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로 사태 마무리 안 해… 하마스 군사 역량 완전히 제거한다”

이세형 채널A 기자·前 동아일보 카이로 특파원 2023. 10. 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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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

● 내 아들도 예비군으로 참전하러 이스라엘로
● 이란이 하마스·헤즈볼라 지원한 것은 사실
● 최악은 서쪽(가자지구) 북쪽(레바논 남부) 동시 전쟁
● 이스라엘-사우디 공동의 적 이란
● 규모 커져가는 韓-이스라엘 협력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 [박해윤 기자]
프로필
1960년생인 토르 대사는 미국 출신의 유대인이다. 아버지는 랍비(유대교 성직자)였고, 고등학교까지는 예시바(정통 유대식) 교육을 받았다. 컬럼비아대 철학과를 졸업했고, 이스라엘의 히브리대 대학원에서 정치학과 현대 유대학을 공부했다. 이스라엘군의 낙하산 부대에서 복무했고, 1988년부터 이스라엘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스라엘 외교부 부대변인, 팔레스타인국 부국장, 유대교민국장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 등을 지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두 나라 모두 1948년 건국했고, 20세기 내내 어려운 시기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우수한 인적 자원과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과학기술,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아키바 토르(63)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10월 6일 서울 종로구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내 "두 나라 사이에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또 서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뉴스는 주로 외교안보 분야에 집중돼 있다. 대부분은 팔레스타인과의 갈등 혹은 군사 충돌과 관련된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경제산업 분야에서도 중요한 뉴스메이커다. 다양한 혁신 기술이 이스라엘에서 개발되고 있다. 현지 창업 열풍과 스타트업들의 경쟁력 역시 세계적 수준이다.

한국과도 그 나름대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했다. 12월에는 한-이스라엘 FTA 발효 1주년을 맞이한다.

토르 대사와의 인터뷰는 한-이스라엘 FTA 발효 1주년을 앞두고 '경제산업 이슈'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하지만 인터뷰 다음 날인 10월 7일 가자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스라엘 안팎에선 '이스라엘판 9·11 사태'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사상자 규모가 컸다.

이로 인해 10월 10일 토르 대사와 하마스의 공격을 주제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쟁 가능성 있어도 하마스 영향력 없앨 것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력, 정보력을 갖춘 나라다. 하마스의 공격에 너무 무기력하게 무너진 것 같다.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정보 기능과 대응 전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된 직후부터 10시간가량 대응에 특히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단 하마스와의 전쟁에 임하고 승리해야겠지만 향후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자세히 짚어봐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마스에 매우 강경하게 대응할 게 분명하다. 과거에는 하마스가 공격하면 이스라엘군이 이에 대한 반격을 하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이집트 같은 주변국이 중재를 해서 사태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과정은 없을 것이다. 하마스의 군사 역량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 작전을 펼칠 것이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하마스가 지금 같은 영향력을 더는 행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스라엘 북부(레바논과의 접경지대)에서 헤즈볼라의 공격도 있었다.

"그 지역도 지금 긴장도가 높다. 헤즈볼라와 대규모 교전이 벌어진다면 하마스와의 충돌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헤즈볼라의 군사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란과의 협력 수준도 매우 높다."

헤즈볼라는 친(親)이란 성향의 시아파 무장정파로 레바논 남부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정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06년 이스라엘과 34일간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향해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헤즈볼라를 향한 메시지도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한테 도발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물론 최악의 경우 헤즈볼라의 도발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서쪽(가자지구)와 북쪽(레바논 남부) 전선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를 가능성도 있다. 그런 상황이 발생해도 궁극적으로는 승리할 것이라고 본다."

10월 10일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와 인접한 ‘크파르아자’ 키부츠에서 하마스에 살해된 민간인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곳에서 영유아, 노인 등을 포함해 최소 100명 이상의 민간인을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전쟁범죄라고 규탄했다. [AP뉴시스]
이란이 이번 사태에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대해 많은 지원을 해왔다는 건 사실이다. 또 이란의 지도층도 하마스와 접촉해왔다. 무기와 자금도 파격적으로 지원했다."

아랍, 나아가 이슬람권의 중심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조만간 수교할 것이란 전망도 최근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변수가 생겼다는 분석도 많이 나온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외교 정상화는 사실상 시간문제라고 본다. 두 나라는 협력해야 할 이유가 많다. 특히 두 나라 모두 이란으로부터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란의 주변국에 대한 개입과 영향력 확장 전략은 중동 정세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경제적으로도 협력할 이유가 많지만 안보적으로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이란을 잠재적 거대 시장으로만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하지만 이란 주변 나라들에는 커다란 안보 부담으로 여겨지는 요소가 많다.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사우디와 정식으로 수교하는 시기가 지연될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수교를 못 하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예비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스라엘로 향하는 예비군 중에는 내 아들도 포함돼 있다. 얼마 전 군 복무를 마치고 한국에 와 있다가 곧바로 이스라엘로 돌아가는 중이다. 비행기 안에 있을 것이다(10월 10일 오후 기준). 원래는 11월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이었다. 조만간 육군으로 전선에 배치될 것이다. 그리고 막내딸은 현재 공군에서 현역으로 복무하고 있다. 맏사위도 낙하산 부대에서 소령으로 복무 한다. 현재 가자지구 인근에 배치돼 있다."

