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발·OTT작 강세·14만 관객 동원…역경 속 빛났다 [28th BIFF 결산]

임시령 기자 2023. 10. 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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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수많은 영화인, 14만 관객들과 함께 막을 내렸다. 역경 속 빛나는 성과다. 개막 전부터 내홍에 휩싸이고, 예산 축소라는 난관에 부딪혔지만 열흘간의 여정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지난 4일 개막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28th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이하 제28회 부국제)는 열흘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13일 폐막했다.

올해 '부국제'는 시작 전부터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성폭력 논란과 함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인사 논란에 휩싸인 조국종 운영위원장도 자리에서 내려와 집행위원장은 공석으로 진행됐다. 당초 사회를 맡았던 배우 이제훈도 건강상 문제로 불참했다.

여러 변수 속에 개막한 '부국제'는 배우 송강호가 역대 최초로 호스트로 나서 수뇌부의 빈자리를 채웠다. 배우 박은빈도 최초로 단독 MC를 맡아 여러 영화인들과 함께 자리를 빛냈다. 한국영화 공로상은 故윤정희에게 돌아갔고, 딸 백진희 바이올리니스트가 대신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주윤발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주인공으로 수많은 영화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폐막식 사회는 고민시와 홍경이 맡았다. 폐막작은 닝하오 감독이 연출하고 유덕화가 출연한 '영화의 황제'였다. 한예리, 정우는 올해의 배우상 시상자로 올라 장성범, 오민애에게 트로피를 전달했다. 오민애는 "꿈은 이루어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장성범도 "포기하지 않고 견뎌온 나 자신이 대단하다"며 감동을 드러냈다.

올해 영화제에선 4개 극장 25개 관에서 70개국 209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관객수는 14만 2432명이다. 국내 및 해외 참가 게스트는 7772명이다. 지난해보다 선정작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74%였던 좌석 점유율은 8%p 상승한 82%를 기록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 사진=DB


◆ 반가운 근황 주윤발·판빙빙, 부산 빛낸 중화권 스타

올해 부국제는 지난해 주윤발에 이어 주윤발과 판빙빙이 참석해 수많은 영화인들의 반가움을 샀다.

주윤발은 개막식 무대부터 기자회견, '주윤발의 영웅본색' 오픈토크와 핸드프린팅 행사 일정을 소화하며 팬들을 만났다.

특히 주윤발은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며 50년 배우 세월을 돌아보며 감격했다. 팬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취재진, 팬들과 셀카를 찍은 뒤 "에어드롭을 준비하라"며 사진을 공유하는 등 '따거'다운 호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한때 사망설, 잠적설 등 각종 괴담에 휩싸였던 판빙빙의 모습도 화제였다.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 초청작 '녹야'로 부산을 찾은 판빙빙은 개막식 레드카펫부터 여전한 미모로 주목받았다.

판빙빙은 '녹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공백기를 언급했다. "7~8편을 찍었으면 몇 년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며 "몇 년간 스스로를 가라앉히고, 혼자 침착하게 시간을 가졌다"고 밝히며 그간의 '설'들을 해명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 사진=DB


◆ '시가렛 걸'→'비질란테', 대거 등판한 OTT 작품

OTT 작품을 소개하는 온 스크린 섹션은 지난 2021년 개설됐다. 작년엔 '마이네임' '지옥' 등의 작품이 상영된 바 있다. 올해는 웨이브 '거래', 티빙 '러닝메이트', '운수 오진 날' 'LTNS', 넷플릭스 '시가렛 걸'(Cigarette Girl), 디즈니+ '비질란테'가 초대돼 관객을 만났다.

주역들도 팬들과 소통하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거래'의 유승호, 유수빈, 김동휘, 이주영, '운수 오진 날' 이성민, 유연석, 이정은, '비질란테' 유지태, 김소진, 이준혁 등은 GV토크를 통해 뜻깊은 시간을 나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확대된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OTT어워즈도 전년 대비 5개 시상 부문이 추가돼 총 17개 부문이 운영됐다. 이 중 디즈니+ 화제작 '무빙'은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상, 작가상, 남자주연배우상 류승룡, 신인상 이정하 등이 휩쓸었다.

◆ 아쉬운 '한국 영화' 부문

작년엔 이란 영화 '바람의 향기'가 개막작이었으나, 올해는 장건재 감독의 '한국이 싫어서'로 선정됐다. 국내 작품으로 포문을 연 만큼 자연히 올해 '한국 영화'에도 기대가 쏠렸다.

'스페셜 프리미어' '파노라마' 비전' 섹션은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이다. '스페셜 프리미어'에선 넷플릭스 '독전2' '발레리나', 영화 '화란'이 초청됐다. '파노라마' 부문에선 '달짝지근해: 7510' '보호자' '비공식작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세기말의 사랑' '소울메이트' '소풍'이 소개됐다. '비전' 부문에선 '301호 모텔 살인사건' '딜리버리'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장손' '소리 굴다리' 등의 최신작이 소개됐지만,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올해 '부국제'에선 OTT 작품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한국 영화 최신작과 대표작을 소개하는 섹션에 넷플릭스 작품인 '독전2' '발레리나'가 자리를 채웠다. 스크린으로 만나는 작품은 '화란' 뿐이다. GV토크 등 각종 행사에도 OTT 작품들이 대거 포진한 바다.

지난 부국제에서는 '다음 소희' '드림팰리스' 등 개봉을 앞뒀던 다수 국내 영화가 첫 공개됐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관객을 만났던 '달짝지근해' '보호자' 비공식작전' 등이 초정됐고, 최신작은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세기말의 사랑', '소풍' 단 3편이었다. 비전 부문 초청작들 역시 OTT 화제에 밀려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부국제 측은 "축소된 예산으로 인해 우려가 많았으나 27년 간 지속해 온 부산영화제의 저력으로 한 건의 사고 없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자평했다. 역경 속에도 영화인들의 노고와 팬들의 열정을 다시금 보여준 제28회 부국제다. 내홍을 딛고 무사히 여정을 마쳤으나, '한국 영화' 존재감이 아쉽게 다가온다. OTT작품의 화제성과 성장세는 괄목할만하다. 하지만 영화제 정체성의 근본은 '영화'다. 우려의 목소리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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