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그녀' 엄정화, 존재감 드러내는 시간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화사한 그녀'. 엄정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만개하는 중인 엄정화는 "올해는 상 받는 느낌"이라며 기쁨을 만끽했다.
'화사한 그녀'(감독 이승준·제작 신영이엔씨)는 화사한 기술이 주특기인 전문 작전꾼 지혜(엄정화)가 마지막 큰 판을 계획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범죄 오락 영화다.
엄정화는 '우리들의 블루스' '닥터 차정숙' 흥행 후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사한 그녀'를 택했다. 그는 "드라마가 잘 돼 올해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영화도 잘 돼야 할 텐데 사람들에게 실망시켜주고 싶지 않다. 즐거움이 잘 닿았으면 좋겠다"며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영화 '오케이 마담' 때부터 두려워지는 게 많았다. 나이에서 주는 부담감, 메인롤이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화사한 그녀'는 코로나19 기간 중에 시나리오를 받게 됐는데, 당시 저의 마음을 많이 움직였다. 이런 영화는 힘들 때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즐길 수 있겠다 싶었다. 각색부터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 즐거웠고,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작품 같다"고 말했다.
엄정화는 극 중 한물간 작전꾼 지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뛰어난 기술은 없지만 화려한 변장술로 상대를 속이고,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여줬다.
엄정화는 "코미디 연기를 하지만 코미디라고 생각하진 않고 연기하는 것 같다. 그 안에서 캐릭터 성격만 생각하는 것 같다. '화사한 그녀'에서는 지혜가 가지고 있는 고달픔이나 괴로움, 삶의 무게를 생각했다. 지혜는 그것들을 지닌 채로 계획들을 펼쳐나간다. 너무 코믹할 필요도 없고 그 상황에 맞춰 그 신들을 해 나가자란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엄정화는 지혜가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스타일링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술학 교수, 배달 기사, 단발머리 금고털이범 등 다양한 변장술은 지혜의 매력을 더했다. 그는 "팔색조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 매 순간 쇼분장까지 하고 싶었다. 누구도 지혜의 본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분장하고 싶었지만, 부담스러워 보일까 참았다"고 웃었다.
가장 공들였던 장면도 회상했다. 엄정화는 "첫 장면이 제일 기억이 난다. 첫 촬영이기도 했다. 금고를 털었던 장면이 제일 긴장됐다"며 "전단지 사진도 어려웠다. CG가 아니라 실제 제가 분장을 하고 찍은 거다. 저라고 알아보지 못하게 메이크업도 진하게 하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배우 모니카 벨루치로 변장했을 땐 현장에서 환호가 쏟아졌다고 한다. 엄정화는 당시 촬영 소감을 묻자 "그 장면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했던 장면들이 생각난다. 환호 소리에 더 신나서 어깨도 좀 더 꺾으며 촬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더욱이 가수 후배인 걸스데이 방민아와 모녀 호흡을 맞춘 경험도 특별한 순간으로 남았다. 엄정화는 "방민아의 영화 '최선의 삶'을 너무 좋게 봤다. 너무 대견하고 얼마나 간절한지 알고 있다. 방민아 배우가 캐스팅 되고 선배로서 언니로서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성격이 너무 좋지 않나. 촬영장에서 '포이즌' 춤도 아무 때나 춰줬다. 너무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함께 '화사한 그녀' OST 작업도 했던 엄정화는 "너무 즐거웠다. 녹음하면서 저예산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잔망스럽게 나오기도 했는데 재밌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엄정화는 "후배랑 놀 때 저는 저를 언니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친구가 되는 느낌으로 만나서 더 편해하지 않나 싶다. 언니지만 모르는 것도 많으니까 그런 면에서 후배들과 만나고 촬영하는 게 설렌다"며 열린 마음을 내보였다.
올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닥터 차정숙'를 연달아 흥행시키고, 예능프로그램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오랜만에 가수로서도 활약한 그다.
공백기 없이 부지런히 달리고 있는 엄정화는 인생 가장 화사한 순간을 '지금'이라 자신했다. 그는 "93년도 데뷔했다. 그 안에 굉장히 사랑을 많이 받았던 시간도 있었다. 이번에 '닥터 차정숙'을 하면서 새롭게 큰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우린 항상 엄정화를 좋아했어'라는 응원이 너무 힘이 됐다. 젊고 어렸을 때는 받았던 사랑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갖고 싶었다면 지금은 쌓아왔던 모든 것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시간인 것 같다. 저를 향한 응원이나 눈빛이 감동스럽다. 그래서 올해가 '여태까지 나 잘 해왔네'라는 해인 것 같다. 뭔가 상을 받는 느낌"이라고 밝게 웃었다.
이를 원동력 삼아 '배우 엄정화'의 의지를 불태운 그다. "주어지는 장르 안에서 최선을 다하나 여러 가지 장르를 해보고 싶긴 하다. 하나의 장르만 고집하진 않는다. 어찌하다 보니 제가 전면에 나와있는 작품만 주어지나 장르적인 것, 다른 느낌으로 연기할 수 있는 있는 것, 배우 안에 섞여 있는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엄정화는 "앞으로는 진짜 좋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늘 작품에서 관객들을 이해시킬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어떤 이야기 안에 있어도 그 캐릭터가 보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무엇보다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가수 엄정화로서 12월 콘서트 계획도 귀띔했다. 엄정화는 "2000년도가 마지막 콘서트였다. 콘서트 할 기회가 없었다. 연기를 더 많이 하고 있었고, 매년 작품을 해왔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댄스가수 유랑단'으로 오랜만에 예전 무대에 오르면서 '올해는 이런 콘서트를 꼭 만들어봐야겠다' 마음먹었다. 저를 위해서 팬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아직 자신감은 없지만 해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저의 20대, 30대, 40대가 들어있는 노래를 무대에서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늘 매 순간 감사하면서 즐기면서 가고 싶어요. 지금 너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거기에 사랑받고 있으니 너무 행복하죠. 오래오래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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