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여당 내 고개 드는 '윤석열 책임론'
대선급으로 판 키운 구청장 선거…청년 주역은 실종
'반윤 정서' 반영된 선거…윤석열-이재명 구도가 문제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두자릿수로 패배한 국민의힘이 '혁신' 카드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4일 당내 일각에선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지만, 지도부를 유지한 채 당 쇄신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수인 분위기다. 통상적인 경우 이번과 같은 참패에서는 당 지도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지만, 핵심적인 패배 원인인 후보자 공천 책임을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에 물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날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먼저 사퇴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번 선거 참패 수습 방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모으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혁신 기구·인재영입 출범 등 여러 쇄신 방안이 거론됐지만, 방법론에서 차이를 보이면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 원칙 사라진 공천…대선급으로 키운 구청장 선거
당내에선 쇄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선거 패인을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유죄 판결로 치러진 선거인만큼, 당초 귀책사유에 따라 무공천 '원칙'을 지킬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과 기초자치단체 선거임에도 대선급으로 판을 키웠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즉, 당의 원칙과 판단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선거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 않았는가"라면서 "물론 결과론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선거를 마치 '이재명 vs 윤석열' 싸움으로 보이도록 총력전에 대선급으로 치르니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앞세운 선거는 어렵다는 것을 하나의 지표로서 인식할 필요는 있다"면서 "당장 거리를 두자는 것이 아닌 총선 당락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도권 선거를 위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들여다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당의 전략이 더불어민주당의 실책을 가지고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번 선거도 처음부터 정도에 맞게 치러져 건전한 경쟁이 이뤄졌다면 이런 부작용은 없었을 것이다. 결국 위기론만 이어지지 총선에 임박해서도 근본적인 것이 바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김태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구상찬 전 의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면복권으로 보궐선거를 만든 당사자가 다시 나왔다는 것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제일 큰 요인"이라면서 "자칫 정권의 오만함으로 국민들에게 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선거 '승리 공식' 실종…청년·전략은 어디에?
"2020년 4월 총선에서 보수 대결집으로 패배한 이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쳐 대통령·지방선거를 걸쳐 쌓아 올린 자산이 완벽하게 리셋됐다"라는 이준석 전 대표의 주장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존 승리 공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6·1 지방선거나 서울시장 보선 당시 일반 청년을 대상으로 공모를 받아 유세 현장에 세웠고 효과를 봤다"며 "현재는 더욱 많은 인적 자원이 있고 성공 사례도 있는데 활용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선에 당선된 청년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니, 새로움은 없고 유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조롱되는 선거운동 장면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과 달리 장기적인 전략이 부재하고 단기적으로 수습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단순 구청장 선거에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을 이미 깔아놨는데, 그대로 들어가 판을 키워준 것이다. 이러한 패턴이 노동개혁·연금개혁 등 당이 내놓는 정책마다 반복되고 있고 강하게 대응하니 말려들어 본래 의미는 사라지고 정쟁만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원인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중도층 유권자의 반윤(윤석열) 정서를 꼽았다. 홍 소장은 먼저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윤석열-이재명 지지층의 결속력 대결"이라며 "이 대표 영장 기각으로 이재명 지지층은 기가 올라갔고, 윤석열 지지층은 기가 꺾여 결속력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홍 소장은 보궐선거치곤 투표율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투표율이 보선치곤 높은 것은 핵심 지지층만이 아닌 일반 유권자도 나온 것"이라며 "소위 중도층으로 불리는 일반 유권자의 반윤 정서가 반명(이재명) 정서보다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큰 패인은 윤석열-이재명 구도가 잡힌 것"이라며 "현재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은 상황에서 정당 대결도 아닌 20대 대선 구도로 가니 반윤 정서가 많이 반영된 선거가 된 것"이라고 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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