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댄스곡 컴백' 로시, 음악적 갈증을 해소하는 법
오랫동안 발라드 위주 활동, 모처럼 댄스곡 내고 음악방송 활동
댄스곡에 어울리는 가창 느낌 찾느라 고생…"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슬럼프 빠졌을 때 아이유 공연 보며 다시 힘내
정중하게 거절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갔던 길. 넌 목소리가 유니크(독창적)하기 때문에 걸그룹으로서 몇 마디만 가져가는 것보다는, 3년 연습해서 솔로 가수로 내보내고 싶다는 신승훈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헐? 나 여기 있을래!' 하는 생각에 바로 계약하겠다고 나섰다. 워낙 잘 알려진 가수의 회사여서 어머니도 좋아했다. 오히려 신승훈이 좀 더 생각하고 정하라고 말릴 정도였다. 한림예고 출신 동갑내기들이 하나둘 데뷔할 때도 여전히 연습생이었던 소녀는, 3년을 꽉 채우고 마침내 데뷔한다. '솔로 가수' 로시로.
로시의 시작은, 이렇게 '예상외의 일'들로 가득했다. 2017년 나온 데뷔곡 '스타스'(Stars)는 발라드였다. 그 후로도 쭉 발라드를 냈다. 활동은 간간이 있던 댄스곡 발매 때 주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하며, 로시의 활동 폭도 줄어들었다. "음악의 권태기"가 왔다. 멈춰있지만은 않았다. 할 수 있는 걸 했다. 장비를 사고, 작곡 연습을 했다. 멋진 공연을 보고 감동하기도 했다. 음악의 세계가 "너무 넓다"는 걸 새삼 깨달으면서 오히려 스스로가 "창창해" 보였다.
역시나 발라드였던 '다이아몬드'(Diamond)를 지난 5월에 발매한 로시가 5개월 만에 신곡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복고 느낌이 물씬 나는 디스코 팝 장르의 '썸띵 캐주얼'(Something Casual)이다. 안무도 있다. 노래와 안무를 가지고 음악방송에도 나갈 계획이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로시는 "발라드만 하다 보니까 (댄스곡에) 목이 좀 마르더라"라고 말했다.
그동안 댄스곡을 냈을 때 음악방송 활동을 해 왔기에, 퍼포먼스를 준비해야 하는 신나는 곡을 골랐다. "이런 장르의 음악을 해 보고 싶었다"라는 로시는 "대표님이 작곡가님이랑 만들어서 저한테 들려주셨는데 도입부 밴드 악기 소리부터 한 번 들어도 계속 귀에 꽂히는 리듬이더라. 이 곡은 전 무조건 하고 싶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곡이 마음에 쏙 든 것과는 다르게, 녹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로시는 "발라드를 많이 부르다 보니까 정체가 되더라. 댄스곡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때 창법, 기분, 리듬 타는 것부터 하나하나가 다시 어려워진 거다. 갈팡질팡하며 그 느낌을 못 찾으니까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하고 제일 고민이 많았다"라고 털어놨다.
"정말 계속 불러봤어요." 부르고 또 불러보는 것밖엔 도리가 없었다. 댄스곡 활동 당시의 본인 과거 영상을 다시 보며 연습한 게 가장 효과가 컸다. 그는 "신인이어서 그때의 밝음과 통통 튀는 모습이 있으니까 (보면서) 그때 창법도 따라 해 봤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감은 찾은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신승훈 대표는 때론 혼을 내기도 하고 레슨을 하기도 하면서 로시에게 힘을 보탰다.
그렇게 나온 '썸띵 캐주얼'은 올드스쿨 트랙에,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자유를 꿈꾼다는 가사가 어우러진 곡이다. 신승훈이 프로듀싱했고, 공동 작곡했다. 가사는 작사가 김이나가 썼다. 만약 '썸띵 캐주얼'이 플레이리스트(음악 재생 목록)에 포함된다면 어떤 상황이면 좋을지 물었다. 로시는 "화창한 날씨에 드라이브할 때 듣기 좋은 노래? 아니면 선선한 바람이 불 때. 오히려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 같다. 너무 신나는 노래도, 그렇다고 잔잔한 노래도 아니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로시는 "들으면서 '내 음악 같다' 하는 자유로운 느낌을 받았다. 오랫동안 로시로 댄스곡도 안 했고 활동 텀도 길기 때문에, 늘 기다렸던 로시가 세상 밖으로 나와 자유를 느끼고 싶은 생각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게 되더라. 들으시는 분들도 들을 때만은 부담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들으시길 바란다"라고 권했다. 이른바 '댄스 챌린지용 포인트 안무'도 준비했다. 대중들이 조금 더 쉽게 따라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음악이라는 본업 앞에 완벽주의 성향을 지닌 신승훈 대표. 로시는 "대표님이 음악 고를 때 되게 되게 신중하시다"라며 "한 곡이지만 온 힘을 다해서 생각하고 내시기 때문에 늘 (시간이) 길게 걸리더라"라고 전했다. '신승훈이 키운 가수'라는 타이틀에 맞게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늘 있었다. 로시는 "노래할 때 부담은 있어도, 그만큼 대표님이 채워주시고 제가 의지할 수 있게 해 주신다"라고 말했다.
