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마약 거상도 눈독 들인 韓…수천억 규모 유통 [사사건건]

박기주 2023. 10.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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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침투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 동남아의 마약 거상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국내에 유통시킨 마약의 규모만 2200억여원, 여기에 수천억원대 마약을 추가로 유입하려던 정황도 확인됐는데요.

마이클은 조직원을 배달원으로 이용해 밀반입하거나, 국제화물(나무도마)을 위장해 미리 국내 잠입시킨 말레이시아 조직원에게 배송되도록 하며 마약을 한국에 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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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조직 밀반입, 韓 조직 운반, 中 조직 유통
필로폰 74㎏ (246만명분, 시가 2220억원) 밀반입
100㎏ 추가 밀반입 시도하다 회수하기도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마약 침투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 동남아의 마약 거상도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국내에 유통시킨 마약의 규모만 2200억여원, 여기에 수천억원대 마약을 추가로 유입하려던 정황도 확인됐는데요. ‘마약 청정국’이라고 불렸던 한국이 이런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나무도마에 은닉된 필로폰을 추출하는 모습(사진=서울 영등포경찰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10일 국내에 마약을 밀반입해 유통한 국제연합 범죄조직원 2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지난 7월 필로폰을 투약한 한 여성을 검거해 수사하던 중 이를 역추적하는 과정에서 이 조직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각각 한국·중국·말레이시아 조직이 연합한 형태의 이 단체는 철저한 분업이 이뤄져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 조직은 필로폰을 국내로 밀반입하는 역할, 한국 조직은 국내 밀반입 루트를 확보해 주는 한편 주로 필로폰 운반·보관에 가담, 중국 조직은 밀반입된 필로폰을 주로 유통·판매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경찰은 말레이시아 조직 총책, 일명 ‘마이클’의 범죄 가담 정도가 크다고 봤다는데요. 마이클은 조직원을 배달원으로 이용해 밀반입하거나, 국제화물(나무도마)을 위장해 미리 국내 잠입시킨 말레이시아 조직원에게 배송되도록 하며 마약을 한국에 들였습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이들 조직이 국내에 밀반입한 필로폰은 현재까지 총 74㎏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이는 약 246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2220억원에 달합니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필로폰이 27.8㎏(시가 834억원) 규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0억원대 이상 규모의 마약이 이 조직을 통해 유통된 셈이죠.

마이클은 나무도마에 숨겨 운반하는 방식이 먹혀들자 필로폰 100kg을 추가로 밀반입 시키려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선적 단계까지 갔지만, 거점 조직원 2명이 검거된 사실을 알게 되자 선적 대기 중인 화물을 즉시 회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단 유통을 잠시 막았지만,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해 경찰은 한국조직 총책을 비롯해 검거되지 않은 조직원을 조속히 검거하고 국내 유통 중인 잔여 필로폰을 수거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경찰과 공조하여 범죄조직 일망타진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경찰은 이 범죄와 관련해 인천공항 세관 직원이 연루돼 있을 수 있다는 정황을 확인, 이들에 대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일당 6명이 필로폰 24kg을 밀반입할 때 보안 검색을 피할 수 있도록 별도 통로로 안내하는 등 도움을 준 혐의인데요. 이미 검거된 이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혐의를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한편 최근 국내 마약 사범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적발된 마약 사범의 수는 1만2700명에 달합니다. 이는 지난해 전체(1만2387명)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죠. 2021년 마약 사범의 수가 1만626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게는 해마다 약 20%씩 증가하고 있는 셈입니다. 경찰은 비롯한 정부 당국의 노력으로 마약 범죄가 다시 감소세를 보이길 바라봅니다.

나무도마 속에 은닉된 필로폰 20kg(사진=서울 영등포경찰서)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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