전에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1967년 시작한 묘법 작업은 연필로 끊임없이 선을 긋는 전기 묘법시대(1967∼1989)를 알렸고, 한지를 풀어 물감에 갠 것을 화폭에 올린 뒤 도구를 이용해 긋거나 밀어내는 방식은 후기 묘법 시대를 대표한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선 자연의 색을 작품에 끌어들인 유채색 작업까지 변화를 이어왔다.

고인은 국내외에서 무수히 많은 개인전을 열며 세계적으로도 조명받았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일본 도쿄도 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이 고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1962∼1997년 모교인 홍익대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홍익대 미대 학장(1986∼1990)과 한국미술협회 이사장(1977∼1980) 등을 지냈다. 국민훈장 석류장(1984년)과 옥관문화훈장(1994), 은관문화훈장(2011), 금관문화훈장(2021) 등을 받았고 제64회 대한민국 예술원상을 받았다. 2021년에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박 화백의 작품을 이용한 핸드백을 내놓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윤명숙씨를 비롯해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조문은 이날 오후부터 받는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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