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유가 '꼬리 위험' 노출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 사이 전쟁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이후 석유시장에 가장 큰 지정학적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고의 석유 및 가스 생산국 중 하나지만 이스라엘의 에너지 생산량은 매우 적다. 하지만 전쟁이 중동의 다른 주요 에너지 생산국으로 확산해 석유와 가스 흐름에 영향을 끼칠 위험이 있다.
아직 중동 에너지의 흐름이 이번 분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았지만 애널리스트들과 시장 참여자들은 분쟁이 확대할 경우 잠재적으로 발생할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 위험은 이란 제재 강화와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회복 협상 결렬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이란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 미국은 이란 제재를 강화하거나 제재를 더 엄격하게 시행할 수 있다.
그러면 이미 공급이 부족한 원유 시장에 더 큰 부담을 준다. 미국의 압박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중동 이웃국가들의 에너지 수출을 방해해 보복에 나설 수 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중개하는 미국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사우디의 증산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이번 분쟁이 원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질문과 답변식으로 로이터가 설명한 것을 정리해봤다.
◇ 지금까지 석유 시장은 어떻게 반응했나?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지난 한 주 동안 북해 브렌트유는 5달러 이상 급등해 13일(현지시간)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물론 석유파동이 있었던 1973년 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 욤 키푸르 전쟁 당시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스라엘을 지원했던 국가들을 겨냥해 원유 수출을 금지하며 유가가 폭등했었다.
현재 사우디는 러시아와 손잡고 이미 올해 말까지 자발적 공급 축소를 발표했고 9월 말 유가를 10개월 만에 최고로 끌어 올렸다가 지난주 거시경제 지표 부진에 다시 급락했었다.
미 국무부 국제 에너지 담당 특사를 지낸 데이비드 골드윈은 로이터에 전쟁보다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유가 상승의 더 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르토이즈 캐피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롭 텀멜은 전 세계 공급량의 5분의 1을 수송하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 한 유가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 이번 분쟁이 이란 수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은 올해 크게 늘면서 사우디와 러시아가 자발적으로 감산한 하루 130만 배럴 중 일부를 상쇄하고 있다.
하마스를 후원하는 이란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개입을 부인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은 이란이 공격에 연루되었다는 증거가 나올 경우 미국이 이란에 새로운 제재를 부과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발표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자바드 오우지 이란 석유부 장관은 "최근 중동의 상황으로 인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강화하면 원유 공급이 위협받고 전 세계와 국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원하는 그림은 아닐 것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그러나 RBC 캐피탈 마켓의 애널리스트 헬리마 크로프트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의 석유 생산량이 2018년 이전 수준에 근접할 수 있도록 암묵적으로 허용한 "허용적 제재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공급 중단 위험을 감수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 분석가도 있다.
맥쿼리 애널리스트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한창일 때에도 미국의 정책 목표는 러시아 석유 흐름을 겨냥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이란의 석유 수출도 제약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손실된 이란산 원유를 대체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한 미국이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맥쿼리 애널리스트들은 덧붙였다.
◇ 사우디-이스라엘 협상은 어떻게 될까?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인해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를 빠르게 재평가하고 있다고 사우디 내부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말했다.
당장은 사우디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미국의 지원 계획을 중단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은 사우디와 방위 협정을 맺고 사우디는 그 대가로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협상을 중개하려고 시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주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내년 초에 석유 생산량을 늘려 협상을 성사시킬 용의가 있다고 미국에 전달했다.
미 정부는 이러한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미국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벤 케이힐은 이제 회담이 중단돼 미국과 사우디 협력의 중요한 통로가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반응은?
사우디의 압둘아지즈 에너지 장관은 이번 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발발 이후 첫 발언을 통해 OPEC과 OPEC+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회원국들은 "연결되어 있다"며 "결속력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0월 12일 이라크 석유부 대변인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OPEC+가 시장의 도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현재 유가가 분쟁을 고려한 것이며 충돌로 인한 위험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시장의 믿음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주에도 "석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 OPEC+의 공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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