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국정운영 변화 추진… 李대표, 당무 복귀 임박

이현미 2023. 10.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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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기조 변화·쇄신 전망
尹 ‘차분·지혜·내실’ 중점 둔 대응 강조
자중지란 경계 속 인사개편 등 움직임
韓총리 교체·韓법무 파면은 선 그어
與, 지도부 책임론 놓고 당내 내홍 가열
“질서 있는 수습 필요” “책임 못 피해”
김기현, 긴급최고위 취소… 쇄신안 숙고
민주, 李대표 체제 공고화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가결파’ 조치 주목
비명계 의원 “반대파 포섭하는 노력 필요”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기점으로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점진적인 변화를 추진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에선 강서구가 전통적으로 야권 우세 지역인 만큼 패배 자체가 놀랍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격차가 커진 점에서 ‘적신호’라는 걸 인정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13일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내 약으로 삼으라”는 취지의 주문을 하면서 개선 방안을 둘러싼 여권 논의가 거셀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날 일부 참모들과 만나 선거 패배를 기회로 삼아 변화할 것을 주문하면서 ‘차분, 지혜, 내실’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당을 중심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더 구체적 말씀을 하시지 않은 것은 당이 중심이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주문이 대대적 인적 쇄신이나 국정운영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점진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지혜로운 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지적받아 온 인사 스타일과 소통, 협치 등에 있어 절충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비록 현 여권에 유리하지 않은 곳이지만 일부 지역 민심을 확인하게 된 만큼 국정 동력을 살리기 위해 지혜롭게 대처하자는 주문을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일각에선 이날 ‘차분, 지혜, 내실’ 키워드에 국민의힘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있다고 해석했다. 책임론을 둘러싸고 자중지란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패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침착하게 대응하라는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제대로 된 대안 없이 급격한 변화를 외치거나 내부 정쟁에 함몰될 경우 총선 대응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통령실 내부는 점진적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윤 대통령의 소신과 스타일을 거스르는 직언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다. 앞으로는 ‘여권 위기론’을 바탕으로 한 내부 보고서 작성 등 조언이 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서구청장 선거만 해도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를 엄중한 정치 이벤트로 보는 시각과 함께 “구청장 선거일 뿐”이라며 의미를 낮게 보는 일각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날 직접 ‘교훈을 찾으라’고 당부하며 선거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는 기류로 바뀌었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과 추가 개각 등 인적 개편의 폭과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일부 참모들에게 후임에 관한 의견 제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달부터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행정관급 직원이 대통령실을 떠나고 있는 가운데 총선 출마를 결심했다면 행동으로 옮길 것을 제안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 교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 등 야당의 과도한 공세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은 공고하다.

국민의힘은 쇄신 방향과 수위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특히 사무총장, 전략기획·조직부총장, 여의도연구원장 등 ‘임명직 당직자’ 교체 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들과 일일이 개별 면담을 갖는 등 쇄신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집중했다. 당초 이날 총선기획단 발족과 미래비전특별위원회 구성, 인재영입위원회 출범 등 쇄신안이 발표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미뤄지는 분위기다.

핵심 쟁점인 임명직 당직자 교체 여부는 ‘딜레마’ 성격도 있다. 고위 당직자를 일부 교체할 경우 지역·계파 안배를 통해 지도부가 일신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김 대표가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으로 비칠 우려도 있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구성된 고위 당직자의 사퇴가 오히려 김 대표의 거취를 압박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굳은 표정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 윤재옥 원내대표. 뉴시스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일부 참석자가 김 대표에게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를 건의했지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혁신위원회 격으로 출범시킬 미래비전특위 등의 인사와 형식을 놓고도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당내에선 지도부의 거취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가며 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김 대표를 중심으로 (총선 위기론을) 질서 있게 수습해야 한다. 현 지도부가 혁신 방안의 가닥을 잡아 분골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인사는 “당 조직 몇 개를 출범시키고 지도부 일부를 교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김 대표가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쇄신안 마련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는 15일 긴급의원총회에서 향후 구상을 전달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이르면 내주 당무 복귀… 당 내분 수습 ‘통합 행보’ 나설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당무 복귀가 임박한 모양새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 이후 민주당이 대여 공세의 고삐를 한껏 쥐며 전선을 공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당 통합’ 숙제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구체적으로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가결파’ 조치 방향에 대한 판단이 이 대표의 당 통합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를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독선적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며 “여당도 이런 민심을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정부여당에 국정운영 기조 전환을 연일 압박하는 중이다.

내부적으로는 당 통합 과제에 대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논의 내용을 전하며 “보궐선거가 끝나고 민주당 제1과제는 역시 민생과 당 내부 통합”이라며 “우리가 분열하면 윤석열 정권에 반사이익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통합, 단합에 대한 당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르면 다음주 당무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비명(비이재명)계 송갑석 의원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물러나면서 공석이 된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도 이 대표 복귀 후 확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 친명(친이재명) 원외 인사가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가운데 실제 친명 인사가 인선될 경우 지도부의 친명색은 보다 강화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과 관련해 “계파 안배를 고려할 만한 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연합뉴스
비명계는 이런 분위기에 우려를 내놓는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반대파 입장을 세심하게 듣고 포섭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과연 그럴지 안 그럴지는 이 대표나 친명계의 자세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지도부 내에서 터져나왔던 ‘가결파 징계’ 주장은 최근 소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다만 체포동의안 가결 국면에서 일부 의원의 언행에 대한 조치는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계속 나온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국회의원의 소신에 의한 표결은 당이 존중하되 적극적으로 ‘가결해야 된다’고 거의 운동하다시피 한 부분은 해당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논평에서 비명계 이상민·김종민·이원욱·설훈·조응천 의원을 ‘해당행위자 5인’으로 규정하고 “분명한 징계만이 진정한 당의 통합을 만들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이현미·김병관·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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