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0년 차…단풍에 ‘악 소리’내며 설악산 올랐습니다 [주말엔]
■ 등산 경력 '0년 차' 기자…설악산에 도전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단풍이 찾아왔습니다. 강원도 설악산 정상부터 단풍이 들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KBS 취재진은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에 올라가 단풍 소식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등산 경력 '0년 차'인 기자에겐 무서운 산이었습니다.
설악산은 우리나라에서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산이자 험한 산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설악산은 최근 5년여 동안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국립공원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부장의 지시(?)와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전달해야 하는 기자이기 때문에 등산을 결심했습니다.
■ 등반 코스 중 거리 짧은 오색코스…'악'소리로 시작
취재진은 5km 구간인 오색-대청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설악산 등반 코스 중 경사가 심하지만, 거리가 가장 짧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1일 새벽 5시, 취재팀은 KBS 강릉방송국에서 출발해, 한 시간 뒤인 새벽 6시쯤 설악산 오색지구의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습니다.
10KG이 넘는 촬영 장비를 담은 가방을 메고 터벅터벅 걸었습니다. 얼마 안 가 오르막 계단들이 저희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계단 소재는 철부터 돌, 나무까지 다양했습니다. 저지대라 그런지 단풍이 든 나무를 만나진 못했습니다.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평지가 나오고, 내리막길도 나왔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길이 평탄해진 건가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10여 분 정도 걷다 보니 수직에 가까운 돌계단이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돌계단을 발로 밟을 때마다 허벅지가 찌릿찌릿해지고, 얼굴에선 땀이 목으로 떨어졌습니다.
돌계단 백 개도 안 밟았는데, 입에서 악 소리가 절로 났습니다.
■ '안전쉼터'에서는 꼭 쉬어야!…안전 제일
심장도 쿵쾅쿵쾅 빨라지는 게 느껴질 때쯤 안전쉼터가 발견됐습니다.
안전쉼터를 발견하자마자 짐을 의자에 놓고, 털썩 앉았습니다. 나무로 만든 사각형의 쉼터가 별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단풍이 든 아름다운 경관을 보면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었습니다.
땀으로 뜨거워진 몸은 5분도 안 돼 차갑게 식었습니다. 저체온증이 올 거 같아 다시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초반 약 1KM 구간에는 안전 쉼터가 군데군데 설치돼 등산객들에게 휴식을 제공했습니다.
등산객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위치에 국립공원이 설치한 쉼터입니다.
초반 코스가 경사가 심해, 체력에 맞지 않은 산행을 하다가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등산 초입부에 쉼터가 많습니다. 정상으로 갈수록 쉼터는 적어집니다.
물과 초코바를 먹으면서 절반 정도 올라가니 설악폭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녹음이 가득한 숲 속을 걸으니 마치 신선이 된 기분 같았습니다.
지대가 높아질수록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고행은 이제 시작이었습니다. 초반 코스는 '악' 소리가 나왔으면, 지금부턴 '욕'이 나왔습니다.
한참 길을 걷다 보니 직각에 가까운 등산로를 오르다가 보니 쓰러진 고목이 보였습니다.
저렇게 두꺼운 나무도 쓰러지는데, 나도 쓰러지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산행이 근무이기 때문에 저는 쓰러지면 안 됐습니다.
마음을 바꿔 천천히 걸었습니다. 중간중간 서서 쉬기도 하고, 손까지 이용하며 네 발로 등반하기도 했습니다.
중간중간 다람쥐들이 취재진을 따라다니면서 등반을 같이 해줘 힘이 나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대청봉을 300미터 남은 지점. '동절기 안전장비 착용 장소'라는 팻말이 보였습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구간이라 안전 장비와 보온 의류를 꼭 착용하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국립공원공단 직원은 "겨울에 해당 구역에서 방한모 등 보온 장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얼굴 등 몸이 동상에 걸리는 위험한 구역"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점점 무거워지는 몸을 이끌고 정상을 향해 올라가니 돌무더기가 보였습니다. 또 그 유명한 대청봉 비석이 보였습니다.
