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클린스만 "전후반 차이? 하프타임 라커룸 독려 주효 "

박순규 2023. 10. 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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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10월 A매치 1차전 튀니지 상대 4-0 승리 후 기자회견
"이강인은 축구에만 더 집중하는 환경 필요"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평가전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강인이 교체되며 클린스만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강인은 이날 A매치 데뷔골에 이어 첫 멀티골을 기록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라커룸에서 독려한 것이 주효했다."

튀니지를 상대로 첫 연승이자 다득점 승리를 거둔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은 전반과 달리 후반전에서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을 보인 이유에 대해 하프타임 라커룸에서의 작전 지시를 이유로 들었다.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1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튀니지(FIFA랭킹 29위)와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10월 A매치 1차전에서 이강인의 멀티골, 상대 자책골과 황의조의 추가골에 힘입어 4-0으로 승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대 이상의 대승을 거둔 배경을 차분히 설명했다.

튀니지전 대승으로 한숨을 돌린 클린스만 감독은 17일 베트남과 10월 A매치 2차전을 통해 3연승을 노린다./남용희 기자

지난 3월 출범한 클린스만호는 지난달 사우디 아라비아전(1-0 승)에서 6경기 만에 첫승을 거둔데 이어 처음 A매치 2연승을 기록했다. 직전 6경기까지 1승 3무 2패 5득점 6실점의 초라한 득점과 승률을 기록한 FIFA랭킹 26위의 한국은 튀니지를 상대로 최다 득점(4골)과 최다 골차 승리, 첫 연승이란 결실을 끌어냈다.

전반을 유효슈팅 한개도 없는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친 끝에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 매서운 공격력을 펼쳐보이며 전혀 다른 팀으로 변신했다. 이강인이 A매치 데뷔골 뿐만 아니라 멀티골을 기록하며 맹활약했고, 교체로 들어간 황의조까지 득점포 가동에 합류했다. 덕분에 클린스만 감독은 벤치에서 부임 이후 가장 많은 골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뻐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에게 지난 3일 동안 훈련에서 보여준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정확히 그런 모습이 나왔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후반 들어 공격력이 살아난 이유에 대해선 특별한 전술 변화를 언급하기보다는 "과감한 공격을 주문했는데 선수들이 잘 이행했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답했다.

회복 훈련 중인 손흥민을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고 튀니지전에 나선 김민재(왼쪽)./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 클린스만 감독과의 일문일답

- 경기를 마친 소감은.

정말 만족스럽고 기분 좋다. 경기장에 나오기 전에 선수들에게 지난 3일 동안 훈련에서 보여준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정확히 그런 모습이 나왔다.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부었고, 일대일 상황에서 다부지고 강하게 부딪히는 모습을 봤다. 매 경기 치르며 발전하고 있다. 선수들이 스스로 ‘이렇게 경기력이 좋을 수 있구나’ ‘우리가 좋은 선수구나’라는 걸 느끼는 계기가 돼 만족스럽다. 더 좋아지도록 준비하겠다.

- 김민재가 부상 당한 손흥민 대신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왔다.

손흥민에게 휴식을 부여하게 돼 다행이다.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고,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근육 상태가 100%가 아니다. 지난 2주 동안 경기에 출전한 것도 억지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선수라면 누구나 뛰고 싶어하고, 오늘도 손흥민 본인의 출전 의지는 상당히 강했지만 선수의 몸상태가 중요하다. 카타르 아시안컵이나 월드컵 2차 예선에서도 건강한 손흥민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태프들이 결정했다.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평가전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이강인이 교체되며 손흥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김민재는 갖춰진 리더다. 운동장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밖에서도 리더 역할을 잘한다. 모든 것이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된다. 이런 리더들이 많이 필요하다. 손흥민과 김민재는 우리 팀의 중추적인 리더들이다. 중요한 것은 팀으로서 발전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기쁘다.

부상과 관련해서는 황인범이 워밍업 도중 근육이 좋지 않다는 보고를 받아 홍현석으로 교체했다. 예측하지 못했던 선발이기에 홍현석에게 갖고 있는 모습을 마음껏 펼치라고 말했는데 좋은 활약을 보였다. 선배들이 다쳤을 때 후배들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 이강인이 A매치 데뷔골이자 멀티골을 기록했다. 향후 클린스만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 생제르맹이 영입한 것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 증명을 한 것이다. 이강인의 커리어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이제 소속팀에서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데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팀과 경쟁해야 한다. 매 경기 승리해야 하는 압박감을 갖는 팀에서 활약한다. 하지만 압박감과 부담감을 이기고 성장해야 한다. 한단계 올라설 계기가 됐다. 좋은 선수와 경쟁해 성장하길 바란다.

한편으로는 한 선수에게 많은 환호가 집중되는 모습은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이강인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축구선수가 아닌 연예인 대우를 받는데 연예인은 골을 넣지 않는다. 더 겸손하고 배고프게 축구에만 집중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저를 포함한 지도자들도 도와줘야 하고, 소속팀에서도 그런 점을 배워야 한다. 이강인은 늘 웃음기 가득한 선수라 같이 일하는 건 항상 행복하지만 더 발전해야 한다. 오늘 득점도 했는데 배고픔, 열망, 열정을 스스로 보여줘 기분이 좋고 칭찬해주고 싶지만 성장 과정에서 더 배워야 한다.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평가전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황희찬이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후 열린 이날 경기에는 5만 여 관중이 운집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 손흥민이 소속팀에서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고 부상 중인데도 A매치에 포함된 이유는.

손흥민에 대해 토트넘 관계자 및 감독과 계속 소통 중이다. 손흥민이 오늘 경기에 출전하기를 희망하고 소집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매일 소통하면서 선수의 컨디션을 점검하고 있다. 사실 튀니지가 네 골을 허용하는 팀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두 골 정도 더 넣었을 정도로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 하프타임에 어떤 전술 변화를 줬나. 4-0은 드문 스코어인데 오늘 경기에서 배운 점은 무엇인가?

전반 경기력도 나쁘지 않았지만 문전 세밀함이 부족했다. 전반에 슈팅도 몇 번 했지만 유효슈팅이 별로 없었다. 하프타임에 전반에 보여준 경기력과 좋은 모습을 유지하면서 좀더 과감하고 저돌적인 움직임을 주문했다.

상대 측면 윙백의 뒷공간을 공략하자고 했다. 또한 측면으로 갔다가 다시 안쪽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또한 이강인이 중원에서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며 기회도 만들 수 있었다. 선수들에게 공격적으로 자신있게 플레이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잘 이행했다.

최고 수준의 경기는 결국 정신력이 관건이다. 우리 선수들은 피지컬과 기술적으로는 좋은 선수들이다. 정신력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내 역할이다. 중요한 것은 경기장에서 즐겨야 한다. 이강인은 ‘오늘 경기장에서 상당히 즐기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그래야 100%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100% 실력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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