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플랜' 정종연 PD "일반인으로 출연하려면 공격적이고 주도적인 성향이어야..." [인터뷰M]

김경희 2023. 10. 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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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을 만든 정종연 PD를 만났다. 정종연 PD는 tvN에서 '더 지니어스',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 두뇌 서바이벌 장르를 집중적으로 만들어 온 인물로 국내에서 큰 팬덤을 갖고 있는 연출자다. 그런 그가 이번에 김태호 PD의 회사로 옮겨 처음으로 선보인 넷플릭스 작품이다. 12명의 플레이어와 함께 7일간 합숙을 통해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데블스 플랜'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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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대중이 12명의 플레이어와 함께 치열하게 두뇌 서바이벌에 몰입했다.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바둑기사, 여행 유투버, 방송인,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참여했지만 특정 플레이어들은 지독하게 운이 좋지 않아 직업적 특성이나 개인적인 재능도 제대로 선보이지 못한 채 탈락을 하기도 했다. 출연자들 간의 불균형에 대해 정종연 PD는 "누가 잘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짝지어 구성하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만약 어떤 플레이어들이 뒷부분까지 남았다면 더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수 있었겠지만 연출을 한 입장에서는 플레이어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싣지 않으려 한다. 게임이 운으로 결정됐다는 식의 평가는 동의하지 않으며 특정 플레이어의 탈락이나 승리에 대한 소감을 개인적으로 밝히지 않겠다"며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그렇다면 이번 '데블스 플랜'을 통해 정종연 PD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그는 "이런 예능들을 추리 예능이라고 장르를 한정 짓기보다는 경쟁적 마인드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인 프로그램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가면서 이런 장르의 정수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기분이다. 한 편 한 편마다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니고 쭉 연결해서 비슷한 것들을 해오면서 철학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어서 방향성을 처음부터 분명하고 억지스럽게 만들고 가지 않았다. 지금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면 출연자의 변화와 성장을 보여줘야 하는 거 같다."라는 말을 통해 스스로도 이런 장르를 완성시켜 가는 과정에 있는 중이며, 무엇보다 출연자의 변화와 성장을 보여주는 리얼리티에 방점을 찍고 진행하고 있는 중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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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정종연 PD가 생각한 가장 큰 변화와 성장을 한 인물은 누구일까? 특정 출연자에 대한 애정을 담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정종연 PD는 곽준빈을 먼저 언급했다. "그렇게 잘할지도 몰랐지만 못하지도 않았다."라고 평가하며 "누구보다 '더 지니어스'를 여러 번 정주행 한 인물로 앞으로 어떤 게임이 나올지 예측하고 맞춰나간 인물이다. 이 프로그램의 흐름을 잘 알고 있으면서 두뇌 능력도 좋아 결정적인 개인 규칙을 만들어 서동주에게 주기도 했고, 하석진이 반전을 일으킬 수 있게 플랜도 짜주고 기억력 게임에서도 제 몫을 잘 해냈다. 본인은 산수에 자신이 없다고 했지만 피로도가 높아서 생긴 실수를 제외하면 잘했다."라며 곽준빈의 예상치 못했던 성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시즌의 우승자 하석진의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하석진은 초반에 게임에 확 빠져들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동재가 하자는 대로 들어주는 방향으로 가더라. 인터뷰 때도 몇 번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굉장히 리스크 관리를 하는 타입이었다.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인물로 보였는데 동재가 탈락하고, 피스의 비밀을 알아가면서 승부욕의 스위치가 눌리는 게 보여 흥미로왔다. 그렇게 하석진 스스로가 게임에 빠져들면서 감옥에서의 드라마도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며 궤도의 공리주의에 반기를 들며 '빌붙어 플랜'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낸 하석진의 활약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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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진과 동맹을 맺으며 감옥의 비밀을 밝혀낸 이시원과의 관계에 대해서 정종연 PD는 "그 둘의 관계는 자제하느라 애쎴다. 회상씬도 살짝 들어가면서 멜로적인 냄새를 살짝 주긴 했는데 이건 두 사람의 관계라기보다 동재 때문에 감정이 증폭된 것 같았다. 마치 인생사를 보는 것 같더라."라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러며 이시원에 대해서 "하석진과 이시원이 배우이다 보니 드라마보다 더 리얼하게 마치 드라마 대사처럼 말을 하더라. 명언집을 들고 다니나 싶을 정도고 비유도 찰떡같이 잘하고 승부욕이 있어서 좋았다. 정말 끈질기더라. 떨어질 때까지 최선을 다 하고 포기하지 않고 놓는 순간이 없는 사람이었다."라는 말로 칭찬을 했다.

