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아는데 하이퍼클로바X는 뭐죠?”…20층 못 넘는 네이버 주가, 반등 키워드는? [신동윤의 나우,스톡]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들어 국내 증시는 몇몇 핫(HOT)한 섹터·테마들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섹터가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생성형 AI 챗봇 ‘챗(Chat)GPT’ 열풍에 힘입어 생성형 AI 챗봇을 직접 개발하거나 관련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곳, 심지어 AI 개발에 필요한 장비나 반도체를 제조하는 곳의 주가까지도 ‘관련주’로 묶여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말이죠.
투자에 밝은 분들이 아니라도 익히 들어봤을 만한 기업들의 주가도 AI 열풍 덕에 순풍을 만난 듯 우상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올 들어 주가가 227.94% 오른 엔비디아가 대표적입니다. 엔비디아는 AI 개발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글로벌 1위 기업입니다. 2위 기업 AMD 주가도 올 해만 69.93% 상승했죠.
이 밖에도 챗GPT와 유사한 생성형 AI 챗봇인 ‘바드(Bard)’를 개발한 구글(+55.94%), ‘빙(Bing)’ 개발사 마이크로소프트(MS, +38.23%) 등의 주가도 큰 폭으로 뛰어 올랐습니다.
국내 증시에서도 최근 시총 1위 삼성전자, 시총 3위 SK하이닉스 등 대표 반도체주(株)는 AI용 메모리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 관련한 뉴스에 주가가 곧장 오르내리는 상황입니다.
이런 추세 속에서도 이상하리만치 주가 흐름이 고요(?)한 회사가 있습니다. 심지어 직접 생성형 AI 챗봇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하기까지 했는데 말이죠. 바로 그 곳이 네이버입니다.
하이퍼클로바X가 무엇이냐고요?
사실 기자가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봤을 때도 대부분 위 문장처럼 되묻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관련 사안에 평소 관심이 많았거나, 네이버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을 제외하곤 크게 ‘임팩트’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당초 기대와 달리 하이퍼클로바X가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챗GPT 열풍을 돌이켜본다면 특히나 아쉬움이 더 큽니다.
지난 13일 트래픽 통계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클로바X의 방문자당 평균 사용시간은 1분41초에 불과했습니다. 오픈AI의 챗GPT(7분36초)보다는 5분 55초, 마이크로소프트 빙(7분1초)과 비교했을 때는 5분 20초나 짧았다. 두 생성형 AI 챗봇보다 사용 시간이 짧았던 구글 바드(5분 44초)와 비교해도 그 차이는 4분 3초나 났습니다.
사용 시간이 짧다는 것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해서 사이트를 빨리 떠났거나, 사용성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부 사용자들은 하이퍼클로바X가 최신 정보와 수학 능력에 약점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네이버가 강조한 창작이나 요약 능력, 전문 영역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지적하기도 하죠. 특히, 가치 판단이 필요한 답을 기계적으로 회피해버리는 것도 일부 사용자들에게는 실망감으로 나타나는 요인입니다.
이는 곧장 주가 부진으로 연결되는 모양새입니다. 하이퍼클로바X가 출시된 지난 8월 24일 이후 지난 13일 종가까지 네이버 주가는 11%(21만5500→19만1800원)나 떨어졌습니다.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당시 종가 기준 45만4000원(2021년 9월 6일)까지 치솟았던 기억을 되살려줄 ‘히든 카드’로 여겼던 많은 이들의 기대가 무색케 한 결과죠.
네이버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최근 들어 가슴을 졸이는 이유는 바로 최근 들어 네이버 주가엔 악재로 작용할 만한 사안들이 자꾸만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우선 대내외적 경제 환경이 ‘기술주’의 대표 격인 네이버에는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입니다. 바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 정책이 장기간 계속될 것이란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아지면 기술주에 대한 투심은 식기 마련입니다.
정치권발(發) 외풍의 직격탄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결코 긍정적일 수 없는 요소입니다. 네이버를 비롯해 포털서비스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를 향해 쏟아지고 있는 ‘가짜뉴스 논란’이 그것입니다. 최근 네이버를 향해 정치권에선 뉴스 서비스의 배열이나 추천이 편향돼 있다는 지적을 계속해왔습니다. 지난 7월엔 방송통신위원회가 실태 점검에 나섰고, 지난 달 25일부턴 사실 조사에 착수하기까지 했고요. 방통위는 네이버가 뉴스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의도적으로 조정했는 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올해 국정감사장의 중심에 네이버 고위 임원들이 섰다는 점도 화제입니다. 이들은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등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의원들의 공격적인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자위 국감에선 김정우 네이버쇼핑 이사를 상대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유통되고 있는 이른바 ‘짝퉁(가품)’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복지위 국감에선 네이버페이의 실손보험금 청구 서비스를 통해 실손보험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있지만 네이버가 이를 방지했다는 지적이 나왔죠.
농해수위에선 일본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방류 관련 문제를 다루던 중 네이버쇼핑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수산물 원산지 표기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네이버쇼핑 입주 기업들의 원산지 표기 위반 빈도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죠. 온라인 플랫폼에선 원산지 위반 단속 의무가 없어 위법행위가 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습니다.
다만, 증권가에선 경제 상황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올 3분기 실적에서 비교적 네이버가 선방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주가가 반등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네이버의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한 2조4600억원, 영업이익은 9.5% 늘어난 3616억원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시장 기대치에도 부합하는 수준이죠.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치플랫폼 매출액은 9134억원으로 3분기까지 국내 광고 시장의 유의미한 회복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커머스 매출액은 6542억원으로 거래액(GMV) 성장이 시장 성장을 웃돌고, 미국 중고 거래 플랫폼 ‘포쉬마크’ 편입 효과로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광고 시장 회복과 커머스 수수료 창출 성과를 확인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고요.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검색 광고(SA)는 2분기와 유사하고 디스플레이 광고(DA)는 회복이 더디지만 커머스 광고의 추가 반등이 예상된다”며 “커머스 부문에서 중개·판매 매출은 30%대 성장, 웹툰 성수기로 콘텐츠 매출도 호조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커머스(쇼핑)와 콘텐츠(웹툰·웹소설) 매출은 전년 대비 30~40%대 증가로 전체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도 내다봤고요.
중장기적 주가 흐름에는 AI 사업 성과가 관건으로 꼽힙니다. 네이버는 지난 8월 말 선보인 클로바X가 보다 구체적이면서 창의성 있는 답변을 제공토록 최근 성능을 개선했습니다. 여기에 AI 검색 큐:(Cue:)는 이르면 11월말 네이버 기존 검색에 접목해 제공할 계획입니다. 일부 질의에 대해서는 AI의 답변을 네이버 검색 결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네이버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29만2211원입니다. 13일 종가(19만1800원) 대비 52.35%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사업 기대감이 약해진 시점에서 광고 경기 반등을 바탕으로 실적에서 안정성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실적이 주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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