2017년 데뷔한 로시는 올해 7년차를 맞았다. "이쯤 시기에 로시는 이만큼 올라가야 하는데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대다수일 거 같은데, 공백기에 쉬면서 저도 정체되고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나의 성장은 여기까지인가 하는 고민을 되게 많이 했다"라는 로시는 비슷한 고민을 반복하며 답을 찾았다. "음악의 세계는 너무 넓다"는 것.
그는 "뮤지션,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디 하나, 악기 하나, 음악 이론 하나까지도 아직 제대로 모르니 난 아직도 할 게 너무 많구나, 보여줄 수 있는 잠재된 게 많을 거란 확신이 들더라. 그때서야 7년차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게 되고 오히려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뎌 보이긴 하겠지만 이런 것도 한다, 하면서 천천히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발라드만 냈던 게 한이지만 발라드만 했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게 많다"라며 "갑자기 창창해 보인달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작곡에는 자신도 없고 관심도 없었는데, 점점 곡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피어올랐다. 녹음을 할 줄 모르니 녹음 장비를 샀다. 로시는 "제가 (작곡) 스케치 정도는 하게 된다. 편곡을 맡길 수도 있고. 그제야 미디 건반을 사서 피아노까지 녹음 받게 됐다. 요즘 그거에 재미를 느낀다"라고 밝혔다.
'음악의 권태기'. 로시에게도 왔다. 그는 "음악을 오래 하다 보니, 깊게 하고 잘한 게 아닌데도 음악적으로 혼란이 오더라. 약간 슬럼프? '어떻게 해야 음악과 친해질 수 있지' 고민했다. 기타를 하나 더 사고, 장비를 더 사게 되고. 노래 부르는 것뿐 아니라 그런 음악적 요소에서 새로운 걸 접하니까 재미도 느꼈고, 제가 쓴 곡을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리니까 일이 아닌 취미로 생각하게 됐다. 반응도 보고 뿌듯하고, 고쳐야 할 점도 알아간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당일 기준, 로시의 사운드 클라우드에는 커버곡까지 12곡이 올라가 있었다. 로시는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구나, 이런 음악을 만드는구나 하실 거다. 다양성은 없지만 그곳에서만은 제 개인 취향을 잔뜩 넣는다"라며 "언젠가는 진짜, 대중성이 있지 않더라도 나만의 앨범 작게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제 취향은) 좀 딥하고 잔잔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대표님은 '너 뜨고 나서 하나씩 내라'라고 하신다. 저도 이름을 알리고 '이런 곡도 할 수 있습니다' 하고 보여드리는 게 베스트라고 본다"라고 웃었다.
좋은 공연을 본 것도 도움이 됐다. 아이유의 콘서트를 보고 '내가 이걸 따라 부르면서 가수를 꿈꿨지' '이분이 나를 꿈꾸게 만들어 주셨지'라고 생각했다는 로시는 "여운이 너무 길어서" 공연장에서부터 집까지 1시간 40분 거리를 마냥 걸었다고 전했다. 집으로 걸어가던 길 신승훈 대표에게 전화가 와서, 로시는 "공연이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단다.
지금까지는 싱글 위주로 활동해 온 로시는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은 곡을 묶어서 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는 "정규가 아직 없는데 보석함에 있는 많은 음악을 쫙 묶어서 내년 안에 내고 싶다는 목표도 있다"라며 "저를 더 궁금하게 만들어서 미니나 정규를 내면 좋겠다. 수록곡엔 도대체 어떤 스타일이 있을까 (대중이) 궁금해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엠넷 '엠카운트다운'을 통해 4년 만에 음악방송에 출연한 로시는 '썸띵 캐주얼'로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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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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