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타다 브랜딩하다 '스타트업' 항공사로…"혁신 스탠바이"[금준혁의 온에어]

금준혁 기자 2023. 10. 1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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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운항 시작한 '하이브리드 항공사' 에어프레미아 김성주 IMC 팀장
단거리는 LCC, 장거리는 대형항공사와 경쟁…"스타트업은 실패에서 배운다"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김성주 에어프레미아 IMC 팀장 2023.10.5/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스타트업의 원칙 중 하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실패한다는 겁니다. 실패에서 배우고 그 실패에 대해서도 샴페인을 들어주는 문화가 저는 익숙한 사람입니다."

에어프레미아의 김성주 IMC(Integrated Marketing) 팀장은 대동강 페일에일(맥주)를 만든 스타트업 더부스, 신산업의 상징이 된 VCNC(타다)를 거쳐 올해 항공사 에어프레미아에 합류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제시한 에어프레미아는 그에게 있어 또 다른 '스타트업'이다.

◇수제맥주부터 항공사까지…공통점은 "전통적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 등장"

그는 IMC팀에서 고객경험과 브랜드경험을 담당하고 있는 마케터다. 수제맥주과 카셰어링, 항공산업 등이 이질적일 법도 하지만 그는 과거 금융업, 이커머스처럼 가격경쟁만 이뤄지고 있는 현 항공업계에도 카카오뱅크, 쿠팡같은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할 시기라며 이들 업종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김 팀장은 "수제맥주와 모빌리티는 모두 새롭게 태동하는 시장이었고 차별화된 브랜딩 활동을 통해 초기 충성고객을 육성하는 과정이었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항공업에도 이를 접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배적 사업자가 있는 국내 항공업, 특히 장거리 비행의 선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에어프레미아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마케터는 이직할 때 회사의 광고 예산을 하나의 조건으로 보지만 그것보다도 비전과 변화에 끌렸다"고 덧붙였다.

에어프레미아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저렴한 가격으로 대형항공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첫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표방하는 신생 국적사다. 2017년에 설립됐지만 코로나19로 2021년에야 운항을 시작했고 주력인 장거리 국제선을 띄운 지는 1년도 되지 않았다. 김 팀장이 에어프레미아를 스타트업으로 보는 이유다.

김성주 에어프레미아 IMC 팀장 2023.10.5/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고객 접점 긴 항공 마케팅…"정답은 IT 혁신에서"

마케팅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항공은 어려운 도전이다. 특히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뉴욕, 독일 프랑크푸르트처럼 최소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노선을 위주로 운영한다.

김 팀장은 "항공사는 예매부터 공항에서 발권하고 비행기에 머무르는 시간까지 고객과 접점이 길기 때문에 다른 산업과는 마케팅에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머릿속에는 '에어프레미아 버전2'에 대한 구상이 한창이었다. 핵가족을 넘어선 핵개인의 시대에서 적재적소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IT 혁신은 필수라고 믿는다.

김 팀장은 "KTX를 타면 역무원들이 좌석 체크를 태블릿으로 할 정도로 세상이 디지털화됐다. 반면 항공업은 식사타임이 되면 승무원이 일일이 메뉴를 확인해야 한다"며 "IT 기술로 메뉴를 미리 정하기만 해도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주 에어프레미아 IMC 팀장 2023.10.5/뉴스1 ⓒ News1 금준혁 기자

◇"집 평수 못 줄이듯…차근차근 에어프레미아다움 만들겠다"

외부에서 온 김 팀장의 시각은 냉정하다. 후발주자로서 아직 역량이 부족하고 브랜드 인지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장거리 노선에서는 자리가 확고한 대형항공사와 겨루고 단거리 노선에서는 LCC와 가격경쟁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같은 노선·시간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에어프레미아를 선택할 충성고객을 잡는 브랜딩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항공사 중에서도 가장 넓은 35인치의 이코노미 좌석도 에어프레미아가 추구하는 가치 '여유로움'이 반영된 결과다.

김 팀장은 "과거에는 브랜드가 타사와 자사를 구별하는 요소였다면 지금은 비슷한 제품을 팔 때 계속해서 상기시킬 수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라며 "기내식과 그릇, 시트커버, 카펫까지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일관성을 유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터로서 그가 영감을 받는 한가지 방법은 승객의 가감 없는 피드백이다. 그는 "승객에게 '내가 이 항공사를 타서 그래도 케어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줘야 일 잘하는 회사가 된다"고 말했다.

한 승객은 설문조사에서 에어프레미아의 좌석을 두고 '한 뼘의 차이가 기쁨의 차이'라는 피드백을 남겼다고 한다. 늦더라도 차근차근 브랜드를 쌓아가겠다는 에어프레미아의 작은 성과다.

김 팀장은 "마치 집 평수를 줄이는 것처럼 경험은 한번 눈높이가 높아지면 내려가기가 힘들다"며 "한 번 타보면 다른 항공사는 못 타는 에어프레미아다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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