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900만원? 그림의 떡이죠”…육아휴직 쓴 남편 겨우 이 정도뿐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3. 10. 1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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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6+6 육아휴직제 발표
부부 모두 육아휴직 사용시
6개월 간 3900만원 지급
통상임금 100% 지급 조건
월 900은 대기업 부부만 가능
남성 육아휴직 비율 4%대
6+6 시행해도 단기개선 어려워
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코베 베이비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육아용품 업체의 전시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출처=매경DB]
정부가 최근 월 최대 900만원의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하는 ‘6+6 육아휴직제’를 발표했죠. 6개월간 최대 3900만원을 육아휴직 급여로 받을 수 있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육아와 관련된 혜택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다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인 상황입니다. 한 번 따져볼까요?

6+6육아휴직제, 남성 육아휴직 사용 타겟
6+6육아휴직제는 기존 3+3육아휴직제를 확대한 제도입니다.

3+3육아휴직제란, 생후 12개월 내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모가 동시 혹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경우, 최대 월 300만원(통상임금 100%)까지 지급을 하는 제도입니다. 첫달 200만원, 둘째달 250만원, 셋째달 300만원을 각각 지급하는 건입니다. 2022년부터 시작됐는데 한사람당 750만원씩 도합 15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는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더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례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한 해만 3+3 부모육아제 이용자가 1만4830명이었습니다.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자(13만1087명) 중 약 11%가 ‘3+3육아휴직제’를 이용한 셈이죠.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발표한 ‘6+6 육아휴직제’ 일부 내용 발췌. <고용노동부>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6+6육아휴직제란 생후 18개월 내 자녀를 돌보기 위해 부모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최대 월 450만원(통상임금 100%)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1개월 200만원, 2개월 250만원, 3개월 300만원, 4개월 350만원, 5개월 400만원, 6개월 450만원 등 개월이 올라갈때마다 상한액이 올라갑니다. 부모 모두가 최대치를 받을 경우, 월 900만원까지 수령이 가능합니다.

이번 육아휴직 특례는 신생아 범위를 기존 12개월서 18개월로 늘린점, 최대 지급액도 기존 300만원서 450만원까지 늘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대상자를 더 확대했고, 소득대체를 할만큼 지급액도 늘렸으니깐요.

남성 4%만 육아휴직…단기간 개선 힘들어
다만 혜택을 보는 사람은 여전히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65.2%로 2010년(40.5%)에 비해서 획기적으로 개선됐습니다. 반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지난 2021년 4.1%로 2010년(0.2%)에 비해서는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물론 3+3 육아휴직제가 2022년부터 본격 시행됐고, 이용자가 1만4830명(남성으로 치면 7415명)이 이용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현재는 5%를 무난히 넘겼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편입니다.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 △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 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힙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 육아휴직통계’.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4.1%에 불과했다. <통계청>
또한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은 대체적으로 만0세 신생아를 돌보는데 육아휴직을 사용하는데 반해, 남성은 주로 만6세~만8세 즉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해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 ‘6+6 육아휴직제’를 신설했지만 여전히 신생아 범위가 18개월로, 기존 육아휴직 지급범위(만8세 이하)보다는 좁습니다. 남성 육아휴직자수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 힘든 이유입니다.

기업체규모별로 봐도 남성과 여성 모두 300명 이상 대기업인 경우 육아휴직 사용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특히 대기업에 다니는 여성의 육아휴직 비율은 76.6%에 달합니다. 반면 4명 이하 업체에 다니는 여성의 육아휴직 비율은 26.2%에 불과합니다.

최대 지급액이 450만원이지만 통상임금 100% 한도가 있다는 점도 한계입니다. 30대 월평균 소득은 360만원입니다. 중소기업 부부들은 6+6육아휴직제를 이용하더라도 대기업 부부만큼 월 450만원까지 육아휴직비를 지급받지 못합니다.

6년째 일반 육아휴직 상한선 그대로...특례보다는 보편혜택 확대로 가야
차라리 보편적인 혜택을 더 늘리는 방향이면 어떨까요? 부모급여(만0세에 월 100만원) 혹은 자녀세액공제(1인당 연 15만원)를 늘리는 형식으로 말이죠. 그렇다면 기업규모별 혹은 성별 차이에 따른 역차별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을테니 말이죠.

그런면에서 자녀세액공제를 조금 더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의 경우 부모급여 명목으로 만0세~1세는 월 50만~100만원이 올해부터 지급되고 만 8세까진 아동수당 명목으로 월 10만원이 지급됩니다. 다만 그 이후 자녀세액공제는 1인당 연 15만원(월 1.25만원)에 불과합니다. 한마디로 두돌이 될 때까지만 신경쓰고 초등학교 가기전까지는 생색을 낸 뒤, 그 이후엔 나몰라라 하는게 대한민국 육아정책 현실입니다.

반면 미국은 자녀세금크레딧(Child Tax Credit)이라고 해서 6세 미만의 자녀는 1인당 年 2000달러(360만원·월 30만원)까지 세금을 깎아줍니다. 내 세금이 이보다 덜되고 일정요건을 맞출 경우 최대 1600달러까지 환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 1600달러(월 208만원·환율 1300원 가정)의 의미는, 월 17만원 가량씩 자녀들에게 현금이 지급된다는 의미입니다. 하루 6000원. 미국 외식물가를 감안하면 한끼도 안되는 금액이지만, 직접 저가 식료품을 사면 근근히 생활은 유지할만한 수치입니다. 미국 가정은 자녀를 키울 경우, 1자녀당 하루 6000원, 즉 가정식으로 한끼 정도 해먹을 수 있는 금액을 정부로부터 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1차 회의가 지난 3월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려 윤석열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승환기자
저출산이 심각한 우리의 상황을 고려하면, ‘6+6육아휴직제’보다는 신생아를 가지는 부모 누구나 다 수혜를 보는 보편적 혜택 (아동수당, 자녀세액공제, 인상 혹은 육아휴직 급여 자체 인상)을 늘리는 방향이 더욱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특례가 아닌 일반적인 육아휴직 급여는 지난 2017년 9월 상한액이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승된 뒤에 아직도 그대로인 상황입니다. 지난 6년 간 물가와 집값은 꽤나 크게 상승했는데, 일반적인 육아휴직 급여는 사실상 그대로인 것이죠.

물론 보편복지를 확대할 경우 그만큼 연간 수조원대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됩니다. 다만 이는 남아도는 교육청 예산(올해만 약 75조원 예산 책정)을 대폭 삭감하면서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특례 확대보다는 ‘출산 가정 전체’에 혜택을 주는 일반 출산대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짜야, 보다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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