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다른 사람에 맞서는 것 아니야"…시프가 바라본 콩쿠르

강애란 2023. 10. 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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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에 '맞서서' 하는 것이 아니다."

책에는 출생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프의 일생에 대한 문답과 음악 전반에 대한 그의 깊이 있는 생각이 채워져 있다.

폭넓은 주제 속에서 시프는 연주자들의 스타 등용문처럼 여겨지는 콩쿠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드러낸다.

시프는 콩쿠르를 '산업'이라고 칭하며 음악을 스포츠와 같은 경쟁 방식으로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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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드라스 쉬프-음악은 고요로부터'
책 표지 이미지 [산지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음악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에 '맞서서' 하는 것이 아니다."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는 언드라시 시프는 클래식 애호가들의 애정을 한 몸에 받는 연주자다. 2017년 독일어로 출간된 그의 책 '안드라스 쉬프-음악은 고요로부터'가 한국어로 출간됐다. 1·2부로 나뉜 책은 그가 음악 저널리스트 마르틴 마이어와 나눈 대화와 지면에 실었던 에세이를 담고 있다.

책에는 출생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프의 일생에 대한 문답과 음악 전반에 대한 그의 깊이 있는 생각이 채워져 있다.

폭넓은 주제 속에서 시프는 연주자들의 스타 등용문처럼 여겨지는 콩쿠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드러낸다. 시프는 콩쿠르를 '산업'이라고 칭하며 음악을 스포츠와 같은 경쟁 방식으로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시프는 음악은 가장 빨리 달리고, 높이 뛰고, 멀리 던지는 자가 승자인 스포츠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물론 음악도 누가 가장 크게, 빠르게, 실수 없이 끝까지 잘 마치는지 메모장에 빨간펜으로 표시할 수 있는 요소가 있지만, 이런 곡예와 무오류성은 우리 영혼에 울림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품에 대한 파악과 템포 선택, 곡의 분위기와 성격 등에 대한 견해는 너무 갈려서 일반적인 가치나 평가 기준을 들이댈 수 없다고 강조한다.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 서울 공연 (서울=연합뉴스) 헝가리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70)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2023.10.4 [마스트미디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시프는 콩쿠르에서 연주자들은 심사위원단이 지지하는 통일된 스타일을 요구받는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자유와 상상력은 '콩쿠르 제국'에서는 외래어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그는 심사위원단이 혼란이나 도발을 겪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가능한 그 누구에게도 거슬리지 않는 참가자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모든 분야에서 유능하지만, 어느 분야에서도 월등하지 않은 참가자가 선발된다는 것이다.

본래 콩쿠르는 젊은 인재 발굴과 그들이 궤도에 오르도록 장려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 수가 많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시프는 한 콩쿠르에서 다음 콩쿠르로, 이 심사위원단에서 저 심사위원단으로 다니기 바쁜 큰 무리의 교육자들이 이득을 보고,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하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더 높은 지식이나 더 나은 연주가 아닌 거장으로부터 다음 콩쿠르를 위한 추천장을 얻고자 한다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시프는 젊은 인재들의 발굴과 후원을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전공자, 전문가, 애호가들로 구성된 청중 앞에서 재능 있는 해석자들이 자유롭게 고른 짤막한 연주 프로그램으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국제 포럼을 그 예시로 든다. 시프는 비범한 재능은 하나의 도식에 욱여넣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콩쿠르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가. 시프는 이 질문에 "용감하게 '아니오'라고 대답 될 수 있다"고 답한다. 음악에는, 예술에는 적수라는 게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산지니. 김윤미·윤종욱 옮김. 464쪽.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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