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서 만난 통일이야기
◀ 김필국 앵커 ▶
지난 열흘 동안 부산을 뜨겁게 달궜던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어제 그 화려한 막을 내렸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통일을 주제로 한 영화들도 참여해서 관객들을 만났다고 하는데요.
그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
28년 째를 맞은 이번 영화제 기간에도 수많은 시민들이 부산의 가을바람과 함께 영화의 바다에 푹 빠졌습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정전 70주년인 올해의 부산국제영화제엔 특별한 손님들이 초대됐습니다. 6.25전쟁 당시 피난수도였던 이곳 부산에서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보자는 건데요, 그 현장으로 한번 찾아가보겠습니다."
우선, 초창기 부산국제영화제의 주 무대였던 부산 남포동의 광장.
야외 상영이 이뤄지던 무대 주변으로 영화와 관련된 갖가지 부스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요.
판문점 포토존을 앞세운 통일 부스도 시민들과 만나고 있었습니다.
"사진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산의 또다른 명소인 부산시민공원.
100여년에 걸쳐 일본 기마부대와 미군 기지로 사용돼다 10여년 전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온 공간인데요.
이곳에도 영화와 접목된 통일이 찾아왔습니다.
[김진환/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 교수] "우리가 지나온 현대사, 근현대사도 함께 돌아보면서 그런 전쟁과 아픔들이 없는 시대를 상상하기에, 그게 통일된 미래라고 볼 수 있으니까 그런 걸 상상하기에 좋은 장소인 것 같아서 저희가 적극적으로 이 장소를 선택을 했고 때마침 많은 시민들이 찾아주셔서"
먼저 부산의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어린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며 자연스럽게 통일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요.
커다란 한반도 벽화에 색을 입히며 통일의 꿈도 키워봅니다.
"백두산 찾으래, 백두산" "백두산은.. 찾았다" "오, 찾았다~"
그 한켠의 야외무대에선 잔잔한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는데요.
[통일아리랑/이유카와 악사들(원곡 송소희)] "우리 마음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역사의 문을 연다"
공연이 끝나자 드디어 영화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첫번째 상영작인 단편영화 <평양냉면>.
"네 시아버지가 저쪽에 두고 온 땅의 문서랑 사진이랑 그리고.." "그걸 왜 갖고 있어? 다 버려!" "왜 버려? 갖고 있어야지." "왜? 통일되면 땅이라도 찾으러 가게? 아, 그리고 엄마는 평생 북쪽에 두고 온 사람 때문에 힘들었으면서 그걸 뭐 좋다고 갖고 있어?"
북한에 처자식을 두고 피난 왔고, 남한에서 새 가정을 꾸렸던 아버지.
어릴 적부터 아버지 손에 이끌려 허름한 평양냉면 집을 그렇게 다녀서였는지 냉면이면 쳐다보기도 싫었던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다시 그 냉면집을 찾게 됩니다.
"이게 뭐라고.."
[김상기/관람객] "영화 보니까 부모님하고 냉면 먹던 그 생각도 나고.. 통일이 빨리 돼야 되겠다 그 생각이 들고 참 영화 감명깊게 봤습니다."
곧바로 또다른 단편영화가 이어졌는데요.
국군으로 참전한 남편의 소식이 끊긴 채,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홀로 생선장사를 하며 아들을 은행장으로까지 키워낸 할머니가 주인공입니다.
뒤늦게 한글을 배워봤고, 배우자마자 생사를 알 수 없는 남편에게 처음으로 편지라는 걸 써봤는데요.
"당신은 55년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소? 나는 이제야 글을 배워 서툴러도 글도 쓰고, 혹시라도 이북에 살아있으면 살아 생전에 봤으면 좋겠소."
할머니의 생애 첫 러브레터에 관객들의 눈시울은 뜨거워졌습니다.
[서은아/<러브레따> 감독] "세대가 많이 바뀌면서 실제로 겪지 않은 아픔이다보니까 점점 그 아픔도 잊게 되고 그걸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진심도 사실 묻히는게 있어 가지고 저희 남아있는 세대가 그걸 좀 돌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그리움을 통해서."
치매에 걸린 실향민 어머니가 전쟁때 헤어진, 그리고 이미 사망한 여동생과 전화통화를 하겠다고 졸라대는데, 우연히 북한 여자로부터 잘못 결려온 전화를 받게 됐던 주인공은 어머니에게 그 전화기를 넘겨줍니다.
"옆에 어머니가 계십니까?" "아..아니에요." "바꿔주죠.. 언니~" "영옥아~" "언니~"
이렇게 이산가족의 아픔을 다룬 영화들과 함께 험난했던 탈북경로를 따라 그 여정을 함께 되밟아본 작품도 선을 보였고요.
"오, 여기다! 여기다!!" "내가 여기를 오다니~"
또 미국 여성들이 의기투합해 북한 일가족의 필사적인 탈북 여정을 사실적으로 담아내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고, 미국 전역에서 상영 예정이기도 한 다큐멘터리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습니다.
[마들렌 가빈/<비욘드 유토피아> 감독] "언젠가 이 영화가 북한에도 전해져서 북한 사람들이 외부세계에 관해 알게 되길 바랍니다."
부산으로 피난 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한 실향민의 삶을 다룬 '천만 영화', <국제시장>까지 함께 했던 시간들.
"마음이 아프죠" "현실, 우리가 살아온 현실인 것 같아요."
처음 시도된 영화제 속 통일 이야기로 부산의 가을은 훨씬 더 풍성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533321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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