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권력층의 명품 사랑…대북 제재 허점?

KBS 2023. 10. 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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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북한의 올 작황이 좋다고는 하지만, 식량 사정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약 143만 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우리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가난한 나라인데도 김정은 위원장과 그 가족들, 고위 간부들은 공식 석상에 해외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이나 시계 등을 착용한 채 등장하곤 합니다.

이런 명품들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에 반입이 금지된 사치품들인데요.

북한 권력층의 명품 사랑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주민들은 불평, 불만이 없는지 등을 ‘클로즈업 북한’에서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김 위원장을 여전히 밀착 수행했는데요.

김여정 부부장의 가방에도 많은 시선이 쏠렸습니다.

김 부부장의 손에 들린 이 가방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올’ 제품이란 추정입니다.

판매 가격은 무려 천만 원에 육박합니다.

북한 외교 사령탑인 최선희 외무상 역시 고가의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최 외무상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구찌의 핸드백을 소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타조 가죽으로 만든 이 제품은 지금은 단종됐지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약 1,330만 원에 거래될 정도로 비쌉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차고 있는 시계와 방명록 작성 때 사용한 만년필도 모두 명품이란 분석입니다.

시계는 스위스 명품 브랜드로 약 1,600만 원, 만년필은 독일 명품으로 가격은 백만 원대입니다.

김씨 일가와 북한 고위급의 명품 애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요.

김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지금까지 수백에서 수천만 원대에 달하는 해외 명품 손목시계를 사용하고 있고, 부인 리설주 역시 명품 브랜드의 옷과 핸드백을 든 모습이 자주 목격됐습니다.

가장 최근엔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화성-17형 시험발사 참관 당시 240만 원 상당의 명품으로 추정되는 외투를 입어 주목받았습니다.

우리에겐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으로 잘 알려진 현송월도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을 들고 서울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품들이 모두 진품이라면 대북 제재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대북 제재 결의 1718호를 시작으로 사치품의 대북 유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까지 공수해간 전용 방탄 차량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도 이전부터 제재 위반으로 여러
차례 지적된 최고급 수입차입니다.

하지만 모든 사치품의 북한 반입을 막는 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정은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가방이라든지 옷이라든지 이런 명품 같은 경우는 실제 북한에서도 해외 파견된 무역 대표부들이라든지 심지어는 해외 파견 노동자들도 최근에는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 분들이 직접 사서 들고 가는 것들이 있고 또 중국에 무역 파트너 대방이 있으면 그분들이 직접 선물로 준다고 하더라고요."]

권력층의 이 같은 명품 사랑은 일반 주민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유엔 산하 대북 제재 위원회의 사치품 기준은 ‘북한 일반 주민들의 해당 물품 구매 능력 여부’인데요.

지난해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43만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번에 김여정이 든 명품 가방을 사려면 밥 한 끼도 안 먹고 7년은 모아야 합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주민들은 고위층들이 어떤 명품을 갖고 있는지, 그 제품이 얼마나 비싼지조차 짐작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명품이라는 거에 대한 개념은 알고 있지만 정확한 명품의 종류는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정확히 얼마짜리 옷인지 어떤 브랜드인지는 인지를 못 하고 있습니다."]

여성들 사이에 리설주가 입은 옷들이 유행해 모방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가격은 한국에 와서야 알았다는 게 탈북민의 이야기입니다.

[장미/2020년 탈북 : "리설주가 그렇게 입고 나오니까 사람들이 ‘어, 이게 뭐지?’ 하고 비슷한 디자인 옷을 대대적으로 만든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 옷을 입고 다녔는데 저도 오백 달러에서 비싸 봐야 천 달러짜리 옷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가방 하나에 삼천 달러씩 하는 건 여기 와서 알았어요. 너무너무 놀랐던 것 같아요."]

여기엔 북한이 외부 정보를 철저하게 차단하는 탓도 있지만, 주민들에겐 국산품 애용을 독려하는 분위기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5년 신년사 : "모든 공장, 기업소들이 수입병을 없애고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이며..."]

집권 초기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수입품을 선호하는 세태를 ‘수입병’이라고 질타했습니다.

관영 매체들도 ‘수입 만능주의자는 매국노’라 표현하며 국산화를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엄격한 수입품 통제가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겁니다.

오히려 고위급 간부들에겐 고급 승용차와 양주, 시계 등 해외 명품들을 선물하며 통치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정은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에 직접 가서 간부들을 접한 사람들 이야기에 의하면 벤츠 정도는 타고 다닌다 이런 이야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제가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을 가보면 딱 봐도 중국 사람이 아닌 북한 무역 대표부들의 부인들 같아요. 그런 분들 보면 밍크코트도 입고 또 루이뷔통 가방을 무리 지어서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어요. 국가로부터 어떤 충성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주는 건데 고위급들에게는 굉장히 더 심하겠죠. 최고위 간부들에게는 여전히 그런 선물 정치를 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해외 명품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또 한쪽에선 신흥 부자로 떠오른 돈주들을 중심으로 과시 소비도 만만찮습니다.

고가의 명품까진 아니어도 해외 브랜들을 선호하고, 남들의 시선을 즐기는 경향이 커진 겁니다.

[장미/2020년 탈북 : "최상급에 있는 상품이 해외에서 들어온 브랜드이고요. 그리고 두 번째가 중국에서 들어온 브랜드예요. 그리고 세 번째가 개성 공장에서 들어온 브랜드고 네 번째가 북한에서 사람들이 임가공을 통해서 만들어진 브랜드예요. 제일 좋은 부류의 옷들은 당연히 오백 달러부터 천 달러 사이고요. 그리고 두 번째 중국에서 들어온 고가 브랜는 이백 달러에서 오백 달러 사이예요."]

드라마나 각종 프로그램에 해외 스포츠 브랜드의 상표가 등장하거나 평양의 백화점에 명품매장이 들어선 건 경제력을 갖춘 돈주들의 구매 욕구가 상당해졌다는 반증이란 분석입니다.

[정은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아디다스나 나이키 그리고 필라 이런 것들을 명품이라고 하고 앞다투어 사려고 노력하고 있고 특히 스마트폰, 휴대전화는 어떻게든 좋은 걸 사려고 하더라고요. 굳이 필요가 없는데도 계속 휴대전화를 바꾸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아직 비싼 명품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북한도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상류층, 돈 많은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따라가고 싶은 욕망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권력층과 돈주들을 중심으로 고가 상품 애용이 확대되면서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격차와 불평등이 주민들의 불만과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으론 보이지 않은데요.

당장 하루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한 주민들에게, 명품과 사치품은 상류층이 사는 딴 세상 이야기일 뿐 큰 관심사가 아니라는 겁니다.

[정은이/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지금 가장 불쌍한 사람은 농민들이다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로 과거 고난의 행군 이전보다 농민들이 더 못 살게 되는 그런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런데도 이게 불평등이냐 사실 불평등이라는 것을 인지하려면 어쨌든 먹고 살 문제가 해결돼야만 고민하는 경우가 있는데 북한은 인권에 대한 개념이 아직은 크게 싹 트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장미/2020년 탈북 : "먹는 것 그리고 기본적으로 패션이 아닌 추위를 막기 위한 입는 것. 이런 부분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그다음엔 남들보다 좀 더 물질적인 것을 자랑하기 위한 이런 명품에 치우칠 것 같아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무시하며 변함없는 명품 사랑을 과시하는 김정은 위원장 일가와 그를 따르는 권력층.

이른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주민 생활의 악화를 무릅쓴 특권고위층제일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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