이스라엘 자동차 3대 중 1대는 한국산

급하게 추가로 진행된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토르 대사는 "지난주 금요일 때처럼 미래지향적 주제로 대화를 나눌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토르 대사와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했다. 토르 대사는 "한국 커피보다 맛있는 이스라엘식(式) 커피 맛을 꼭 알려주고 싶다"며 직접 커피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유럽, 중동, 북미, 중남미 등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모여 만든 나라다. 하나같이 커피 문화가 발달한 지역 출신들이다. 당연히 커피도 다양하고, 수준도 높다.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직접 이스라엘식 커피를 내리고 있다. [박해윤 기자]
한국-이스라엘 FTA 발효 1주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같은 거대 경제권과의 FTA가 아니다 보니 한국에서 이스라엘과의 FTA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모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한-이스라엘 FTA는 두 나라 모두에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에는 중동 국가와의 첫 번째 FTA다. 이스라엘에도 마찬가지로 아시아 국가와의 첫 번째 FTA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로 재임하는 동안 한-이스라엘 FTA가 발효됐다는 것을 개인적으로도 뜻깊게 생각한다."

두 나라 간 교역량은 현재 어느 정도 되나.

"한국과 이스라엘 간 교역량은 2018년 기준 23억 달러(약 3조1027억 원) 수준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란 엄청난 악재가 있었지만 지난해 두 나라 간 교역량은 35억 달러(약 4조7338억 원)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들이 이스라엘 시장에서 보이는 활약은 대단하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각각 16%, 14%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다니는 자동차 3대 중 1대는 한국산이다. 시장점유율 면에서도 당연히 1위다. 한국산 다음으로는 일본 자동차가 많다."

창업 강국 이스라엘

다른 한국 기업들의 활동은 어떤가.

"삼성전자의 경우 연구개발(R&D)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엔지니어 360여 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로 R&D 센터를 운영한다. LG전자, 현대차도 현지 지사를 통해 이스라엘의 기술과 스타트업을 조사하고, 투자하는 업무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혁신적인 기술개발과 창업 문화는 한국에서도 관심이 많다.

"맞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더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한다. 아직 한국 기업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미국 기업들이 더 적극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이스라엘 R&D센터에서 4000명이 넘는 엔지니어가 활동하고 있다. 인텔도 대규모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텔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자율주행 자동차 스타트업인 모빌아이를 인수해 큰 주목을 받았다(인텔은 2017년 153억 달러·약 17조8500억 원에 모빌아이를 인수했다)."

최근의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어떤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나.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들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사이버 보안 기술에서도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AI 기술의 경우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높게 평가했다."

이스라엘 영문 일간지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6월 텔아비브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이스라엘은 AI 혁명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스라엘에 와서 두 가지를 관찰했다. 하나는 인재가 많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이스라엘 기업가들의 끈기, 추진력, 야망이다"라고 말했다.

토르 대사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미국 나스닥 상장 기업 중 이스라엘 국적인 곳은 123개로 미국, 중국 다음이다. 인구가 1000만 명도 안 되는 나라인 것을 감안할 때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지 잘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 처지에서 이스라엘의 활발한 창업 문화는 매우 부럽다. 젊은 세대의 창업을 활성화하려고 많은 공을 들이지만 대기업 취업, 전문직 진출을 선호하는 문화가 훨씬 강하다.

"특별히 한국 젊은 세대에게 문제가 있어 창업을 덜 선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느 사회나 전통적으로 잘해 온 분야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 한국은 제조업과 대기업이 발달한 나라라 그런 취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제조업이 약하다. 과거에는 자동차도 생산하려고 도전하고 했지만 실패했다. 반면 스타트업은 알다시피 성공 사례가 많다. 그래서 더 많은 인재가 창업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다만 이스라엘이 실패, 정확히는 제대로 준비하고 적합한 방식으로 도전했지만 예상치 못한 시장 상황이나 변화 등으로 실패한 경우에 대한 이해와 관용 수준은 더 높은 것 같다. 한국에서도 이런 문화가 더 강해지면 많은 인재가 창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회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이스라엘 FTA 홍보 설명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아브라함 협정으로 아랍권과 관계 개선