■ 3시간 40여 분만에 도착한 대청봉…천연의 비경
등산을 시작한 지 약 3시간 40여 분만이었습니다.
선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장관이었습니다. 산 정상은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오색 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기암괴석과 멀리 동해 바다가 보였는데 고지대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단풍 절정까지 10여 일이 넘게 남았는데도 많은 사람이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4시간가량의 취재를 마치고, 취재진은 오색 코스보다 다소 경사가 완만하다는 한계령 코스로 하산했습니다.
한계령 코스는 중청대피소에서 한계령 휴게소까지 8km 정도 코스입니다.
오색보다는 경사가 완만하니 2시간 정도면 내려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산이었습니다.
■ 하산이 등산보다 더 힘들어…체력 관리 잘해야!
등산보다 하산이 더 힘들었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반복됐는데, 체감상 오르막이 내리막길보다 더 길었던 거 같습니다.
더군다나 오색처럼 등산길이 조성된 곳이 많지 않아 울퉁불퉁 서 있는 바위를 밟고 다녀야 했습니다.
안전 쉼터도 없어서 중간마다 바위에 걸터앉아 쉬어야 했습니다. 삐죽빼죽한 돌을 밟고 걷다 보면 다리가 풀리고, 연골이 닳은 듯 무릎에서 딱딱 소리가 났습니다.
핏자국이 묻은 바위도 발견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짐은 더욱 무거워지고, 다리는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날은 점점 어두워지는데, 주변에서 사각사각하는 소리까지 들렸습니다. 오늘 하산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선행하던 탐방객분들을 만나 그분들을 따라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하산 시작 4시간여 만에 한계령휴게소 입구가 보였습니다. 하산객에만 열리는 자동문이 열리니 드디어 집에 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중간중간 쉬면서 초콜릿바나 과자 등을 먹지 않았으면 하산을 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등산 경력 0년 차... 준비가 부족했던 산행이었습니다.
■ 취재진이 전하는 설악산 안전 등산 방법…준비가 반이다!
설악산 등산 계획하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먼저, 등산 장비가 중요합니다. 내 몸에 맞는 등산화와 등산복은 필수입니다. 스틱도 중요합니다.
기자의 경우 스틱이 없어 다리로 모든 하중을 견뎌야 했습니다. 나중엔 다리 힘이 부족해 손까지 써가면서 걸어야 했습니다.
체온 유지를 위해 경량 패딩과 깔깔이 등 얇은 옷을 준비해야 합니다.
휴식을 할 때 급격히 체온이 떨어져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넉넉하게 물을 준비해야 하고, 초콜릿 등 열량이 높은 식량 등을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든든하게 먹어야 체력에 떨어지는 시기에도 몸이 버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체력 관리가 중요합니다. 주6일 10km를 50분 안팎으로 뛰며 체력 관리를 하는 기자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 휴식이 가장 중요…안전쉼터 이용 필수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휴식입니다. 산행 중 힘들면 참지 말고 무조건 쉬어야 합니다. 특히 경사가 심한 구간에서는 잘 쉬어야 합니다.
오색 코스를 걷는 분들은 안전쉼터 이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가을은 단풍으로 많은 사람이 산을 찾는 시기입니다. 체력에 맞게 산행 코스를 정하고, 힘들면 포기할 줄 아는 게 건강한 등산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국립공원공단, 설악산 단풍은 10월 말~11월 초가 좋아
산림청과 민간 기상정보업체 '웨더아이' 등은 설악산 단풍 절정시기를 오는 23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은 단풍은 단풍 절정 시기가 지났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합니다.
설악산을 찾는 분들은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단풍 구경 오시는 걸 추천합니다.
단, 이때 대청봉 등 설악산 고지대는 겨울 산이 됩니다.
당단풍나무를 기준으로 한 단풍 절정 시기는 계룡산 오는 26일, 내장산 오는 29일, 속리산과 화악산 오는 30일, 지리산은 오는 31일,
한라산 다음 달(11월) 1일, 팔공산 다음 달(11월) 2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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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빈 기자 (normalbe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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