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골프 치려고 이렇게까지?” 다신 보고 싶지 않은 이 사진 [지구, 뭐래?]

골프장 추진으로 진행된 전남 구례군 신동면 벌목 현장 [출처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소나무 1만여 그루가 사라졌다.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이 바로 지리산국립공원. 국내 최초 국립공원인 지리산이 품고 있는 이 산자락의 운명은 한순간 변했다.

이유는 관광이다. 더 구체적으론 골프장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 관계자들은 공공연하게 “지리산을 병풍 삼아 골프를 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리산 공기를 마시고, 지리산 정상을 바라보며 “나이스샷” 한번 외쳐보기 위해서다.

골프가 국민 스포츠화되고 있다. 골프 인구는 늘고 땅은 부족하다. 현재 국내에 있는 골프장만 500개 이상이다. 그래서 이젠 산을 밀고 골프장이 들어선다. 농약 과다 사용으로 인근 땅과 물을 오염시키는 골프장도 매년 증가세다.

골프를 즐기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산을 밀고 토양을 오염시키면서까지 우리나라는 과연 골프가 국민스포츠가 될 만할까? 아니, 그래도 될까?

지리산국립공원[게티이미지뱅크]

전남 구례군은 현재 지리산 국립공원에 인접한 지역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지역은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삵이나 팔색조 등 멸종위기종도 서식하는 지역이다.

개발을 둘러싸고 주민들도 분열되고 있다. 관광 산업 개발을 위해선 골프장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과, 산림 파괴와 토양 오염 등으로 반대하는 주민들 간에 공방이 이어지는 중이다.

지리산국립공원[게티이미지뱅크]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나라 첫 국립공원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 녹색목록으로 지정된 지리산엔 반달가슴곰, 담비, 수달,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40여종이 살고 있다”며 “지리산의 생태계와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개발사업이 중단되도록 정부가 나서달라”고 밝혔다.

신규로 만드는 골프장만 문제는 아니다. 기존 골프장에서도 잔디 관리를 위해 농약을 뿌리는 양이 매년 늘고 있다. 그러면서 잔류 농약이 검출된 골프장도 꾸준히 증가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골프장별 농약사용 실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골프장에서 뿌린 농약은 2019년 186t에서 2020년 202t, 2021년 213t 등으로 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농약을 과하게 사용한 골프장도 늘고 있다. 2019년엔 골프장 539곳 중 443곳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으나, 2020년에는 541곳 중 487곳, 2021년에는 545곳 중 522곳에서 농약이 확인됐다. 사실상 대부분 골프장이 포함된 셈이다. 3년 연속으로 농약이 검출되지 않은 골프장은 불과 5곳에 그쳤다.

한국은 좁은 국토에 비해 이미 적지 않은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힐 정도다. 골프어라운드월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골프장 수는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8위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dlc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