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음악으로 전하는 북한 인권 이야기
[앵커]
항저우 아시안 게임 직후 중국 당국이 탈북민 6백여 명을 강제 북송했다는 북한인권단체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돼, 인권 탄압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우리 정부가 탈북민들 증언을 바탕으로 발간한 북한 인권보고서는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이 여전하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최근 음악을 통해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와 참상을 대학생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애쓰는 현장이 있어서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잠시 후 이곳에서 진행되는 토크콘서트에서는 음악을 중심으로 인권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특히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음악과 삶의 기본 조건인 인권이 잘 어우러지는 조합이라는 점에서 오늘의 공연은 더욱더 기대가 됩니다.
학생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되고, 탈북민 가수들이 남한의 유명 가요를 부릅니다.
["그대 이름은 바람 바람 바람,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북한에선 이 노래의 가사를 바꿔 부른다고 하는데요.
["주체의 주체의 바람. 이 노래가 북한 노래인 줄 알고 있는 (북한) 사람들도 꽤 많이 있어요."]
이어지는 노래는 북한 영화 ‘생의 흔적’ 속 삽입곡인 ‘생이란 무엇인가’입니다.
[북한 가요 '생이란 무엇인가' : "그 생이 짧은 들 누가 탓하랴 영생은 시간과 인연 없어라."]
김정은 위원장이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여 화제가 됐었는데요.
이 영화와 음악에도 선전과 선동의 의미가 담겼다고 합니다.
[조미영/옥화밴드 리더 : "메시지가 가득 들어가 있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청년이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게 돼요. 그렇게 잃은 짧은 생은 '굉장히 귀한 거고 소중한거다'라고 청년들에게 선전하는 선전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북한 가요 '도시처녀 시집와요' : "차창 밖에 웃음꽃을 도시 처녀 시집와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도시 처녀 시집와요’는 사실 농촌으로 배치된 남성들이 결혼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만들어진 곡입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는 북한의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노래인 것입니다.
무대를 지켜본 청년들은 당연한 자유가 없는, 북한 인권의 실상을 좀 더 알아가게 됐다고 전하는데요.
[양의영/대학생 : "저는 (북한은) 노래 들을 자유가 없었다는 게 더 충격적이었던 것 같고 거기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당연하게 되고 있지 않은 현실 때문에 그렇게 느꼈고요."]
분단의 시대에 태어나 청년기를 보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북한 인권 문제는 생소하면서도 외면하기 힘든 담론일텐데요.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북한 인권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꿈꾸는 한반도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교정에서 만난 재윤 학생은 폐쇄 사회를 유지하는 북한의 체제가 참혹한 인권 상황의 근원적인 문제라고 진단합니다.
[노재윤/대학생 : "(북한) 주민들이 어떠한 불만을 갖고 있거나 힘든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말하지 못하니까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지도 못하고 그것을 국제사회에 알리려고 한다면 그게 반체제로 낙인찍혀서 더 심한 억압을 받는 게 지금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열악한 인권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합니다.
[노재윤/대학생 : "북한 주민들이 사실은 자유가 상당히 구속돼 있는 상태잖아요. 근데 그 상태에 익숙해져 있는 건지 아니면 익숙해지지 않고 불만이 있는데도 말을 할 수 없는 것인지 (우려됩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 중인 주연 학생도 남다른 관심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바라보는데요.
[추주연/대학생 : "(북한은) 일단 국내 여행의 자유도 없다는 거에 대해서 좀 놀랐던 게 있고요. 종교나 사상 표현은 당연하고 문화 콘텐츠 같은 걸 향유하는 것조차도 제약이 굉장히 크니까 그런 부분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당장 해결하기는 어렵겠지만, 우리 청년 세대의 인식 전환이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추주연/대학생 : "젊은 세대들이 (북한에) 경제적으로나 그런 지원을 할 순 없기 때문에 일단 북한에 대해서 너무 적대적인 생각만을 갖고 있는 걸 덜어내고 좀 더 통일에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을 다지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들은 무겁고 아픈 북한 인권이란 주제가 지구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되기 위해선,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그래서 이런 음악으로 전하는 북한 인권 토크 콘서트가 반갑다는 반응입니다.
[노재윤/대학생 : "문화적으로 조금 조금씩 다가간다면 많은 사람들이 북한 주민들의 삶이라든가 북한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특히 이번 무대의 주인공인 밴드 ‘옥화’는 그 구성원이 특이합니다.
북한 인권을 이야기하기 위해 남한과 북한 출신의 음악인들이 의기투합한 것입니다.
북한 인권단체에서 활동 중인 탈북민 아코디언 연주가 조미영 씨가 탈북 음악인을 모았고 서울예대 동기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조미영/옥화밴드 리더 : "인권 얘기가 워낙 무거운 주제다 보니 음악이나 예술적인 부분으로 같이 그 얘기를 전하면 좀 더 흡입력있게 청년세대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아서 피스브릿지라는 단체와 함께 밴드가 이번에 이 공연을 하게 됐어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기획된 이번 공연은 모두 6차례에 걸쳐 수도권과 강원 그리고 부산 등지에서 열립니다.
[송지영/통일부 북한인권증진과장 : "탈북 음악인이 직접 기획한 거여서 북한 인권에 대해서 설명도 해주고 같이 음악도 곁들이고 하는 거여서 많은 젊은 세대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연에 참여한 남한의 연주가들은 남과 북의 음악이 다른 점도 있지만 비슷한 부분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미영/옥화밴드 음악감독 및 피아노 : "코드 진행이라든지 그런 뉘앙스 같은 거 저희 트로트와 너무 비슷해서 저도 많이 놀랐어요."]
캄보디아에서 운영되던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며 노래를 불렀다는 한수애 씨는 음악을 통해 남한의 젊은 세대들이 북한을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털어놓습니다.
[한수애/옥화밴드 가야금 및 보컬 : "'북한은 이런 음악을 하고 있구나' 인식 정도는 하시지 않을까. 앞으로 만약에 통일이 됐을 때 너무 거부감이 없이 '그냥, 아 맞아 쟤네 저렇게 (노래) 했었어'라고..."]
밴드 리더인 조미영 씨도 이러한 관심을 통해 북한의 인권 상황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조미영/옥화밴드 리더 :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국제사회가 계속 내면 낼수록 북한이 그래도 조금씩은 변화하고 있는 움직임들이 최근에 오는 탈북민들 통해서 확인이 되고 있거든요.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할 수 있는 그런 다양한 활동들이나 행동도 많아졌음 좋겠다."]
['아름다운 나라'/작·편곡:한태수 : "저 산자락에 긴 노을 지면 걸음걸음도 살며시 달님이 오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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