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이란-이스라엘 전쟁 발발시 유가 150달러, 경기침체"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중동 전쟁이 확대되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망했다. 블룸버그가 현실적으로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상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 전쟁이 발발하면 유가는 현재 80달러 중반선에서 150달러까지 치솟고 세계 성장률은 1.7%로 1%p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 생산이 거의 1조 달러어치 증발하며 경기침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역 가자지구 진입이 임박하면서 중동에서 확전 위험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중동 지역은 석유, 가스를 비롯한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자 주요 운송통로라는 점에서 중동 분쟁은 전 세계를 뒤흔들 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한 인플레이션이 이제 겨우 진정되는 상황에서 오늘날 세계 경제는 취약해 보인다. 중동의 정정불안이 다시 고조되고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모든 잠재적 영향력은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투자자들 역시 일종의 대비가 필요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전쟁, 대만을 둘러싼 긴장 고조에 중동 분쟁위험까지 재부상하며 지정학이 경제와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지전, 대리전, 이란-이스라엘 전쟁이라는 3가지 시나리오로 전망하면서 전쟁을 예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잠재적 경로에 대한 사고의 틀을 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진입
군사적 충돌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 국한하는 경우로 이란 석유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더 엄격해지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지난 주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기습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고 이스라엘을 보복공습을 불러왔는데 이란은 하마스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포로교환과 일부 동결자산 해제로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해빙 조짐을 보였다. 덕분에 올해 이란은 석유 생산을 하루 70만배럴까지 늘렸다. 그런데 미국의 압박이 재개되면 이란 생산이 줄면서 유가가 3~4달러 상승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이러한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 사우디 아라비아가 아랍에미리트연합과 더불어 이란의 감산분을 상쇄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2. 대리 전쟁
전쟁이 가자지구를 넘어 주변국인 시리아와 레바논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레바논의 정당이자 준군사조직 혹은 테러단체인 헤즈볼라는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 이란의 지원을 받는데 이미 국경에서 이스라엘군과 총격을 주고 받았다. 레바논과 시리아로 분쟁이 확산하며 사실상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 대리전으로 변질되고 경제적 비용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전선 확대로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직접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져 이 경우에도 유가가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높아진 변동성을 감안하면 대리전 확산시 유가는 10% 상승해 배럴당 94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추산했다.
군사 긴장이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 현재 이집트, 레바논, 튀니지는 모두 경제적, 정치적 침체에 빠져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하마스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대응은 시위를 촉발할 수 있다. 반이스라엘 행진은 물론 침체에 빠진 아랍인들이 비난의 화살을 정부에 겨눌 위험이 있다. 2010년대 초 정부 전복을 일으킨 시위와 반란의 물결인 '아랍의 봄'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유가 10% 급등과 더불어 아랍의 봄의 재연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 그러면 내년 세계 성장률을 0.3%p, 생산량을 3000억달러어치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면 성장률은 2.4%로 둔화해 2020년 코로나 위기, 2009년 세계 침체를 제외하고 30년 만에 최저가 된다.
유가 상승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약 0.2%p를 더해 6%로 유지되며 저조한 성장에도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지속할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3. 이란-이스라엘 전쟁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직접적인 충돌은 가능성은 낮지만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로 글로벌 침체를 촉발할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유가가 급등하고 위험 자산이 폭락하면 성장에 상당한 타격을 가하고 인플레이션은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오른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이란핵을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해왔다. 이란이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고 사우디 아리비아와 외교관계를 복원하며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이스라엘의 불안을 더할 수 있다. 당장은 미국 정부는 이번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이란 지도자들도 충격을 받았다고 판단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하지만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하산 알하산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대치할 경우 이란은 시리아, 이라크, 예멘, 바레인의 대리인 및 동맹 네트워크를 모두 활성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강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긴밀한 동맹국이며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서방 관리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분쟁을 악용해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관심과 군사 자원을 돌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9년 사우디 석유 공급의 거의 절반을 중단시킨 친이란 무장 세력의 아람코 시설에 대한 공격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73년 아랍 전쟁 당시처럼 유가가 4배로 오를 위험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이 서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처럼 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 현재 유가는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이란이 전 세계 일일 석유 공급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의 여유 생산 능력으로는 하루를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예상했다. 또한 금융 시장에서는 1990년 변동성지수가가 16포인트 급등했던 것과 비슷한 극단적인 위험회피가 발생할 수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모델에 이러한 수치를 적용하면 내년 세계 성장률은 1.7%로 1%p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면 코로나19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제외하면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1982년 이후 최악의 성장률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오일 쇼크는 물가를 억제하려는 노력도 무력화시켜 내년 세계 인플레이션을 6.7%로 끌어 올릴 수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목표치인 2% 달성이 더욱 요원해지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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