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 철수 때 내려온 친구와 DMZ 자전거 질주…평생 즐긴 운동 덕분에 가능” 미국 거주 김권식 회장의 건강법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2023. 10. 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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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식 회장팀이 비무장지대( DMZ)를 자전거로 달리다 함께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이병학 박사, 김대원 씨, 김권식 회장, 주동명 국장. 이들은 ‘6·25 전쟁’ 흥남 철수 때 남한으로 온 주 국장을 위해 10월 3일부터 11일까지 자전거를 타고 DMZ를 따라 달렸다. 김권식 회장 제공.
미국 미네소타에서 재생 에너지기업 EVS(Engineering, Value, Service)를 창업해 경영하는 김권식 회장(80)은 10월 3일부터 11일까지 경기도 파주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까지 이어진 비무장지대(DMZ)를 자전거를 타고 질주했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동부전선에서 중공군 개입으로 불리해진 미군이 철수하며 피난민을 대거 구출한 ‘흥남 철수’ 때 남한으로 내려온 친구를 위해서였다. 서울대 공대 동창이자 미국 뉴저지에서 살고 있는 주동명 뉴욕시 기술담당 시설 국장(81)이 늘 고향을 잊지 못하고 가고 싶어 하자 만든 이벤트였다.

“동명이가 고향을 가고 싶어 해 언젠가 ‘그럼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휴전선을 자전거 타고 달리자’고 했죠. 그런데 남북관계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죠. 우리 나이에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어 올해 감행했습니다. 알아보니 평화누리길이 잘 조성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달렸습니다.”
김 회장의 지인인 미국 미네소타 반도체업체 인테그리스(Entegris) 장비 담당 매니저인 이병학 박사(64), 그리고 삼성그룹 임원 출신 김대원 씨(67) 등이 함께 했다.

김권식 회장팀이 비무장지대( DMZ)를 자전거로 달리다 함께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이병학 박사, 김대원 씨, 주동명 국장, 김권식 회장. 김권식 회장 제공.
전 구간을 달릴 순 없었다. 평화누리길이 잘 정비된 곳도 있지만 자동차 도로를 이용해야 해 위험하거나, 너무 가파른 구간은 뺐다. 혹시 다른 차량이 팀을 보지 못해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판단에 트럭 한 대를 대여해 횡단팀 뒤에 따르게 했다.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 일부 군사지역에는 들어가기도 하고 허가를 안 해줘 돌아가기도 했다. 하루 최대 50km, 총 400km가량을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임진강 한탄강 그리고 멋진 산으로 이어진 금수강산을 맘껏 구경했지만 철조망과 군부대로 막힌 분단 현실에 안타까움도 느꼈다.

“강원도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으로 이어진 산길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경험할 수 없는 광경이었죠. 곳곳에 있는 맑은 개울도 인상적이었죠. 강원도 속초에서 고성으로 이어진 해안길도 장관이었습니다. 하지만 곳곳이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있고, 군부대가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아직 전쟁을 잠시 멈춘 분단국가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아직 진정한 평화가 온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김권식 회장 팀이 백마고지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권식 회장, 이병학 박사, 주동명 국장. 김권식 회장 제공.
고령의 나이에 이런 여행이 가능했던 배경엔 김 회장과 주 국장, 이 박사가 ‘스포츠 천국’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스포츠를 즐기며 탄탄하게 키운 체력이 있었다. 테니스와 마라톤을 즐기는 주 국장은 매일 새벽 1시간에서 1시간30분 달리고 출근한다고 한다. 이 박사는 겨울에도 자전거로 출퇴근할 정도로 자전거광이라고. 국내 거주하는 김대원 씨도 오랜 전부터 자전거로 건강을 다져왔다. 김 회장은 “(주)동명이가 자전거를 많이 타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래도통제력이 약해 몇 번 넘어지기는 했지만 큰 부상 없이 DMZ를 따라 한반도를 횡단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4번의 고비가 있었다”고 했다.
“화천의 수피령, 양구의 돌산령, 미시령 옛길, 그리고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모 군부대가 있었던 고개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풍광은 좋았지만 오르기는 쉽지 않았어요. 천천히 자전거 끌고 걸어서 올랐는데도 정상에 오르니 탈진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김 회장은 1969년 미국 미네소타대로 유학을 떠난 뒤부터 운동을 생활화한 덕분에 건강한 노년을 즐기고 있다. 2022년 5월 21일 “美서 스키 타고 韓양서 등산…운동해야 노년 즐길 수 있어”란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기사로 소개했던 인물이다. 여든 살의 고령이면서도 매일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며 살고 있다.

김권식 회장이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고 있다. 김권식 회장 제공.
“미국은 스포츠 천국이었어요.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었죠. 테니스와 탁구, 배드민턴, 자전거 타기, 스키, 피트니스, 걷기 등을 즐겼습니다. 운동을 안 하면 삶에 활력이 떨어져 힘들었어요.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운동의 생활화가 중요합니다.”

서울대 시절부터 테니스를 즐겼던 김 회장은 미국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생활화하게 됐다. 그는 “운동을 하려거든 재미있게 하라”고 말한다. 노동처럼 하는 기계적 운동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 순간을 즐겨야 한다. 겨울엔 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 컬링 등을 즐겼고 그 외 계절엔 바람과 햇빛을 즐기는 하이킹과 자전거 타기, 골프, 테니스 등으로 건강을 다졌다. 나이 들면서는 부상 위험이 적은 스포츠로 방향을 바꿨다. 겨울엔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탁구, 여름엔 골프와 걷기를 주로 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은 평생 체력 단련의 기본으로 하고 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1시간15분에서 2시간, 다른 스포츠도 한번 하면 2시간씩은 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김권식 회장이 속소인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콘티넨탈서울 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 회장은 가족, 회사원에게도 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우리 회사에선 컴퓨터 앞에 1시간 이상 앉아 있지 말도록 권유한다. 산책도 하라고 한다. 집과 회사에 탁구장도 마련했다. 틈나는 대로 탁구도 친다. 건강해야 일도 잘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인 황성숙 씨(79)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탁구, 골프, 걷기 등을 함께 즐기고 있다. 대학 때까지 스키 선수였던 두 아들과 다운힐 스키도 함께 타기도 한다.

김 회장은 “건강하니 DMZ를 따라 한반도도 횡단할 수 있었다. 친구들과 뜻깊은 여행을 할 수 있어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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