감옥에서의 퀘스트 퍼즐이 굉장히 난도가 높았었다고. 정종연 PD는 "그 퍼즐을 만든 회사에서 가장 최상위 난이도 TOP5를 가져왔었다. 가장 난도 높은 게 박경림이 푼 것. 도대체 박경림이 어떻게 풀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 회사에서 만든 것 중 가장 어려워서 '악마의 퍼즐'이라는 별명이 붙은 아이템이었다. 이시원도 못생긴 안경을 쓰고 밤새도록 출어 내는 게 그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종이를 찢어 가짜 피스를 만들어 꽂아보는 모습도 정말 흐뭇했다."며 게임에 완전히 몰입해 흠뻑 빠져있는 출연자들의 모습에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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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테스트의 경우 "처음부터 편집 계획은 있었는데 그걸 한 명이 다 해낼지는 몰랐다."라고. 단체 추리 미션이었고 예상문제를 만들어 이야기의 흐름을 알리는 게임이었다. 오늘 날짜가 며칠인가를 맞추는 과정이 너무 좋았고 그걸 서로 매치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시원이 처음에 룰을 착각한 게 너무 안타까웠는데 그것만 빼면 다 예뻐 보였던 장면"이라며 서동주의 신통한 기억력이 돋보였던 게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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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출연자 가운데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했으며 어떤 기준으로 선발을 한 것일까? 약 300여 명을 면접 봤다는 정종연 PD는 "공격적으로 게임을 진행해 줄 사람과 '더 지니어스'를 잘 이해한 출연자를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똑똑해도 막상 면접을 보면 공격적인 성향인지를 파악하기는 힘들더라. '중반까지 가만히 있다가 후반에 반전을 일으키겠다'는게 일반인의 고정멘트였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선발했다."라며 똑똑함과 이해력보다 공격적이고 주도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을 선발하여 프로그램의 재미를 살리려 했음을 알렸다.

전작들에 비해 이번 '데블스 플랜'에서는 합숙을 하는 설정을 가져왔다. 합숙의 목적에 대해 정종연 PD는 "게임 이외의 부분도 담기 위해서. 그 부분도 경쟁의 절반이라 생각한다. 피스의 비밀도 넣고 보드게임도 많이 깔아놔서 연습하길 바랐는데 생각보다 플레이어들이 게임복기에 시간을 많이 쓰더라."라며 합숙 설정에서 의도했던 바를 밝혔다.

그러며 합숙을 통해 생겨난 출연자들 간의 케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감정이라는 게 굉장히 웃기게 하룻밤만 자도 쌓이더라. 거기에 게임을 하고 싸우고 나면 더 친해지는 것 같다. 다들 우는 게 인상적이었다. 서동주가 '내 세계가 무너지는 것 같다'라고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다. 인생 1년 치의 감정 소모를 압축해서 1주일 만에 하는 것 같다. 실제로 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감정일 텐데 출연자들과 함께 갇혀있었던 제작진도 끝날 때 많이 울더라. 힘들어서인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경쟁프로그램이었기에 출연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배려들이 많이 있었다고도 했다. 넷플릭스의 가이드에 따라 사전에 경쟁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인지 평가를 하고 합숙시설 안에도 스페셜리스트가 상주해 대기하기도 했다며. 룸메이트를 선정하는 기준도 나이순으로 해 합리적으로 배려했고, 특히 40대 이상의 출연자의 경우 무릎건강을 위해 1층에 숙소를 배정해 주는 나름의 섬세함도 발휘했다며 자랑하는 정종연 PD였다.

감옥의 식사에 대해서도 "정치적 고립이 감옥의 중요한 테마였다. 건강에 위협되는 건 원하지 않아서 빵도 영양소가 고루 들어간 걸로 신경 썼고 다음날 아침 죽도 컨펌하는데 오래 걸릴 정도로 배려해 마련한 것"이라며 깨알같이 신경 쓴 부분을 알렸다.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 12인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 '데블스 플랜'은 9월 26일(화)부터 10월 10일(화)까지 3주에 걸쳐 총 12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되었으며 넷플릭스에서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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