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 늘어날 듯…예상보다 훨씬 많은 '1000명' 가능성
정부가 내주 발표 예정인 의대 정원 확대 폭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정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19일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일정, 방식 등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확대 폭을 놓고는 당초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었던 351명(10%)만큼 다시 늘리는 방안,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됐으나 실제 발표에서는 확대 폭이 1000명을 훌쩍 넘는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다. 정원 확대 폭이 1000명을 넘어 충격적이라고 할만한 수준일 수도 있다"며 "결국 의료계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발표하는 것도 확대 폭이 파격적일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여론이 거센 역시 정원 확대 폭을 키우는 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의료계뿐 아니라 시민사회, 전문가들과 장기간 논의를 하면서 근거를 쌓아왔다. 연초부터 14차례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진행하며 정원 문제를 논의해왔다. 지난 8월에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에 한국소비자연맹,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의사인력 전문위원회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의사인력 전문위원회를 꾸리며 참여 폭을 넓혀 의대 정원 확대 근거를 쌓아왔다.
1000명 이상의 정원 확대 폭은 그동안 정원 확대에 목소리를 높여온 시민사회가 주장해온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장기적인 대책으로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 증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단체의 요구로 10% 줄어든 뒤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제한돼 있다.
확대 폭이 1000명 이상이면 기존보다 정원을 30% 이상 많이 모집하는 셈이다. 정부는 정원 확대가 시작되는 시점을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 시험을 보는 2025년도 대학입시로 보고 있는데, 이 경우 19년 만에 의대 정원이 늘어나게 된다. 2021년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전체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2023 대국민 의료현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24.0%(241명)가 1000명 이상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의사들의 반발이다. 의협은 그동안 의대 정원 확대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의사의 수보다 배분"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명확히 해 왔다. 의사 수를 성급히 늘린다고 해도 필수의료 분야를 꺼리는 분위기나 지역간 의사 수급 불균형은 여전할 것이 뻔하며 의대 교육만 부실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 늘릴 계획을 공공의대 도입 등과 함께 발표했지만 의사들이 파업에 나서면서 추진을 중단한 바 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큰 폭으로 확대하는 '결단'을 내리더라도 세부적인 방식을 놓고는 시민사회나 야권에서 반발할 수도 있다.
필수의료 의사 인력난이나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대 설립이나 지역의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공공의대는 입학 후 일정 기간 공공의사로 근무할 것을 전제 학생들을 모집하는 방식이다. 지역의사제는 역시 특정 지역 복무 의무를 부여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다.
복지부는 의사단체들의 반발 등을 우려하며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 등의 도입 추진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의협은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고 의학 교육이 부실화할 수 있으며, 직업선택의 자유, 거주 이전 자유 등의 인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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