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돌려받는 꿀맛 알려준 이 남자…1700만명 지갑에 8800억 쏙 [남돈남산]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3. 10. 1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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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간편 세금환급 서비스 ‘삼쩜삼’
누적 가입자 1700만명 넘어
1인당 평균 환급액 20만원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가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수현 기자>
“혹시 내가 안 내도 되는 세금을 더 내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는 “월급에서 빠져 나간 세금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있는데,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몰라서 고스란히 전부 세금으로 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비스앤빌런즈가 제공하는 간편 세금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예를 들어 같은 회계연도 중간에 다른 회사로 이직했을 때 세금이 잘못 계산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라며 “입사 때는 자녀가 없었지만 시간이 흘러 출산 후 보육수당을 받을 수 있는데, 보육수당이 비과세 소득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몰라서 환급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실제 납부해야 할 금액보다 세금을 많이 내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많다”며 “특히 1년 동안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세금이 과대 계산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삼쩜삼은 종합소득세 등 세금 신고와 환급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플리케이션 ‘삼쩜삼’을 휴대폰에 다운로드 한 후 개인 정보를 입력하고 예상 환급금을 조회한 후 신청하면 자신이 얼마만큼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지 금액이 나온다. 국세청은 일정 기간 후 해당 금액을 환급해준다.

아르바이트생이나 프리랜서 종사자에게 고용주가 계약금을 지불할 때 3.3%의 세금을 대신 납부하고 지급하는데, 이를 원천징수라고 말한다. 근로자가 이후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후 세금이 확정되면 미리 낸 원천징수 세금과 실제 확정 세금의 차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삼쩜삼은 이 차액을 쉽고 정확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서비스 이용 고객이 환급받는 세금의 10~2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쌈쩜삼 서비스 이용 고객이 돌려받는 환급액이 커질수록 자비스앤빌런즈도 성장하는, 다시 말해 고객과 기업이 상생하는 구조인 셈이다.

김 대표는 “고객들이 더 많은 세금을 돌려받을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면서 1인당 평균 환급액이 조금씩 증가했다”며 “삼쩜삼을 통한 1인당 평균 환급액이 얼마 전까지는 17만원이었는데 지금은 20만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자비스앤빌런즈(Jobis&Villains)는 2015년 설립됐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AI) 비서 ‘자비스’, 영어 ‘잡 이즈(JOB IS)’와 악당을 의미하는 영어 ‘빌런(villain)’을 결합해 자비스앤빌런즈로 지었다. 똑똑하고 모든 걸 척척 알아서 해결하는 비서 자비스처럼 고객에게 최고·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 직업의 정의를 바꾸고 고객을 위해 기꺼이 악역을 맡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자비스앤빌런즈에 의하면 삼쩜삼은 2020년 5월 출시 꾸준히 성장해왔다. 올해 8월 기준 삼쩜삼의 누적 가입자는 1726만명, 삼쩜삼 이용자들이 돌려받은 누적 환급액은 8783억원이다.

김 대표는 “다중직업종사자 소위 ‘투잡’을 뛰는 직장인, 아르바이트생, 프리랜서, 배달·택배·대리기사, 강의를 하거나 책 발행에 의해 발생하는 인세 수입 등이 있는 근로자, 사업자 번호가 없는 사업소득자, 연말정산을 하지 않는 근로소득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삼쩜삽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고객의 약 50%가 2030세대”라고 밝혔다.

삼쩜삼이 이용자들에게 편리하다고 입소문 나면서 자비스앤빌런즈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390억원을 돌파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DSC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등 벤처캐피털 등에게 지금까지 총 390억원을 투자받았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불려갈 만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쩜삼이 이용자에게 주민등록번호, 소득 관련 정보 등을 수집했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자비스앤빌런즈 관계자는 “세금 환급액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만 가능하다”며 “개인정보 관련해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방침에 따라 시정 조치했다”고 말했다.

자비스앤빌런즈는 개인을 넘어 영세 사업자에게도 세금 신고와 환급서비스를 도와주며 기업 간 거래(B2B) 영역으로 서비스를 점차 확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자비스앤빌런즈 조사 결과 세무사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평균 연간 수입은 약 3억원”이라며 “현실적으로 세무사를 이용하지 못하는 영세 사업자들이 많은데, 이들을 도와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연내 주식시장 상장에도 도전한다. 공모 자금으로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신규 먹거리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앱 ‘스무디’도 인수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간편하게 급여를 계산하고 근무 일정을 관리할 수 있는 앱 ‘하우머치’도 지난해 인수했다.

김 대표는 “고객에게 더욱 신뢰받기 위해 상장사가 되는 길을 택했다”며 “스무디의 인수 목적은 인력확보로, 인력만 흡수하고 서비스는 재매각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연쇄 창업가이기도 하다. 1996년 카이스트(KAIST)에 입학해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카이스트에서 항공우주공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헬리콥터 개발자가 되는 게 꿈이었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개발자의 핵심 업무가 헬리콥터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진로를 바꿨다.

2006년 KT 휴대폰인터넷사업본부에 입사해 무선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와이브로 사업에 참여했다. 이후 모바일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위자드웍스’를 거쳐 2009년 한국판 트위터인 ‘아이티에이치(ITH)’를 설립하며 창업가로 변신했다. ITH는 여러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이후 그루폰코리아, 패스트트랙아시아 등 여러 회사를 거친 후 지금은 ‘국민 명함앱’으로 자리 잡은 ‘리멤버’를 운영하는 기업 ‘드라마앤컴퍼니’의 전신인 스타트업을 2012년 설립했다. 드라마앤컴퍼니는 2013년 사명을 드라마앤컴퍼니로 변경했다. 그는 이후 또 다른 길을 가고 싶어서 2014년 드라마앤컴퍼니에서 나와 2015년 자비스앤빌런즈를 설립했다.

자비스앤빌런즈의 지향점에 대해 김 대표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비스앤빌런즈가 저보다 오래 살아있는 기업, 끊임없이 성장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 은행은 고객에게 돌아가는 예금 이자는 낮게 대출 이자는 높게 설정해야 수익이 커지고, 일반적인 핀테크 기업(첨단 정보통신 기술 등을 이용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고객과 상생하는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게 쉽지 않습니다.

반면에 자비스앤빌런즈는 고객에게 돌아가는 환급액이 커질수록 성장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추구하죠. 고객이 가야 하는 방향과 저희가 가야 하는 방향이 일치합니다. 고객의 부가 증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서비스를 선보이면 장수 기업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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