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업계 '눈치게임' 시작됐다

김아름 2023. 10. 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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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오비맥주, 카스 가격 6.9% 인상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은 "인상 계획 없어"
이익보다 점유율 확보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카스 "총대 맵니다"

지난 11일, 오비맥주가 카스와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가격을 평균 6.9% 올렸습니다. 지난해 3월 7.7% 인상에 나선 지 1년 반만입니다. 오비맥주는 가격 인상 요인으로 환율 불안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물류비 상승 등 원자재가격이 치솟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1위 브랜드입니다. 이번에 가격을 올린 카스는 10년 넘게 1위 맥주 브랜드 타이틀을 지키고 있죠. 이런 대표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후발 주자들의 연쇄 가격 인상입니다. 

오비맥주 카스/사진제공=오비맥주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앞두고 가장 고민하는 건 소비자들의 반발입니다. 그런데 가장 잘 팔리고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먼저 가격을 올려주면 후발 주자들로서는 "땡큐"죠. 대부분의 비난을 1위 브랜드가 떠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국내 식품업계에서 대부분의 가격 인상은 1위 업체가 신호탄을 울린 후 2, 3위 업체가 시간차를 두고 뒤따르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번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은 기존과 좀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내 맥주 시장을 이끄는 세 회사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격을 올릴 만한 상황이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 시기는 제각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테라·켈리 "이익이냐 점유율이냐"

추석 직후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 발표가 나오자 하이트진로도 분주해졌습니다. 지난해 인상 때를 되짚어 볼까요. 오비맥주가 3월 2일 가격 인상을 발표했고 8일부터 인상된 가격이 적용됐습니다. 하이트진로는 2주 뒤인 18일 가격 인상을 발표했죠. 실제로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발표가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반면 하이트진로가 가격 인상을 미루고 점유율 확보에 주력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최대 목표는 창립 100주년인 내년에 맥주 시장 1위를 탈환하는 것입니다. 아직 격차는 있지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게 하이트진로의 생각입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목표가 점유율 확대라면 가격 인상을 하지 않는 게 낫습니다. 출고가가 소폭 변동한다 해서 술집들이 가격을 바꾸지야 않겠지만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채널들이 할인 행사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카스만 1000원이 오른다면' 어마어마한 차이가 생기죠.

하이트진로는 이미 '선점유율, 후이익'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8% 감소한 506억원에 그쳤습니다. 켈리 출시 후 대대적인 물량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업계에선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80% 감소할 것으로 봅니다. 

클라우드 "내 발등의 불부터 끄고"

시장 점유율 3%대의 롯데칠성 역시 가격 인상이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맥주 사업을 이어가려면 점유율부터 높여야 합니다. 롯데칠성 주류 부문에서 맥주는 이제 주력 제품군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올 상반기 롯데칠성의 맥주는 소주는 물론 청주, 와인에도 밀린 4위 카테고리입니다.

반등을 위해 롯데칠성은 연말 클라우드 신제품 출시를 예고한 상태입니다. 가격 인상보다 신제품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영업이익이 주체할 수 없이 줄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달리 롯데칠성은 음료와 소주가 탄탄하게 이익을 받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매출 추이/그래픽=비즈워치

롯데칠성은 지난해 3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잇따라 가격을 올렸을 때도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반 년 이상 늦은 11월에야 가격 인상에 나섰죠. 이번에도 앞서가는 경쟁사들과 텀을 두고 뒤따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사실 소비자들에겐 출고가가 몇십 원 오르는 것보다 실제 술집 가격표의 앞자리가 바뀌는 지가 가장 큰 관심사겠죠. 일부에선 벌써 6000원 받던 카스를 7000원으로 올릴 지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하이트진로나 롯데칠성 입장에선 '카스만' 1000원 오르면 수혜를 보겠죠. 메뉴판을 매만지는 술집들은 테라가 오르면 그때 한 번에 가격을 올리는 게 마음이 편할 겁니다. 오비맥주 입장에선 '총대 맸는데 왜 안 따라와'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맥주 가격을 둘러싼 주류업계의 눈치게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한 번 지켜보시죠.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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