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핵의 기원…수천조달러 가치 추정 금속 소행성 탐사 시작
지구 핵과 같은 철·니켈 주성분 추정
사상 첫 금속 천체 탐사를 위한 6년간의 우주여행이 시작됐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13일 오전 10시19분(한국시각 오후 11시19분)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금속 소행성 프시케를 탐사할 우주선 프시케를 스페이스엑스의 팰컨헤비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지구보다 태양에서 약 3배 더 멀리 떨어져 있는 프시케는 가장 긴 쪽의 폭이 280km에 이르는 감자 모양의 소행성이다. 지구의 핵을 구성하는 철, 니켈과 같은 금속 물질이 풍부해, 금속의 부피 비중이 30~60%일 것으로 추정한다. 얼음이나 암석 대신 금속이 주성분인 천체를 탐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사는 최근의 관측 결과를 종합하면 금속과 규산염이 뒤섞여 있는 천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규산염은 모래와 유리의 주성분이다. 최근의 측정 결과에 따르면 프시케의 밀도는 1㎤당 약 4g으로 암석(2~3g)보다는 높고 금속(6~9g)보다는 낮다.
지금까지 알려진 태양계의 소행성 150만개 중 프시케와 같은 금속성 천체는 9개이며, 프시케는 이 가운데 가장 큰 천체다. 미 애리조나주립대의 린디 엘킨스-탠튼 수석연구원은 ‘비비시’에 “이번 임무에서 가장 짜릿한 점은 인간이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세상을 보러 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탐사선은 앞으로 36억km를 날아 2029년 8월 프시케에 도착한다. 가는 도중 2026년 5월 화성을 지나면서 화성의 중력을 이용해 속도를 높이고 방향도 조정한다.
목적지에 이르면 약 26개월 동안 고도 65~700km 상공에서 프시케를 공전하며 지형과 구성 성분, 자기, 중력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위해 자력계, 감마선 및 중성자 분광계, 다중 스펙트럼 이미저 등의 장비를 탑재했다.
프시케는 태양과 3억7800만~4억9700만km 떨어진 거리에서 5년을 주기로 공전하며 자전 주기는 4시간이다.
지구 핵의 기원 엿볼 기회
과학자들은 프시케의 금속이 미행성(planetesimal)의 핵을 이뤘던 물질이 수차례의 충돌 과정을 거치며 행성으로 뭉쳐지지 못하고 떨어져 나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미행성은 태양계 초기에 생겨난 작은 천체로 갓 태어난 태양 주위를 돌던 원시행성계 원반이 압착되면서 만들어졌다. 과학자들은 그 시기를 태양이 탄생하고 불과 수백년 후로 추정한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표면은 떨어져 나가고 핵만 남은 소행성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프시케 같은 소행성을 분석하면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행성의 핵이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애리조나주립대의 수석연구원 린디 엘킨스-태튼은 “프시케는 우리에게 행성의 핵을 방문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이는 우리가 핵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나사 과학임무국 부국장 니콜라 폭스는 “소행성 프시케를 통해 우주와 그 안에 있는 지구의 접근 불가능한 수수께끼 속의 금속 핵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가치의 광물 있을까?
프시케에 금속이 풍부하다는 점은 이번 탐사가 소행성 광물자원 채굴의 가능성을 따져볼 기회라는 기대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항간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프시케 소행성의 가치가 수천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등 갖가지 추측이 나돌았다. 나사는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이며 프시케에 정확히 어떤 금속이 있는지는 현재로썬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채굴 가치가 있는 금속을 발견하더라도 너무 멀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로는 채굴을 시도할 수 없다. 프시케는 멀게는 지구에서 6억5천만km, 가장 가까울 때도 지구~화성 최근접거리의 약 5배인 2억5천만km 떨어져 있다.
이번 탐사에서는 또 새로운 우주선 기술의 성능도 시험한다.
하나는 태양광 전기를 이용한 고효율 이온추진기다. 추진제로는 자동차 전조등이나 플라스마TV에 사용하는 크세논을 사용한다. 이온엔진 4개가 태양광전기에 의해 이온화된 크세논을 방출하는 힘으로 추진력을 얻는다. 크세논은 파란색 빛을 띠기 때문에 탐사선은 파란색 빛을 내뿜으며 우주여행을 하게 된다. 이온추진기는 힘은 약하지만 지구와 같은 대기 저항을 받지 않으므로 시속 20만km까지 가속할 수 있다. 탐사선에는 922kg의 크세논이 실려 있다.
다른 하나는 레이저를 이용한 심우주광통신기술(DSOC)이다. 현재 우주선에서 이용하는 전파 무선통신 대신 레이저 광통신으로 전환하면 데이터 전송 속도를 지금보다 10~100배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구와 태양 거리의 2배가 넘는 3억9천만km 거리까지 광통신의 성능을 시험한다. 프시케가 우주비행을 하는 첫 2년 동안 시험할 이 기술은 프시케 임무와 직접 관련은 없다.
프시케는 1852년 발견자인 이탈리아 천문학자 안니발레 데 가스파리스(Annibale de Gasparis)가 붙인 이름이다. 16번째로 발견된 소행성이라 해서 ‘16 프시케’(16 Psyche)라고도 불린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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