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습관적으로 보는 휴대폰, 노안에 백내장 발병 우려
눈 혹사 환경과 노인성 질환 비례
이경하 전문의, "어두운 곳에서
장기간 휴대폰 사용은 눈 노화 촉진"
대구 수성구에 사는 고민혁(48)씨는 백내장 초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까지는 필요 없지만 노안과 함께 백내장 진단까지 받은 것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몇해 전까지만 해도 양쪽 나안시력 1.2를 자랑했으나 최근 눈이 침침하고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 의료기관을 찾은 후 이같은 진단을 받았다.
이경하 안과 전문의는 "자기 전 어두운 곳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홍체가 수축하여 동공(검은자위 내 측의 까만 점)이 커진다"며 "이때 휴대폰에서 나오는 강열한 빛과 블루라이트는 동공은 물론 안구의 노화를 부추길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백내장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이들은 2017년 131만7,592명, 2018년 134만3,558명, 2019년 147만6,751명, 2020년 141만2,671명, 2022년 153만8,520명으로 2017년에 비해 최근 5년간 22만명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폰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잠자리에서 불을 끈 채 휴대폰을 사용하다 잠드는 일이 흔해졌다. 안과 전문의들은 이같은 습관은 눈의 노화를 촉진시켜 노안과 퇴행성 안과질환을 앞당길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5년간 노화와 연관이 있는 노인성 안과질환인 백내장도 급증한 것도 눈을 혹사시키는 휴대폰 사용 습관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눈동자는 일반적으로 검은자위와 흰자위로 나뉜다. 검은자위를 자세히 보면 도넛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홍채라고 부르고 홍채 안 검은 원이 동공이다.
홍채의 역할은 빛의 양에 따라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동공의 크기를 조절,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홍채는 어두운 곳에서는 빛을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 홍채가 수축하여 동공이 커지고 밝은 곳에서는 빛의 양을 줄이기 위해 홍채가 이완이 되어 동공이 작아진다.
쉽게 말해 사진을 찍을 때 밝은 곳에서는 빛이 많기 때문에 셔터가 조금만 열리는 데다 금방 닫히고, 어두운 곳에서는 빛을 많이 받아들이기 위해 셔터가 많이 열리고 더불어 열려 있는 시간도 긴 것과 같은 원리로 이해하면 된다.
퇴행성 시력장애, 노안과 백내장
백내장과 근시 차이는 간단하다. 근시의 경우 안구의 길이가 길어져서 멀리 있는 사물의 초점이 망막 앞쪽에 맺혀 잘 안 보이고 가까이 있는 사물은 망막에 초점이 맺혀 잘 보이게 된다. 반면 백내장의 경우 수정체가 혼탁되서 원거리와 근거리의 사물이 모두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하게 보인다.
노안은 주로 40대에 발병한다. 먼 곳과 가까운 곳을 다 잘 보려면 수정체의 조절능력이 필요한데 이는 수정체의 굴절 변화로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조절력이 감소하게 되는데 원인은 모양체(수정체의 양 끝에서 수정체의 굴절력을 조절하는 근육)나 수정체의 탄력성 저하와 비대 때문이다. 특히 근거리 사물이 자세히 보이지 않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 또 먼 것과 가까운 것을 교대로 볼 때 초점의 전환이 제때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휴대폰 문자를 볼 때 가까이서 보지 못하고 멀리 간격을 둬야 잘 보이는 경우다. 개선하기 위해서는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노안은 젊은 연령대에서 나타나는 근시가 아니기 때문에 안과에서 정확한 굴절 검사를 받은 후 원거리와 근거리 성향 등을 고려해 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노안 증상과 비슷한 시력장애, 백내장
백내장 증상은 노안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노안으로 치부하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고 선명하지 않은 시야를 꼽을 수 있다. 빛이 안구 내 수정체를 통과하면서 굴절되면 망막에 물체의 상이 맺힌다. 이때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노화로 인해 혼탁해지면 시력 저하나 눈이 침침한 현상이 나타난다.
백내장은 선천적인 원인과 후천적인 원인으로 나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후천적인 원인은 대부분 노화와 연관이 있는 데다 당뇨, 내분비질환, 스테로이드성 약물의 장기적 사용 등에도 발병될 수 있다. 발병 증상도 수정체 혼탁 정도, 위치와 범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약물로 진행을 더디게 하는 치료를 하지만 수정체 혼탁이 심할 때는 백내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한 후 인공수정체를 삽입하게 된다.
수술에 사용되는 인공수정체는 단초점 렌즈와 다초점 렌즈가 있다. 근거리나 원거리 중 한 곳에만 초점을 맞추는 단초점 렌즈는 초점을 맞추지 않는 부분의 시력은 좋아지지 않는다.
다초점 렌즈의 경우 가까운 거리부터 먼 거리까지 시력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초점이 많은 만큼 어둡게 보일 수 있고 빛번짐, 사물 주면이 뿌옇게 보이는 달무리현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의 생활습관과 환경에 따라 안과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한 후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렌즈를 선택해서 수술받는 것이 좋다.
이 전문의는 "노안과 백내장 발병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만큼 눈을 혹사시키는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기검진만 해도 조기에 안과 질환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중장년 층 이상의 경우 검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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