토르 대사는 인터뷰 중 "한국과 이스라엘 간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이미 다양한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고, 좋은 관계도 형성돼 있다"며 "두 나라가 더 친밀해지려면 정치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교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경우 2010년 시몬 페레스 당시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지금까지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적이 없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스라엘과 관계가 좋지 않은 아랍 주요 국가들을 자극할 수 있어 한국 정부가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2020년 9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 간의 외교 정상화)'을 통해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적대적 관계는 많이 누그러졌다. 현재 이스라엘은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 그리고 모로코, 수단과도 역시 수교했다. 이집트와 요르단과는 이보다 이른 시기인 각각 1979년과 1994년 평화 조약을 맺었다. 당연히 이집트, 요르단과도 수교했다.

2020년 8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의 중재 아래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아브라함 협정’을 맺고 외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백악관 홈페이지]
올해 9월로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된 지 3주년을 맞이했다. 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과 외교관계 정상화가 이스라엘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나?

"경제적으로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UAE와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UAE의 경우 아부다비 국부펀드 중 하나인 '무바달라'(IT 등 첨단기술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도 이스라엘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UAE의 양대 도시인 아부다비, 두바이와 텔아비브(이스라엘의 경제 중심지) 간 항공편은 주 40회 정도 된다. 이스라엘 사람 중 UAE로 여행을 가는 경우는 이제 너무 흔하다. 심지어 두바이에서 결혼하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있다. 또 UAE에서 '코셔 음식(유대교 율법에 따라 도축된 고기와 조리된 음식)'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UAE에서 코셔 음식을 구하는 게 한국보다 더 쉽다(웃음)."

한국, UAE, 이스라엘 간 '삼각 협력'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세 나라 모두 소프트파워가 강하고, 혁신적인 면이 많다. 삼각 협력이 적극 추진될 경우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R&D 경쟁력이 높고, 우수한 대학에서 수준 높은 엔지니어들을 배출해 온 노하우가 있다. UAE는 이런 노하우를 매우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어 한다. 그리고 UAE는 자금력이 뛰어나다. 세 나라가 각각 강점을 앞세워 협력하면 AI, 스마트팜, 환경기술 같은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AI, 스마트팜, 환경기술은 성장 가능성이 높으며 세 나라가 모두 관심이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공통점 많은 두 나라 더 친해지길

서울 외교가에서 토르 대사는 '튀는 대사'로도 통한다. 다른 나라 대사들과의 만남에도 적극적이고, 바쁜 일정 중에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과 각종 봉사활동에도 시간을 많이 할애해 왔다.

무엇보다 토르 대사는 미디어와 자주 접촉하는 외교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주요 매체와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그는 한국 거주 외국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인 KBS의 '이웃집 찰스'와 MBC의 '어서와 한국살이는 처음이지'에 출연해 자신의 일상을 자세히 공개했다. 당연히 화제가 됐다.

대사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출연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언론과의 접촉에 특별히 적극적인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에 부임하기 전 본부(이스라엘 외교부)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하라고 주문했다. 성실히 임무를 수행 중인 것이다.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다. 그리고 아직 한국에 덜 알려져 있다. 내가 더 열심히 뛰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을 영국, 프랑스, 독일 같은 나라만큼 많게 만드는 게 내 목표다."

이스라엘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문화 아이템이 있나.

"와인이다. 이스라엘 와인은 질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아직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게 아쉽다. 한-이스라엘 FTA로 많은 양의 이스라엘산 와인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술과 대화를 즐기는 한국 사람들에게 이스라엘 와인이 많이 알려지길 기대한다."

한국에서 등산을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산은 정말 아름답다. 최고다. 그리고 한국 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소라 더욱 특별하다. 가장 좋아하는 산을 꼽을 수는 없다. 좋은 산이 너무 많아서다. 나는 네 군데 산을 아주 특별하게 생각한다.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산은 북한산이다. 집처럼 편안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설악산은 정말 개성 있는 모습이며 아름답다. 한라산은 등산로가 재미있다. 제주도에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마니산은 노을이 정말 아름답다. 이외에도 청계산이 기억에 남는다. 아내에게서 받는 푸근한 느낌이 있다. 아내가 이런 표현을 썩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

기자는 "아름답다고 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토르 대사는 "그러게 말이다"라며 맞장구치며 청계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청계산에는 1982년 기상 악화로 산 중턱에 충돌해 순직한 한국 공군과 특수부대원들의 순직을 기리는 추모비가 있다. 이스라엘도 한국도 나라를 지키는 게 중요한 나라다. 그리고 젊은 병사들의 희생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렇다 보니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이세형 채널A 기자·前 동아일보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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