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1%대' 늪…여의도 '제3지대' 청신호? 적신호?
이대로 가면 '총선 0석' 위기감…"지도부 교체는 상수"
'한국의희망·새로운선택', 기성당에 대한 '국민 피로감'에 희망
전문가들 "안정적 '정치 인프라'·정체성 확보가 관건"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여의도 '제3지대' 주축인 정의당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대 득표율'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창당 이래 최대 치명상을 입었다. 정치권에서는 '재창당 플랜'으로 도약을 꾀했던 정의당이 보궐선거를 계기로 다시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당의 부진과 함께 내년 총선에서의 '제3지대' 흥행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선택(금태섭)·한국의희망(양향자)·사회민주당 등 신진 주자들이 분투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세력·인재 확보 등 '정치적 인프라' 구축을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3년간 2만여표 상실…빛바랜 '정의 재창당'
지난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정의당(권수정 후보)은 1.83%를 득표했다(24만 2508표 중 4451표). 권 후보는 지난해 6·1 서울시장 선거에도 출마한 바 있다. 당시 강서구 득표율 1.29%(3350표)보다는 소폭 올랐으나 지난해 대선 당시 심상정 후보 강서구 득표율(2.87%, 1만1100표), 21대 총선(2020년) 당시 정의당 강서구 비례대표 득표율(9.89%, 3만2743표)보다는 각각 1.04%포인트, 8%포인트 낮다. 선관위 공식집계 기준으로 3년 반 만에 2만 8천여표를 잃은 셈이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 성적은 이정미 대표가 하반기를 목표로 '정의당 재창당' 작업을 진행하던 중 나온 성적이라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정의당은 당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재창당의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입장이었다.
정의당 관계자는 13일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양당(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대리전 구도였다 해도 안타까운 수준이다"며 "기대 이하 성적에 당원들 분위기가 많이 침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의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때 있었던 당이라 안타깝지만 여론이 정의당에 더 이상의 아무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부진한 성적표를 계기로 정의당 내에서는 당장 '이정미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다. 보궐선거 이후 정의당 지도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대표 거취 관련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내주 초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관계자는 "사실상 '재창당 실패'에 준하는 상황에서 이정미 대표 체제는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지도부 교체는 상수(常數)다"라고 했다.
◇이대로면 '멸종 위기'…'가능성 찾기' 계속
'총선 전초전'으로 여겨졌던 '강서구 보궐' 특성상 선거 이후 정의당 이하 모든 군소정당을 대상으로 '제3지대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보궐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진교훈)과 국민의힘(김태우)이 전체의 95%가량을 득표했으며, 정의당·진보당(권혜인)·녹색당(김유리)·자유통일당(고영일)은 득표율을 모두 합쳐도 4% 내외에 불과한 수준이다.
선거법상 정당 득표율 3% 미만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지 못한다. 이번 강서구 보궐 구도가 총선까지 유지될 경우 정의당 이하 군소정당은 국회 진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양당을 제외한 제3지대 자체가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이다.
내년 총선 데뷔(Début)를 준비하는 새로운선택·한국의희망·사회민주당 측은 양당 구도 강화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제3지대 성공'의 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의희망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정의당의 부진은 안타깝지만 그만큼 정의당이 대안세력으로서 신뢰를 보여주지 못한 것도 있다"며 "당내 '정치학교'를 통한 당원·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정책개발, 지역소통 등 총선 전략을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선택 관계자는 "양당 구도가 강해지는 만큼 오히려 제3지대의 필요성이 더 부각된다고 본다"며 "수도권 중심, 30석 확보를 목표로 창당 작업 마무리 후 인재영입을 중심으로 총선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태섭 새로운선택·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제3지대 활성화 전략 관련 공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호진 전 수석대변인 등 정의당 결별 세력이 만든 사회민주당은 정의당을 대체할 진보정당을 목표하고 있다. 사회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달 말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연내 창당 완료를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저희 당은 '민주당보다 노무현답게, 정의당보다 노회찬답게'라는 기준에서 정책과 조직을 구축할 계획이다. 진보정치의 혁신과 부활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제3지대'의 가능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정치는 현실이다. 제3당(제3지대)이 성공하려면 현실적으로 지역 기반·세력(조직력)·인물이라는 '정치적 인프라'가 안정적이어야 한다"며 "비전, 정책 등 추상적인 요소만 강조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제3지대에) 어려운 정치지형이 되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새로운선택, 한국의희망 등 중도보수 성향의 가능성은 약간 있고 정의당, 사회민주당 등 진보성향은 내부 통합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아직은 각 당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다. 정체성이 명확해야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13일 공개된 한국갤럽 10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34%), 더불어민주당(34%), 정의당(4%)을 모두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은 26%를 기록했다(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002명 대상 실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조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새로운선택·한국의희망·사회민주당 등은 무당층 공략을 중심으로 총선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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