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아태국장 "韓 긴축재정 기조 적절…가계부채 축소 필요"
"금리 낮춰서 안 돼…표적화 지원 필요"
"통화 긴축뿐 아니라 재정 긴축도 동행"
[마라케시(모로코)=뉴시스] 박영주 기자 =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국장이 한국의 긴축재정과 재정준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13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진행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및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동행기자단과 만나 "지난해부터 한국이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재정 기조를) 가고 있는데 이는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은행은 적절한 통화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아직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IMF가 권고하는 것도 통화정책을 긴축 기조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뿐 아니라 아직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모든 국가에 해당하는 얘기"라고 했다.
그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여러 업사이드 리스크(Upside risk)가 있기 때문에 금리도 섣부르게 낮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재정건전성 확보와 관련해서는 "수입과 지출을 적절하게 잘 조절하는 게 핵심"이라며 "만약 지원 정책을 이행하고 싶다면 모두를 위한 지원이 아니라 재정적자를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높이면서 필요한 계층에 표적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때 지원을 거둬들이는 건 옳은 방향"이라며 "일부는 경기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하지만, 지금은 외부 수요가 악화했기 때문에 재정 지원보다는 건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데 이는 외부적인 수요 때문인 만큼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단순히 통화정책 긴축뿐 아니라 재정 긴축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지금은 미래에 있을 잠재적인 쇼크에 대비하기 위해 버퍼(buffer·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한국의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우려를 드러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 기업부채 비율은 119.6%로 집계됐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가처분소득에서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은데 이게 좀 내려와야 한다"며 "금리 인상 추세인 만큼 (가계부채 증가는) 취약계층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이 가계부채가 높기는 하지만 금융 자산, 소득이 견고하고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리스크 비중이 작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글로벌 연관이 깊은 나라고 앞으로도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모기지 관련 리스크를 줄이는 게 좋다"고 짚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공공부채와 관련해 "현재 한국의 공공부채 (GDP) 비율은 54%로 60% 밑이기 때문에 재정 준칙 등을 통해 이 수준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재정 준칙은 중기적인 재정 관리를 위한 굉장히 잘 만들어진 프레임워크(framework·골격)"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당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재정준칙을 국정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을 경우에는 관리재정수지 한도를 -2%로 축소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정부의 법제화 의지와 다르게 재정준칙은 국회에 장기간 표류하다가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폐기 기로에 놓였다.
한국 성장의 걸림돌로는 중국의 경제 회복 속도를 꼽았다. 지난 10일 IMF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1.4% 성장할 거라며 직전 전망을 유지했다. 반면 내년 성장률을 2.4%에서 2.2%로 0.2%포인트(p) 눈높이를 낮춘 바 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ICT(정보통신기술) 사이클의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고 중국의 경제 성장률도 한국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 사이클 또한 빠르게 전환된다면 한국 경제를 촉진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지정학적 분쟁은 한국 성장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중동 분쟁으로) 원유 가격이 10% 상승하게 되면 다음해 글로벌 생산량이 0.15% 하락하게 되고 인플레이션은 0.4%p 상승하게 된다"며 "아시아 경제는 원유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더 높게 나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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